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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뉴스]
[김동현]정말로 걱정되는 '히딩크 광풍'
15년전 상황과 지금은 180도 달라…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2017년 09월 15일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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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기여'라는 말은 언뜻 매우 달콤하게 들린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 것일까. 냉정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드디어 직접 말문을 열었다. 14일 오후(한국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유럽주재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 히딩크재단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던 말들이 드디어 당사자의 입을 통해서 확인된 것이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과 경기가 끝난 직후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온지 정확히 8일만의 일이다.



그간 국민 여론은 히딩크로 쏠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국가대표팀이 이란(0-0 무승부) 그리고 우즈베키스탄(0-0 무승부)과 경기에서 썩 시원스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면서 이러한 여론이 '광풍'처럼 번졌다.

◆ 1개월당 2.5경기, 과연 타당했을까

히딩크 감독이 이룩한 '4강 신화'는 그를 원하는 여론의 근저에 깔려있다. 지난 2000년말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리에 올라 2년간 한국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던 그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까지 썼다.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은 이 대회에서만 3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신화'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당시의 기억은 끊임없이 미디어, 그리고 팬들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 당시의 비정상적이었던 절차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4강 신화라는 결과물만 남았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당시 국가대표 팀이 치른 경기는 총 38경기였다. 승부차기 승리를 포함해 14승13무11패의 기록이다. 유럽의 다양한 강호들과 겨뤄 4강 신화까지 썼으니 '기록'과 '결과'만 놓고보면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경기가 열린 기간을 보면 이 수치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2001년 1월 24일 열렸던 홍콩 칼스버그컵을 시작으로 2002년 6월 29일 월드컵 마지막 경기였던 터키와 경기까지 단 1년 5개월만에 치른 경기가 총 38경기였다.

주당 1회 이상의 경기를 치르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클럽 당 경기수가 38경기인 것을 감안하면 국가대표팀에서 이 경기수는 비정상적으로 많다. 1개월당 2.5경기에 육박한다. 리그를 비정상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기간과 비교해도 이 수치는 압도적이다. 슈틸리케호는 2년 8개월동안 39경기를 치렀다. 27승5무7패의 호성적은 차치하더라도 32개월동안 39경기이니 1개월당 1.2경기를 치른 셈이다.

함께 월드컵을 공동 개최해 16강 진출을 일궜던 일본은 어떨까. 필립 트루시에 당시 일본 감독은 부임 당시 총 54경기를 치렀다. 많은 숫자다.

그런데 부임 기간은 히딩크의 2배 이상이다. 트루시에 감독은 98년 10월부터 2002년 6월까지 팀을 이끌었다. 3년 8개월, 44개월의 기간이다. 1개월당 1.2경기의 수치이니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J리그는 정상적으로 치러지면서 수많은 스타선수들 그리고 드라마를 낳았다.

◆ 절차와 명분없는 결정, 이젠 안돼

정리해서 말하자면 당시의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1승에 목마른 5수생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히딩크라는 과외선생님에게 '단기 속성 과외'를 받았다. 집안(KFA)의 담대한 지원도 있었다. 과외선생님은 학교(K리그)도 가지말고 과외만 받으라는 조건으로 팀을 맡았고 결국 목표를 이뤄냈다.

명과 암이 분명한 성과였다. 단지 갈증이 심했던 만큼 그 해갈된 순간의 기쁨도 컸을 뿐이다.

냉정하게 상황을 보자. 당시와 지금은 마치 손바닥과 손등을 보듯이 상황이 다르다. 그런 지원을 해줄 형편도 아닐 뿐더러 월드컵을 위해 K리그를 중단하자는 말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국가대표 전원을 합숙시킬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도 없다. 설기현(안더레흐트/벨기에) 안정환(페루자/이탈리아)를 제외하곤 유럽파가 없었던 당시의 대표팀과 달리 지금 대표팀은 유럽파가 주축이다. 신태용호 명단만 봐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권창훈(디종FCO) 황희찬(잘츠부르크 레드불) 등 유럽권에서 뛰는 선수가 5명이나 있다.

아울러 당시엔 중국과 중동에서 뛰던 선수도 없었다. 해외파라고 해야 일본에서 뛰는 선수가 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과 일본파를 포함한 해외파가 15명이나 된다. 소집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오죽하면 히딩크 감독 본인도 14일 기자회견에서 "2002년 월드컵을 재현할 수 없다"고 말했을지,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물론 히딩크 감독의 '기여하고 싶다'는 뜻은 감정적인 측면에선 참으로 고맙다. 여전히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KFA도 "언제든지 조언을 구하겠다"는 말로 회신을 보냈다. 최대한의 예우를 보낸 셈이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발언은 모호하다. 국어사전 상으로는 '도움이 되도록 이바지함'을 뜻하는 '기여'라는 단어가 '어떤 형태'라는 단어와 만나 그 모호함이 더욱 커졌다. 기여하고 싶다는 뜻은 밝혔지만, '어떻게'라는 구체성이 결여됐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청사진이 없는 상황이라 히딩크 광풍이 더욱 씁쓸하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7월 4일 부임해 이제 막 부임 3달째를 맞이했고 단 두 경기를 치렀다. 선수단에 자신의 색깔을 묻히기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월드컵 진출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 비유하자면 이틀정도 남은 예비고사를 벼락치기로 공부해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았으니 불합격시키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정작 중요한 시험을 남겨두고서 말이다.

문득 한국 사회의 단면이 겹친다. 우리는 지난 반 세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절차와 명분이 없는 지독한 혼란의 시기로 보냈다. 이유없이 누군가가 '블랙리스트'로 낙인찍히고 이유없이 약자들이 희생됐던 시대를 겪었다.

그 결과 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앙시앙레짐(구체제)의 종말과 새시대의 도래를 염원했다. 불과 수 개월 전 기억이 생생한데 작금의 사태는 무질서하기만 하다. 이번 히딩크 사태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하는 기사에는 '축구협회의 앞잡이' 같은 댓글이 빠지지 않는다. 마치 우리 사회의 조급한 면이 이번 논란에도 그대로 묻어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그 사태의 중심에 우리 축구사의 '살아있는 신화'이자 '영웅'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뒷맛이 씁쓸하다.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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