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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의 NOW 도쿄]도쿄돔의 '종이팩' 자판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시간절약은 물론 안전 문제까지 해결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일본의 거리를 무심코 걷다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판매기(자판기)입니다. 보통 음료를 판매하는 자판기가 가장 많지만 담배 자판기나 맥주 자판기도 꽤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이런 음료나 기호품에 그치지 않고 승차권이나 주차권 등도 자판기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한국도 자판기가 많고 나름대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지만 일본은 그 수와 규모가 압도적입니다.

일본자동판매시스템기계공업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일본의 자판기 등록수는 약 494만1천400대 가량이라고 합니다. 잘 와닿지 않나요. 판매 금액을 보면 눈이 번쩍합니다. 무려 4조7천360만3천470만엔, 한화로 약 47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이 숫자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하네요.

최근에는 일본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교통카드인 스이카(Suica)나 파스모(Pasmo) 등 이른바 '전자 머니'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이 돼 있습니다.

단순히 스이카만을 이용하는 시스템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 스이카가 애플 아이폰 안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달라지는 양상입니다.

아이폰에서 스이카로 등록과 충전이 가능해 최근에는 전화기로 간단히 음료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저도 음료수를 참 좋아하는 편이라 종종 사용해보곤 하는데 역시 편합니다. 계산 시간이 1초면 된다는 점에서 정말로 매력적입니다.

사실 자판기가 길에만 많은 것은 아닙니다. 많은 스포츠 시설에서 이 자판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축구장에도, 야구장에도, 농구장에서도 이러한 자판기 시설을 볼 수가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주료를 제외한 청량음료 자판기민 구비돼 있지요.

경기장 내에 자판기가 놓여져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크게 나누면 두 가지인데 우선 가격을 먼저 꼽을 수 있겠네요. 자판기의 음료가 경기장 내의 매점에서 파는 음료보다 조금 더 저렴합니다.

제가 지금 와있는 도쿄돔을 기준으로 비교를 해볼까요. 자판기로 산 블랙 커피는 170엔, 한화로 약 1천700원 수준입니다. 매점에서 비슷한 양의 블랙 커피는 340엔, 한화로 3천4백원 남짓하는 금액입니다. 매점 커피가 양이 좀 더 많고 따끈따끈합니다만, 가격적인 메리트는 자판기 쪽이 확실히 있는 편이죠.

두 번째는 시간 절약입니다. 야구장에서 음료나 음식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섰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줄이 짧으면 빨리 빨리 넘어갑니다만 서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여간 짜증이 나는 일이 아닙니다. 클리닝 타임에 잠깐 나왔는데 경기가 시작했다든가, 자신이 좋아하는 타자의 타석을 놓친다든가 하는 불상사(?)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자판기라면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는 게 전부입니다. 자판기에서 음료를 사기 위해 줄이 길어지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일본 야구계는 하나의 묘안을 더 짜냈습니다. 여러분, 사진을 보고 이상한 것 못 느끼셨나요. 음료 팩이 마치 우유 팩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네 맞습니다. 바로 종이팩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요. 도쿄돔 안에 있는 자판기는 모두 이 종이팩에 든 음료를 판매하고 있더군요. 탄산음료는 없지만 커피나 차, 과일주스 등의 종류는 모두 있었습니다.

길거리에 있는 대부분의 자판기가 이 종이팩을 채용한 이유가 참 재밌습니다. '안전'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모든 스타디움에선 캔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금지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인상으로는 지난 2007년 이후 거의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캔을 가지고 갈 수 없게 됐습니다.

먹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경기장 내부에서 맥주를 구입하면 보통 종이컵에 음료를 넣어주거나 하죠. 페트병에 든 음료를 사면 뚜껑을 아예 따서 주고요.

하지만 일본은 이러한 번거로움을 막고 경기장 내 투척 등 안전에 대한 문제를 막고자 이렇게 종이팩을 도입했습니다. 도쿄돔 관계자는 "종이팩으로 된 음료가 언제부터 자판기에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꽤 오래되었다"면서도 "안전 문제에 대한 의식으로 종이팩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KBO도 이러한 경기장 내 반입 금지에 대한 확실한 플랜은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세이프(SAFE) 캠페인인데요. 주류나 캔, 병 그리고 1리터 이상의 페트병은 반입을 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한때 취객들이 술병을 던지거나 하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이 캠페인이 시행된 이후로 KBO리그의 관전 문화는 굉장히 좋아졌다는 평가입니다.

이 세이프 캠페인에 일본의 사례처럼 종이팩으로 된 음료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 장점에 보다 경기장 내의 안전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만 여러분 생각이 궁금하군요.

조이뉴스24 도쿄(일본)=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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