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소주'로 웃는 하이트, '맥주' 시장서 고전하는 까닭은?


잦은 리뉴얼로 고객층 잃어…수입맥주에 밀려 점유율 20%대로 하락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하이트진로가 소주로 웃고, 맥주로 울고 있다. 소주인 '참이슬'은 지방 소주업체들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고 전 지역에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맥주인 '하이트'는 오비맥주 '카스'의 막강한 벽에 부딪힌 데다 인기를 끌고 있는 수입맥주에게 점차 자리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소주사업부에서 매출 1조345억원, 영업이익 1천164억원을 기록했지만, 맥주사업부에서는 매출 7천736억원, 영업손실 28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맥주사업 실적은 국내 수입맥주 시장 성장에 따라 올해부터 기타부문에 포함됐던 수입맥주 부문의 실적을 합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트는 현재 기린, 싱하, 블랑, 투이즈 엑스트라드라이, 포엑스골드 등 5개 맥주를 수입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써머스비'의 국내 유통도 맡게 됐다.

이처럼 맥주사업 실적이 저조한 것은 수입맥주의 강세와 잦은 리뉴얼에 따른 맛의 변화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탓에 국내 시장 점유율도 최근 20% 초반대까지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이트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58.2%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2013년 3월에는 39.2%까지 떨어졌다. 특히 국내 최초 몰트 맥주 '드라이 피니시 d'를 출시한 후 이 제품에 마케팅력을 치중한 나머지 기존 제품인 '하이트'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오비맥주 '카스'에 추월당했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다시 '하이트'에 집중하고자 2014년 4월 맛과 알코올 도수 등을 개선한 '뉴 하이트'를 출시했지만 롯데주류가 비슷한 시기에 '클라우드'를 내놓으면서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2년 뒤 원료비중과 제조공법, 상표 등 제품 전체를 리뉴얼한 '올 뉴 하이트'를 다시 선보여 반격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또 작년에는 라벨 디자인을 달리해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를 출시했지만, 롯데주류가 작년에 선보인 '피츠'를 견제하기 위해 두 달만에 도수를 4.3도에서 4.5도로 높이기도 했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60% 초중반, 하이트진로가 20% 초반, 수입맥주가 10% 초반, 롯데주류가 3~4%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가 카스에 점유율을 역전 당한 후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변신에 나섰지만 오히려 기존 하이트 제품을 좋아하던 고객까지 잃어버렸다"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롯데주류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하느라 정작 브랜드 정체성을 상실해버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지난해 전년 대비 36.2%나 성장한 반면, 국산 맥주 판매량이 같은 기간 동안 7.6% 역성장했다"며 "오비맥주의 '카스' 점유율은 거의 유지된 반면, 수입맥주의 점유율이 상승한 만큼 신제품 '피츠' 출시로 점유율 확대를 노렸던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의 타격은 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하이트진로의 맥주공장 가동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이트진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강원공장, 마산공장, 전주공장의 평균가동률은 2015년 49.7%였으나, 2016년에 44.2%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38.1%로 대폭 줄었다.

이는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전후로 한 달여간 하이트진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 생산을 중단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급격히 낮아진 수치다. 당시 각 유통채널에서는 파업 영향으로 소주 '참이슬'로 재고난을 겪었으나, 맥주 '하이트'로는 판매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또 하이트진로의 전체 매출에서 맥주 매출 비중도 2015년 42%, 2016년 40.6%, 지난해 39.3%로 매년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내부거래를 제외한 맥주 매출액은 2015년 8천6억원, 2016년 7천667억원, 지난해 7천422억원을 기록하며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카스'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오비맥주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7.5% 가량 늘어난 1조6천635억원, 영업이익이 32.7% 증가한 4천94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보다 31.3% 늘어 3천272억원에 달했다.

이 탓에 하이트진로는 작년 9월 맥주공장 3곳 중 한 곳을 매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초 이를 철회하고 마산공장의 맥주 생산 라인을 전주 공장으로 이전하고, 대신 소주 생산 라인을 새로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소주 점유율이 전국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좋아지자 소주 생산 설비를 늘린 것 같다"며 "맥주 사업에서 계속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소주에 좀 더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평균 52% 수준으로, 앞으로 지방에서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며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소주 부문에서만 3% 수준 정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하이트진로는 소주 사업을 더 강화하기 위해 최근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7.8도에서 17.2도로 0.6도 낮추기로 했다. 소주 도수를 낮출수록 주정 사용량이 줄어들어 생산비가 절감되는 데다, 저도수로 소비자들이 부담을 덜 느끼면서 소비량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가 맥주 사업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소주 도수를 내렸을 것이라는 평가다.

또 맥주 사업에서는 최근 기존 제품 대신 수입맥주와 지난해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의 수입맥주 판매액은 2016년 470억원에서 지난해 850억원으로 2배 정도 상승했으며, 올해는 '써머스비' 등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임과 동시에 '블랑' 등의 성장세에 힘입어 약 1천500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수입맥주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필라이트'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정용 채널에서만 판매됐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6개월 만에 1억캔 이상 판매되며 하이트진로의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이 같은 인기를 이어가고자 올해 3월 '필라이트' 1리터 페트 제품을 추가로 출시해 가정용 제품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를 출시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 제품은 엄연히 따지면 발포주"라며 "필라이트는 맥주 실적이 아닌 기타주류 실적으로 포함돼야 하는 만큼, 맥주 사업만 보면 올해도 실적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소주'로 웃는 하이트, '맥주' 시장서 고전하는 까닭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