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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1년 2개월의 기록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전국 울린 '간호사 편지' 주인공…아름답고도 슬픈 간호사들 이야기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백의(白衣)의 천사(天使)'라 불리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100가지 일을 해야 해서 '백(百)일의 전사(戰士)'라 불리는 사람들. 단 한 번의 실수도 스스로 허락하지 않고 허락받을 수도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 바로 대한민국 간호사다.

신간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는 21년 2개월 동안 외과중환자실에서 수많은 환자를 돌보며 쉼 없이 달려온 한 간호사의 절절한 고백이자 용기 있는 외침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년이 되기까지 걸리는 20여년 동안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직업적 신념을 꿋꿋이 지키며 살아온 한 사람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수도없이 부딪쳤을 고뇌와 좌절은 또 어떻게 이겨냈을까?

이 책은 삶과 죽음이 전쟁 같은 사투를 벌이는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저승사자와 싸우는' 간호사의 업무 현장,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이라는 중요한 축을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늘 처친 어깨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저자는 지난 2015년 전국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 당시 '간호사의 편지'로 전 국민을 감동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2015년 6월 12일 중앙일보 1면)"라는 제목으로 실린 김현아 간호사의 글은 메르스와의 싸움에서 패한 의료인의 회한과 절규, 내 환자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아낸 것이었다.

그 편지는 의료진을 향한 불신을 거두고 전 국민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메르스 조기 종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저자는 2016년 '올해의 간호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가 얻은 개인적 영예와는 별개로 이 나라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인권과 처우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업무 시간이 끝나고도 병원 행사에 강제로 동원되고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강요당하거나 피 말리는 3교대 근무, 인력 부족, 각종 폭언에서 비롯된 감정소모 등 삼중고에 시달리다 결국 한 대형병원의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21년 2개월, 외과중환자실 간호사가 온몸으로 써낸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는 우리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간호사들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이자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를 잊은 채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우울한 단면이기도 하다.

(김현아 지음/쌤앤파커스, 1만4천원)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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