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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도쿄]승리는 기뻤고 야유는 무서웠다
두 번의 중립 한일전 취재에서 허망한 패배 목도, 그래서 더 짜릿
2017년 12월 17일 오전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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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더 위너 테이크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다는 의미로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제목에 맞는 스포츠 경기들은 대게 라이벌전이나 타이틀이 걸린 결승전 등 특수한 상황과 엮인 것일 텐데 17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 한국-일본전이 딱 적합한 경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기장에는 관중 3만6645명이 몰렸습니다. 5만명 수용 가능한 경기장에 한국 응원석 1층의 안전을 위해 1층을 통째로 비웠으니 좌석 점유율이 80%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한일전이라는 흥행 카드는 여전히 일본에서 통한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전까지 잘 보이지 않던 일본 취재진도 가득했습니다.



경기 시작 전 한국 선수단이 먼저 몸을 풀러 나오자 일본 국가대표팀 서포터 '울트라 닛폰'의 야유가 쏟아집니다. 우리 선수단은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이 가볍게 몸을 풉니다. 원정 응원을 온 120명의 붉은악마와 재일 교포 등 1천여명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띤 응원을 보냅니다.

마침 경기장에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원정 첫 16강을 이끈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도 보였습니다. 허 부총재는 "일본에 배울 것은 배워야 하는데 오늘은 우리가 상황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일본을 상대로 강했던 자신의 기운을 전달하겠다고 하더군요.

한일전은 기를 쓰고서라도 잘 치러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기억을 되살려 보겠습니다. 기자는 지난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일본과의 4강전에서 연장 120분까지 혈투를 벌여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허무하게 0-3으로 패하며 3·4위전으로 밀린 현장에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끈질겼죠.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에 황재원의 골로 기어이 2-2를 만들었습니다. 동료 기자와 가장 냉정해야 할 순간에 저절로 일어나서 손뼉을 쳤습니다. 주변에는 온통 일본 취재진이었는데 기자와 동료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주더군요.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더군요. 승부차기에서 밀린 뒤 일본 취재진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이동합니다. 그라운드에서의 패배는 곧 양국 취재진의 희비도 갈라놓더군요.

그로부터 5년 뒤인 지난해 1월 또 카타르 도하에서 '2016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을 취재하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결승에서 일본과 만납니다. 성인, 연령별 대표팀 할 것 없이 일본에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의식을 안고 있는 한국이기에 강하게 싸웁니다.

결과는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2골을 먼저 넣고 귀신에 홀린 마냥 내리 3골을 내주며 2-3으로 패했습니다. 당시 U-23 대표팀 수장이 신태용 감독이었죠. 경기 전날 신 감독은 국내 취재진에 "일본 이기면 큰일 한 번 낼까요"라며 궁금증을 유발했지만 허무한 패배로 큰일이 무엇인지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2011년 8월 삿포로 원정은 0-3 참패로 끝났고 조광래 당시 대표팀 감독은 전격 경질됩니다. 한일전 후폭풍인 거죠. 2013, 2015 동아시안컵에서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반이 3-1로 끝난 뒤 일본 취재진과 관중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1년 11개월 전 기자가 도하에서 보여줬던 표정 그대로더군요. 후반 24분 염기훈(수원 삼성)의 추가골이 터지고 '산책 세리머니'가 나오자 근처의 한 일본 기자는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합니다. 겉으로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는 일본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오시마 히로시 프리랜서 기자는 "한국의 공수 전개에는 힘이 있다. 확실히 경기 분위기를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일본은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다른 기자도 "1군, 2군 상관없이 한일전인데 어디 유럽 강호에게 지는 느낌"이라고 평을 합니다.

이날 경기 중계진으로 나섰던 일본 축구의 전설 중 한 명인 오노 신지는 경기가 끝난 뒤 "일본 선수단에 근성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뛰는지 모르는 표정들이더라. 아무리 이 대표팀에서 4~5명 정도가 월드컵에 간다고 해도 한일전인데 문제가 있지 않은가"라고 혹평합니다.



일본 선수단이 울트라 닛폰으로 향하자 야유가 쏟아집니다. 그나마 관중 일부가 경기장을 빠져나간 상태였기에 금방 잦아들었습니다. 하지만, 홈에서 받는 야유는 확실히 다를 겁니다. 올해 신태용호도 홈에서 그런 비슷한 상황을 겪었으니까요. 일본 관중들의 야유를 유도한 신태용호는 정말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포메이션 변화, 수비 실험, 공격 조합 확인 등 많은 가능성을 확인했고요.

이제 신태용호에 남은 것은 월드컵 본선까지의 철저한 로드맵입니다. 일본도 한일전을 통해 잃은 것을 복기할 겁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겠죠. 뜨거운 감정을 내려놓고 냉정하게 볼 일입니다. 반전으로 얻은 기운을 내년 1월 전지훈련부터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 그래도 한일전 승리는 조금은 즐겼으면 합니다. 절묘하게도 이날 경기를 치른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은 2010년 대회 당시 중국에 0-3으로 패하며 공한증이 깨진 장소였습니다. 나쁜 기운을 완벽하게 털어내며 올해를 마무리하는 신태용호입니다. 한일전 원정 승리가 어디 쉬운가요. 대역전승 소식을 전하게 해준 신태용호에 "땡큐"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도쿄(일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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