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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세탁기, 美 빗장풀기 '안간힘'(종합)


국내 업계 "월풀, 아직 美 시장 지배…심각한 피해 없어"

[아이뉴스24 강민경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수입산 세탁기에 빗장을 걸어 잠그려 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9일(현지시각) ITC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자국 세탁기 산업 피해 구제조치 공청회에 자사 관계자들을 파견했다. 수입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서다.

국내 전자업계는 현지 세탁기 공장 건설부지로 선정된 주(州)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빌렸다. 삼성전자는 랄프 노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 하원의원과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를 동원했다. LG전자에서는 밥 롤프 테네시주 상공부장관이 지원군으로 나섰다.

이들이 제시한 논리는 ▲한국산 세탁기는 지난 5일 ITC의 산업피해 판정에서 무혐의로 간주됐다는 점 ▲세이프가드 발동 시 미국 현지 공장의 정상 운영이 어려워짐에 따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미국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점 등으로 요약된다.

◆월풀 "세탁기 관세 50%로 올려달라"

사건의 발단이 된 업체는 미국 '월풀'이다. 이 업체는 지난 5월 31일 ITC에 "수입산 세탁기에 대한 관세를 1%에서 40%로 올려 달라"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ITC에 제출했다.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자국 산업 생태계를 흐린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서 월풀이 관세 인상을 요구한 품목은 용량이 13~30kg인 대형 가정용 세탁기와 관련 부품이다.

6월 5일에 ITC는 직접 자국 산업 피해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약 120일간의 조사를 마친 뒤 9월 7일에는 각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다. ITC는 이 자리에서 월풀과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10월 5일에는 4명의 ITC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외국산 세탁기로 인해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무혐의로 간주했다. 한국산 세탁기가 산업피해의 상당한 원인이 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19일에는 수입산 세탁기에 대해 어떤 구제조치를 취할 지 논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직전날인 18일 월풀은 ▲수입산 세탁기 및 부품에 대한 3년간 고율관세 부과(1차년도 50%, 2차년도 49%, 3차년도 48%) ▲세탁기 부품에 대한 수입쿼터(3년 평균 수입량) 추가 부과 등의 요구를 담은 의견서를 ITC에 전달했다.

ITC는 19일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들을 취합해 내달 21일 구제조치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 이날 미국으로 들어가는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의 운명이 결정된다.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구제조치 종류로는 ▲쿼터(수입량 상한선 설정) ▲쿼터할당 후 초과분 관세부과 ▲관세 부과 등이 거론되고 있다.

ITC는 자국 산업피해 현황과 구제조치를 담은 보고서를 12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부터 약 60일 이내에 ITC가 제안한 조치를 취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적어도 내년 2월 이내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국내 업계 "월풀, 북미서 시장지배력 유지…심각한 피해 없어"

국내 업계에서는 월풀의 논리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아직까지 월풀이 현지 세탁기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월풀 38% ▲삼성전자 17% ▲LG전자 14%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을 합치더라도 월풀의 수치에 못 미친다.

북미 지역에서도 월풀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월풀의 북미 매출은 전년대비 7.1% 오른 30억달러(약 3조4천억원)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4.1% 오른 3억5천400만달러(약 4천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월풀의 북미 지역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꾸준히 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국내산 세탁기로 인해 월풀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고 꼬집었다.

다만 국내산 세탁기가 미국에서 존재감을 크게 확대한 영역은 드럼세탁기 품목으로 한정된다. 이 영역에서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트랙라인 기준 50%에 육박한다. 다만 이 품목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영역에 속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또한 업계와 손잡고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세이프가드 위원회에서 세탁기 세이프가드에 대한 국내 업계 입장을 적극 개진한다는 계획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미국 세탁기 산업이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ITC가 세이프가드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며 "최후 수단으로 정부 차원에서 WTO 제소까지 고려하는 것이 합당하다"라고 말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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