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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육아휴직 시 직책강등·원거리발령" 논란


노조 "사측 관리자 '살쪄서 매력없다' 등 외모 비하 일삼아"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 LG생활건강의 면세점 판매직 근로자인 A씨는 임신 당시 창고정리와 연장근무 등 무리한 근무를 반복하다 출산 예정일 한 달 전 심한 하혈을 겪었다. 임신 후 12~36주 사이 여성 근로자는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 법안이 2014년 9월부터 시행돼 이를 호소했으나 회사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 LG생활건강 면세점 매니저로 근무했던 B씨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11개월 간 쉬었다는 이유로 매니저 자격을 박탈당했다. 사측은 매니저로 복귀하려면 일반직원으로 2년간 근무해야 한다며 B씨를 왕복 5~6시간 거리의 매장으로 배치했다. 당초 이곳에서 3개월만 근무하면 된다고 했지만 B씨는 그보다 6개월 긴 총 9개월을 근무해야 했다.

일주일째 파업 중인 LG생활건강 노동조합은 26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했다. 회사 관리자들이 면세점 여성 판매직 근로자들의 외모를 비하하고 육아휴직을 제재해왔다는 주장이다. 또 파업 기간 중 면세점 인력과 도급업체 인력을 투입해 합법적인 쟁의권을 빼앗았다고 지적했다.

노측 주장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매니저 직책을 박탈하거나 원거리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장기간 육아휴직을 제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조합원 김모씨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내부규정이 있음에도 사측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일부 복귀자들은 사실상 월급차이가 월 1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매장으로 배정받는 등 장기 휴직자를 부당 대우해왔다"고 성토했다.

또 회사 관리자들이 "살이 붙은 건 자기 관리를 못해서다", "우리 회사에 66사이즈 이상은 다닐 수 없다", "살이 쪄서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다"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뒤늦게 해당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서긴 했으나 그동안 현장에서 이를 제지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LG생활건강과 면세점은 현행 노조법상 쟁의 행위 기간 중 대체인력 투입이 금지돼 있음에도 이를 어기고 면세점 인력과 도급업체 인력을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25일 LG생활건강과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을 대체 근로금지 조항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한 상태다.

백웅현 노조위원장은 "LG생활건강은 지난 2013년 2월 매월 50%씩 지급하던 상여금을 '역량급'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후 본인 동의없이 지급율을 39%로 하향조정했다"며 "사측은 지난 몇 년 동안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실적 성장의 1등 공신인 면세점 판매직 근로자들의 기본급은 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매장 관리자가 반드시 필요한 데도 그동안 배려 차원에서 육아휴직 최대 6개월까지 매니저 직책을 유지해온 것"이라며 "성희롱 관련해서는 상시 조사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신고가 들어오거나 확인된 부분이 아직까진 없다"고 말했다. 상여금 축소에 대해서는 "임금구조 변경에 따라 상여금이 역량급으로 바뀌긴 했으나, 고정OT가 추가되면서 직원 급여 총액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해명했다.

◆총파업 일주일째…파업 장기화 때 실적 '빨간불' 우려

이날 노조는 청주공장 총파업 일주일 만에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앞에서 총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날 사측과 12시간 가량의 본교섭에 나섰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정기 호봉 승급분 2.1%를 포함한 13.8%를, 사측은 호봉승급분 포함 5.25%를 임금인상률로 제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임금 인상률을 조정할 의지가 있었으나, 사측은 오직 원안만을 고수해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측의 입장차가 커 청주공장 총파업은 추석 이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청주공장은 치약·샴푸·세제·섬유유연제 등의 생활용품과 럭셔리 브랜드 '후'와 '숨' 등 모든 화장품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조8천604억원을 생산해 전체 생산능력의 55.03%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올 상반기 LG생활건강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속에서도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4천924억원, 매출액은 1.9% 늘어난 3조1천30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천489억원으로 9.6% 늘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총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LG생활건강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백 노조위원장은 "LG생활건강은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으나 조합원들 기본급은 매년 자연스럽게 오르는 임금인상분(2.1%)을 제외하면 1%만 인상됐다"며 "일반적으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예의상으로라도 사측이 교섭을 요구하는데, LG생활건강은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며칠간 교섭 요구도 하지 않고 어렵게 마련된 자리에서도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고 있으니 협상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LG생활건강은 총파업 여파로 면세점 판매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더 사가 오브 수'의 온라인 면세점 판매를 임시 중단한 상태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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