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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6> 치매, 불치병인가?
2018년 04월 26일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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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수가모라는 거리에 가면 광복사라는 절이 있다. 수가모는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라고 불릴 정도로 노인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다. 노인들을 위한 먹거리, 건강식품, 예스러운 취향의 물건들이 넘쳐난다.

수가모 한 가운데 자리잡은 광복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기가 절인지 상가인지 모를 정도로 상흔이 물씬하다. 절 입구에는 사람 키 높이의 관음보살이 서있다.

노인들은 돈을 내고 수건을 한 장씩 사서 불상 앞에 줄을 선다. 차례가 되면 모두들 불상에 물을 끼얹고 흰 수건으로 정성껏 문지른다. 어떤 사람은 눈을, 어떤 사람은 어깨를. 아픈 곳을 문지르면 통증이 낫는다는 황당한 속설이 있어서이다.

그런데 이들의 진지한 태도를 보면 노인들이 통증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짐작하게 된다. "질병과 고통은 불가분의 관계다. 나이가 들어 질병이 생기면 몸은 어마어마한 통증으로 질병을 없애달라고 호소한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는 그렇지 않아서 문제다.

통증이 없이, 자각증세도 없어 서서히 뇌를 손상시키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상을 느끼는 시점이면 이미 치매가 3년 이상 경과한 상태이다. 그래서 치매를 '침묵의 질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치매가 무서운 것은 일단 치료약이 없다는 점이다. 아리셉트, 에빅사 등 몇 가지 알려진 약등은 증세를 호전시킬 뿐, 치매 자체를 치료하지 못한다. 국제적인 제약사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구비를 쏟아가며 치매정복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FDA를 통과한 약은 단 하나도 없다.

둘째로 무서운 점은 일단 발병하면 경과기간이 그 어떤 질병보다도 길다는 것이다. 5년~10년을 치매를 가진 채로 살아간다. 기억도 없고 인지능력도 사라진 채 그냥 육체를 가진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 보는 사람도, 당사자도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치매라는 질병이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80세 이상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에게 나타나는 인지기능 장애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치매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으며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도 추정에 가까운 것들이 많았다.

필자가 십 여년 전 일본에서 공부할 때에는 치매를 '나을 수 있는 치매'와 '나을 수 없는 치매'로 구분했었다. 노인들이 사회활동을 안 하고 집안에서 멍하니 지내다 보면 멍청해지는데 이를 '생활습관성치매'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런 경우 열심히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 인지가 정상화된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설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치매는 지속적인 뇌의 손상이며, 어느 임계선을 넘어서면 회복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최근 치매에 대해 새로운 연구과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뇌영상기술의 발달로 인해 알게 된 것이 많다.

치매의 대표격인 알츠하이머성 치매환자의 뇌영상을 보면 신경시냅스 주변에 아말로이드베타라고 불리는 침전물이 쌓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아밀로이드베타는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인간의 정신과 행동조절에 중요한 뇌신경전달물질의 흡수를 방해한다. 그래서 한때는 치매 치료가 아밀로이드베타침전물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최근에는 ApoE4(아포지질단백질)라는 치매유발유전자에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치매유발확률이 50~90%까지 높다고 하는데 미국인의 12%, 한국인의 20%가 이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치매가 유전성이라는 추정이 옳았던 것이다.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젊었을 때부터 치매를 예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내에도 소개된 '알츠하이머의 종말'이라는 저서에 따르면 치매를 일으키는 데에는 염증, 뇌에 필요한 영양, 호르몬, 분자의 감소와 부족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염증은 감염 없이 생기기도 하는데 트랜스 지방섭취가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또 설탕도 치매 유발위험이 높은 식품이다. 인간은 소량의 설탕(하루 15그램)을 섭취하도록 진화됐다. 그런데 탄산음료 한 잔만 해도 허용된 기준치를 초과한다. 이렇게 설탕과다섭취를 하게 되면 지방을 에너지로 저장할 때 아디포카인이라는 뇌파괴물질이 생성된다. 또 체내 세포는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하는 방식으로 밀려드는 포도당에 대응하게 된다.

한편 우리 몸은 혈관 속 포도당이 너무 낮아지지 않도록 인슐린분해효소를 분비하는 데 인슐린분해효소가 하는 일에는 신경시냅스에 침착된 아밀로이드단백질 조각을 분리하는 일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체내에 포도당이 너무 많아지면 인슐린분해효소가 바빠서 아밀로이드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당뇨병은 치매와 상관관계가 높다.

영양소의 불균형도 중요한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꼽는 것이 아연부족과 마그네슘 과다이다.

반대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여성호르몬 에스타디올, 비타민D와 엽산등은 시냅스를 강화하여 치매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또 오메가6는 염증을 유발하고 오메가3는 염증을 줄여준다. 스트레스는 해마신경을 망가뜨리는 코르티솔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

또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생물독성도 치매유발요인으로 지적된다. 오염된 공기, 중금속 노출이 심한 작업장 등에서의 장기간 근무, 흡연 역시 치매 위험을 높인다.

'알츠하이머의 종말'을 쓴 데일 브레드슨 박사에 따르면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집이 비로 물에 잠기지 않게 하려면 한 가지 원인치료로만은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건강한 식습관, 건강한 생활습관이 바로 치매예방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내 몸을 더 오래 사용해야 한다. 소중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쌓여 언젠가는 치매라는 질병을 정복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치료약이 나오지 않을까 라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생긴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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