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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의 NOW 모스크바]월드컵 망치는 러시아 '교통 문화'


운전기사들끼리 충돌하는 아쉬운 모습도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러시아에 오기 전 인터넷을 통해 봤던 많은 단어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난폭 운전이었습니다. 사실 이 기준이 애매하기는 합니다. 과연 어느 정도를 난폭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명확하지 않죠.

또 도보나 지하철로 다닐때는 이러한 운전 문화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운전이 크게 험악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많이 보여서 그런지 문자만 다른 한국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셔틀버스를 많이 타봤지만 적어도 이 기사 분들은 안전 운전을 지향하셨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도 없없습니다. 오히려 안락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러시아의 악명 높은 교통 상황을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이곳 시간으로 14일 오후 1시 30분에 제가 묵고 있는 이즈마일로프 호텔에서 셔틀버스에 탑승했습니다. 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사실 안전 운전을 해야하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약 40대의 버스가 동시에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난다면 211개국에서 온 기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지요. 또 이 이벤트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기자가 현재 참가하고 있는 풋볼 포 프렌드십(Football 4 Friendship) 이벤트는 물론 스폰서인 러시아 가스기업 가즈프롬(Gazprom)의 명성에도 흠집이 나게 됩니다. 안전거리를 무조건 확보해야하는 이유죠.

출발은 상쾌했습니다. 호텔 인근을 러시아 경찰들이 통제했습니다. 고위 관료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중앙도로를 달리면서 쾌적하게 시내까지 이동하는 듯 했습니다. 경찰들을 보면서 '모스크바 시민들은 불편함을 겪겠구나'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최대 관광명소라는 붉은 광장 인근에 이르자 경찰의 통제가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실거주민들의 이동을 전부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이때부터 갑자기 교통 체증이 시작됐습니다.

교통 체증 자체는 한국에서도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다음이었습니다. 거리에 있는 택시와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이 버스 틈으로 끼어든 것입니다. 짜증이 섞인 경적 소리가 계속해서 거리에 울렸습니다.

버스 기사들도 화가 났는지 창문을 내려 러시아어로 (누가 봐도 욕설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시더군요. 독일제 스포츠카를 탄 한 운전자가 버스 기사님들에게 거칠게 대응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연출되는 등 험악한 상황까지 직면했습니다.

사실 저를 포함해 함께 버스를 탄 뉴질랜드, 멕시코 기자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싱글벙글이었습니다. 세상에 싸움 구경만큼 재미난 게 또 어디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이내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혹시 늦으면 어떻게 하지' 란 생각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이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40분이면 간다던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도무지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운전자들과 버스기사들의 신경전 때문에 더욱 지체됐습니다. 버스기사들도 속도를 올리며 상대방의 차에 거의 부딪힐 것처럼 거칠게 운전대를 몰았습니다. 그야말로 영화 '분노의 질주'를 연상케하는 그림이 연출됐습니다.

이러한 신경전이 이어진 끝에 간신히 경기장에 도착하자 시간은 이미 4시였습니다. 심지어 이 정체가 경기장 근처에서도 이어져 원래 내리기로 했던 주차장이 아닌, 경기장 인근에서 하차를 해야 했지요. "지금 상태라면 걸어가는 게 더 빠를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사실 국제 대회에서의 교통 정리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지난 2월 강원도 평창 현장에서 경험한 평창 동계 올림픽과 상당히 비교가 됐습니다. 조직위원회도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주차장을 거점식으로 운영하는 등 묘안을 짜냈지만 무엇보다 강원도민들의 협조적인 태도 덕분에 제법 성공적인 대회가 되었습니다. 이날 모스크바 시민들의 무서운 운전 태도를 보니 그때가 더욱 그리워지더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순 비교는 불가능합니다. 모스크바는 이 넓은 러시아의 수도이고 인구만 1천200만명에 달하는 대도시니까요. 또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의 규모 또한 크게 다릅니다. 경찰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것도 절대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서로 협조했더라면 보다 빨리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전세계 기자들 앞에서 욕설을 주고 받는 추태를 보이지 않아도 됐겠죠.

다행스럽게 본식에 늦지는 않았습니다. 세계적인 가수 로비 윌리엄스가 화려하게 장식한 개막행사도 보았습니다.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가 공연 도중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로 전격 체포되었다더군요. 이것조차도 참으로 러시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짜증과 아쉬움도 사실 개막전의 흥분으로 희석됐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사우디아라비아라지만 5-0이라는 스코어는 월드컵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점수는 아니지요. 대회 분위기 자체도 최고였습니다. 교통 문제가 유일한 옥에 티였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 티가 꽤 커보여서 문제이지만 말이지요.

모스크바(러시아)=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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