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감독님을 믿습니다"…현장서 확인한 '윤정환 매직'의 실체


감독 선수간 강한 상호 신뢰…C오사카, 창단 첫 우승컵 원동력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세레소 오사카의 올 시즌 선전에는 이유가 있었다. 윤정환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 생긴 강력한 신뢰가 그 바탕이었다.

세레소 오사카는 18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프로축구 메이지야스다생명 J1리그 32라운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 경기에서 4-1의 완승을 거뒀다.

초반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르뱅컵 우승 이후 약 3주만에 가지는 실전경기였다.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전 경기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FC바르셀로나(스페인) 출신인 다비드 바분스키에게 전광석화같은 중거리슛을 허용하면서 점수도 뒤졌다.

그러나 그 뒤로 수비라인과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 소우자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 라인이 안정됐다. 후반에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개선됐다. 뛰는 양도 많아졌고 자연스레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내린 요코하마를 압박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기요타케 히로시와 가키타니 요이치로가 빼어난 패스와 호흡으로 수비를 허물었다. 윤정환 감독의 애제자인 미즈누마 고타도 특유의 재기넘치는 움직임을 보여줬고 현 일본 국가대표인 스기모토 겐유도 타점 높은 헤더는 물론 라인을 무너뜨리려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수비에선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마테이 요니치가 맹위를 떨쳤다. 4-1로 이기며 내용은 물론 결과까지 잡았다.

이 승리로 세레소 오사카는 4연승을 내달렸다. 18승6무8패 승점 60으로 리그 3위를 지켰다. 4위인 가시와 레이솔과 승점 2점차다. 하지만 여러모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가능성은 그 어느 팀보다 높은 상황이다. 리그 3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왕배에서도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이다. 흐름이 좋은 가운데 빗셀 고베(9위) 알비렉스 니가타(18위, 최하위) 등 저조한 팀을 만나는 것도 호재다.

여기에 윤 감독의 세레소 오사카는 2017 YBC 르뱅컵(리그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1995년 얀마 디젤 축구부에서 세레소 오사카로 이름을 바꾸고 J리그에 참가한 이후 처음으로 차지한 우승컵이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 모두가 윤 감독을 헹가래치는 장면도 보였다. 여기에 리그에서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도스 시절 이상의 최고의 한 해를 경험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윤정환 감독도 올 시즌, 특히 최근의 흐름에 있어 크게 만족해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컵 대회 우승이 큰 경험이 된 것 같다"면서 "초반엔 분명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컵 대회 경험을 살려 이날 경기서도 대승을 거둘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팀원들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는 "팀이 지고 있었지만 다시 일어서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이러한 부분은 이전 팀에는 없었던 부분"이라면서 "선수들이 대화를 통해 경기 중에도 잘 고쳐나가고 있다. 잘 이해를 하고 어떤 의미에선 경기를 즐기고 있는 부분"이라며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윤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후반 갑작스레 경기력이 좋아진 점에 대해 혹시 어떤 말을 했냐는 질문에 그는 "선수들에게 크게 뭔가를 말한 것은 없었다. 전반에 실점 이후도 그렇고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선수 경력에서 처음으로 20골 고지를 점령하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도 승선한 공격수 스기모토에 대해서도 "별 다른 조언을 해준 게 없다. 몇 가지 부분을 말해줬는데 본인이 스스로 깨달은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ACL 출전에 대해서도 "우리 팀 멤버가 좋다. (ACL에) 갈 수 있는 팀이고 지금 상황이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수들 그리고 팀에 대한 신뢰가 엿보이는 단어 선택이었다.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도 입모아 ‘존경’

단순히 윤 감독의 일방통행은 아니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세레소 오사카의 선수들도 입을 모아 윤 감독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했다.

올 시즌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한 야마무라 가즈야는 윤정환 감독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가시마 앤틀러스 시절엔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주로 소화했다. 수비적인 선수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현역 시절 그라운드의 사령탑이었던 윤 감독의 지휘 아래 과감하게 포지션을 변경했다. 부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25경기서 8골을 넣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윤정환 감독님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이 포지션에서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셨고 또 많은 기회를 주셨다"고 윤 감독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움직임에 대해서도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 새로운 포지션에서 도전을 할 기회를 주셨다. 그런 부분에서 나도 열심히 해 성과를 어느정도 남기면서 기대에 부응한 것 같다"면서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올 시즌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야마구치 호타루도 마찬가지였다. 세레소 오사카 유소년팀에서 성인팀에 데뷔했고 하노버96(독일)에서 뛴 적도 있다. 현재 세레소 오사카의 주장이며 등번호 10번을 받을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선수다.

그런 야마구치조차도 "윤 감독님이 오신 후 팀의 큰 부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부분은 바로 나약함. 야마구치는 "(윤 감독님이) 약했던 세레소 오사카를 강한 팀으로 변모시켜주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바꾼 것만이 아니라 눈에 확실히 보이는 성과도 내주셨다. 지금까지 세레소 오사카가 우승 타이틀을 하나도 따내지 못했었는데 윤 감독이 온 뒤로 우승을 하지 않았느냐"면서 "그런 부분이 내가 느끼기에 가장 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레소 오사카는 항상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건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인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올 시즌엔 거기에 더해서 승부처에서의 강함이라든가, 저녁에 연습을 하는 습관 등을 감독님이 팀에 뿌리내려주셨다"고 정신적인 무장을 하게 해준 윤 감독에게 존경을 표했다.

애제자라 할 수 있는 미즈누마는 좀 더 깍듯하게 윤정환을 대했다. 그는 2012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사간 도스에서 뛰면서 윤정환 감독이 펼치는 축구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과거 윤 감독은 "미즈누마 같은 선수들이 있으면 축구를 하기가 편하다"라고 그를 칭찬한 적도 있다. 일본 연령별 대표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리그에서도 실적을 남긴 미즈누마다. 올 시즌에도 윤정환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임대로 세레소 오사카로 이적해왔다. 다가오는 2018시즌엔 완전 이적이 유력하다.

미즈누마는 "감독님의 말씀은 굉장히 심플하다. 하지만 그런 한 마디 한 마디가 선수들에게 확실히 침투하고 있다"면서 "투쟁심을 강조하신다든가, 한 발 더 뛴다든가 수비에 대한 전환이라든가 하는 부분을 항상 말씀하시는데 그런 부분을 경기장에서 더욱 잘 표출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침투시킨 부분은 윤 감독님의 대단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미있는 말도 했다. 자신은 조력자라는 것. 3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세레소 오사카엔 윤 감독님에 대해 잘 모르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건 이런 의미'라는 걸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감독님의 지도가 점점 더 팀에 맞아들어가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레소 오사카에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도 많다. 그정도 수준의 선수들에겐 나름대로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을 수 있지 않나.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잘 조절되고 있다. 또 감독님이 많은 것을 말씀 안하시고 경기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 그런 것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요인같다"면서 "거기에 결과까지 좋으니 분위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ACL에도 꼭 나가고 싶다. 일왕배에서도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말한 그는 "윤정환 감독님을 꼭 헹가래쳐주고 싶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세레소 오사카는 올 시즌 2부리그에 해당하는 J2리그에서 갓 승격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잘 나갈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과거 가가와 신지(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이누이 다카시(SD에이바르) 등 화려한 멤버를 보유한 적도 있었지만 2부리그 우승조차 해본 적이 없는 팀이다. 2부에 있기는 아까운 팀이라든가 화려한 멤버가 모인 강팀이라는 평가는 받아왔지만 실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기기 위한 마지막 스텝도 늘 한 보 모자랐다.

그러나 윤정환 감독은 이러한 팀을 첫 해부터 모조리 바꿔가고 있다. 많은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선수들의 증언처럼 팀원들을 신뢰함과 동시에 이기는 법 그리고 승자의 마인드를 팀에 주입하고 있다. 일본 최고 수준의 선수들 또한 이러한 윤정환 감독의 지도법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모양새다.상호간의 끈끈한 믿음이 있는 한 세레소 오사카의 일본 축구계 폭격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이뉴스24 요코하마(일본)=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감독님을 믿습니다"…현장서 확인한 '윤정환 매직'의 실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