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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도쿄]걱정이 필요 없는 일본의 축구 열기


A매치 저조한 관중수에 호들갑, 일상에 퍼진 스포츠 콘텐츠로 '이상 무'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취재를 위해 일본 도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남녀부 모두 오는 16~17일 한 경기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한파가 몰아친 한국보다 나은 일본이지만 도쿄 역시 거센 바람이 체감온도를 영하로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일본 중부 내륙 지방인 군마현(群馬県)이나 홋카이(北海道)도 지역에 폭설이 내려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네요.

그러나 E-1 챔피언십에 나선 대표팀은 추위를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남자부의 경우 일본과 우승을 놓고 '사실상의 결승전'을 앞두고 있고 여자부는 중국과 1승 싸움을 합니다. 자존심 놓고 겨루는 한 판에서 절대 피하기 어려운 승부입니다.

한일전을 앞둔 남자부의 경우 일본 도심에서 서북쪽으로 떨어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릅니다. 도쿄 스타디움이라 불리는데 네이밍 마케팅 덕분에 '아지노모토'로 자연스럽게 불립니다. 길거리 어디에나 '아지노모토'라는 경기장 명칭이 자연스럽게 새겨져 있더군요.

주목할 부분은 일본 언론의 호들갑(?) 내지는 걱정입니다. 지난 12일 중국과의 2차전에는 1만7220명이 찾았는데 역대 A매치 9번째로 적은 관중이라며 걱정을 하더군요. 스포츠호치는 '일본 대표팀의 현실을 반영한 숫자다'고 합니다.

정말 일본의 시선일까 싶으면서도 주변을 돌아보면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정말 좋은 환경으로 인해 축구 열기가 알아서 조성되는 거죠.

북한전 당일 기자는 도쿄 시내에서 지하철 게이오선을 타고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으로 향했습니다. 도착 시간은 경기 시작 두 시간 반 전인 오후 2시였죠. 아지노모토 스타디움과 인접한 도비다큐(飛田給)역에 도착하기 전 지하철 안에서는 J리그 FC도쿄의 소개 영상이 노출됩니다. 이 열차를 타면 FC도쿄의 홈구장에 간다는 의미더군요.

도비다큐역에 내리니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을 함께 사용하는 FC도쿄, 도쿄 베르디(J2리그)의 구단 깃발이 수놓고 있습니다. 아무 느낌도 나지 않는 K리그 연고 도시의 지하철역과는 매우 다르더군요. 물론 FC서울이나 부천FC 1995 등 노력하는 구단들도 있습니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페스트푸드점에는 FC도쿄 구단 정체성인 빨간, 파란 줄무늬 색상으로 수놓아져 있더군요. 심지어 음료수 자동판매기 도색도 빨간, 파란 무늬입니다. E-1 챔피언십 기간 중이라 대회 안내 홍보물이 부착된 부분도 있지만, 연고 구단의 정체성은 살아 있더군요.

인근 음식점의 메뉴판에도 FC도쿄 상징색이 새겨져 있습니다. 대회에 맞춰 짝퉁 대신 진짜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판매하는 좌판도 깔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점박이'라며 낮춰 부르고 있지만, 사무라이 옷깃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유니폼은 인기 만점입니다.

경기 당일에는 도비다큐역에 하차하는 팬들을 위해 저속 열차 말고도 급행 열차가 알아서 정차하는 등 특별편도 편성된다고 하네요. 이 모두가 축구 하나를 위해 이뤄진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관계 기관과 단체에 공문 보내고 협의에 협의를 거듭해도 제대로 되지 않거나 돈을 써야 가능한 한국과는 아주 다릅니다.

FC도쿄의 원래 홈구장은 도쿄국립경기장입니다. 일본이 2020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도쿄 도심에 위치한 도쿄국립경기장은 재건축이 진행 중입니다. 2001년 개장한 도쿄도(東京都)의 조후시(調布市)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으로 이전해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다소 어색한 곳에서 빠르게 주변 지역에 녹아들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합니다.

굳이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TV만 틀어도 축구는 생활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일본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혼다 게이스케(파추카)의 출전으로 화제가 되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은 새벽 시간인데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현지에서 중계진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 생중계를 하더군요.

14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브라이턴 & 호브 알비언전 헤더골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클럽월드컵에서 골을 넣으며 환호하는 장면도 일본 다수 방송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굳이 축구가 아니더라도 야구, 배구 등 다른 스포츠들도 적절히 일상에 스며 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빙속 월드컵 시리즈에서 이상화를 계속 앞서며 좋은 기록을 내는 고다이라 나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루에 한 시간 가까이 내보내는 것도 그렇고요. 일본에 오면 올수록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콘텐츠가 일상에 녹아드는 모습은 참 부럽습니다.

16일 한일전 입장권 판매율도 쑥쑥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5만여석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좌석 점유율이 90%는 충분히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을 떠나 큰 돈 들여 홍보하지 않아도, 날씨에 상관없이 알아서 관전하러 오는 문화는 관중 감소로 '위기'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 K리그나 축구대표팀에는 참 부러운 일입니다. J리그 벤치마킹을 십수 년 해오고 있는 우리는 언제면 관중 걱정 없이 관전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의 스포츠 녹아 들기가 부러운 일본입니다.

조이뉴스24 도쿄(일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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