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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의 백스크린]한용덕·김진욱의 또 다른 싸움
2018년 07월 20일 오전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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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야구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역시 분업이다. 저마다 정해진 임무에 따라 다른 역할을 맡는다. 야수의 경우 8개의 포지션마다 필요한 기량과 기술이 다르다. 투수도 선발이냐 구원이냐 오른손 투수냐 왼손 투수냐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달라진다. 투수와 야수는 한 팀 소속이라는 점만 빼면 평소 훈련과 생활습관이 완전히 구분된다. 한 지붕 두 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수 출신 감독은 과연 성공하기 어려운 것일까. 현대 야구가 점점 세분화되어 가면서 사령탑 선임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어 가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에선 오래 전부터 투수 출신 감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미키 캘러웨이(뉴욕 메츠) 같은 예외도 있지만 웬만하면 투수 출신을 감독으로 쓰려 하지 않는다. 특히 현역 시절 이름만 들어도 경탄이 나올 만큼 대투수였던 인물이 은퇴 후 야구 감독으로 영전해간 경우가 거의 없다.



#놀런 라이언, 오렐 허샤이저, 랜디 존슨, 로저 클레멘스,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한때 메이저리그를 지배한 전설적인 투수였던 이들은 한 번도 야구 감독을 해본 적이 없다. 허샤이져와 매덕스 정도가 한때 투수코치를 해봤을 뿐 덕아웃 지휘봉을 잡아본 경험은 전무하다. 한국과 일본 야구는 다소 다르다. 현역 시절 최고 투수들이 은퇴 후 일정 기간 지도자 수업을 받고 감독을 맡는 게 자연스러운 패턴이었다. 감독 선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실력자들 눈에는 야구를 제일 잘 하는 선수가 감독으로도 최고 재목으로 보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요즘 KBO리그에선 이런 흐름이 다소 바뀐 분위기다. 현재 10개 구단 사령탑 중 무려 8명이 야수 출신이다. 내야수(류중일 LG·김기태 KIA·조원우 롯데·김한수 삼성·힐만 SK) 출신 5명에 포수(김태형 두산·유영준 NC) 출신 2명, 외야수(장정석 넥센) 한 명이다. 현역 시절 투수로 활약한 인물은 한용덕 한화, 그리고 김진욱 KT 감독 뿐이다.

#단 두 명 뿐인 한 감독과 김 감독은 투수 출신이라는 것 외에도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야구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품을 자랑한다. 이들을 인간적으로 믿고 따르며 인정하는 인물이 하나 둘이 아니다.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자기 자리를 지킨다. 소속팀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들어도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는다. 실수해도 믿고 맡기는 모습은 한결 같다.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유형으로 꼽힌다.

#이들은 현역 시절 야구판을 휘어잡은 스타플레이어와 거리가 있었다. 한 감독은 연습생으로 시작해 한 팀에서 꾸준히 활약했지만 팀의 최고 간판 스타였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김 감독 또한 흔치 않은 강속구 사이드암 투수로 한때 이름을 날렸지만 부상 여파로 꽃봉오리를 활짝 피우지 못한채 다소 일찍 선수 생활을 마쳤다. 다만 지도자로 변신해 투수코치를 거쳐 야구선수들의 '최종 꿈'이라는 감독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이들의 야구인생이 성공적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두 감독은 여전했다. 한 감독의 얼굴에 흰 수염이 덥수룩한 반면 김 감독은 면도를 말끔히 한 모습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2위 싸움에 한창인 한화의 한 감독이나 초반 페이스에 비해 중반 보폭이 다소 느려진 KT의 김 감독 모두 자신감 있는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전날 연장 12회 접전으로 피곤한 상태였지만 소속팀 선수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이들의 캐릭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투수 출신 감독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건 8년 전인 2010년 김성근 당시 SK 감독이었다. 사실 김 감독이 현역 선수 생활을 할 때는 야구의 분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였다. 그래서 그는 투수 출신이라기보다는 종합 야구인으로 봐야 한다. 김 감독을 제외하면 시점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역 시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였던 선동열 당시 삼성 감독이 주인공이다. 이후 순수 투수 출신 지도자가 우승한 적은 지난해까지 11년간 없었다.

#물론 우승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저마다 각자 처한 위치에서 최선의 성과를 올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남 부럽지 않은 성공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하위권에 맴돌던 한화를 부임 첫 해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는 한 감독이나 약체 KT의 부흥을 위해 고심하는 김 감독 모두 그 자체로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야구판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투수 출신 사령탑들이 그라운드를 지배해가는 야수 출신 감독들을 상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올해 프로야구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수원=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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