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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정말 월드컵 못가기를 바랐나요
9회 연속 진출에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 공짜로 오는 티켓은 없다
2017년 09월 09일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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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주심의 호각이 울리자 성난 우즈베키스탄 관중들은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집어 던집니다. 한시가 급한데 뒤로 볼을 돌리고 있는 선수들에게 공격하라는 삼벨 바바얀 감독의 손짓에도 올라가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이 직행했고 호주와 시리아가 플레이오프를 치러 최종 승자가 북중미 4위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갖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이뉴스24'는 지난 6일(한국시간) 끝난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원정 경기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뭐랄까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 역사상 쉽게 겪어 보기 어려운 상황을 견디려니 참 쉽지 않았습니다.



1994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인 '도하의 기적' 못지않은 느낌입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2위로 버티고 있었고 3위 시리아와도 승점 2점 차이였는데 골득실이 같았고 우즈벡도 한국과 2점 차이인데다 살 떨리는 승부에 위축되기 쉬운 원정 경기, 이전 과정과 상황들이 나빴기 때문인지 더 힘들게 느껴지더군요.

경기 전 만났던 우즈벡 취재진은 희망과 절망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중계 방송사인 TVR의 니크라벡 기자는 "왜 하필 마지막에 한국과 만나는지 원망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분명 지지 않으려 기를 쓸 텐데 이것을 넘느냐 마느냐가 경기를 가르지 않을까 싶다"고 하더군요.

우즈벡은 한국의 월드컵 나가는 경험을 부러워했습니다. 즉 최종예선 운영 과정을 영리하게 해서 본선 티켓을 얻는 힘을 놀라워 한 거죠. 소위 'UTU(UP TO UP)'이라 불리는 '올라갈 팀은 올라가는' 힘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인정한 겁니다.

희비가 갈린 순간 기자 근처에 앉아 있던 3명의 우즈벡 취재진은 책상을 내려칩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절망, 어두움이 묻어 나오더군요. 반대로 기자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란-시리아전 상황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정말 냉정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는데 본선 진출로 결정이 나니 맥이 풀리더군요.

입때껏 취재했던 경기 중 가장 감정 소모가 심하지 않았나 싶더랍니다. 니크라벡 기자가 "축하해. 한국이 본선에서 우즈벡 몫까지 해달라"라는 말에 "다음에는 꼭 같이 가자"고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만 서로 기분이 다른 것을 감추기는 어렵더군요. 위로를 받아도 탈락이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분위기가 묘합니다. 우즈벡 관중들은 어쨌든 본선에 올라간 한국에 존경과 부러움의 박수를 보내는데 국내의 반응은 그것이 아니더군요. 진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과 비판이 컸고 '지지 않은' 경기를 했던 신태용 감독에 대한 불신까지 감지되더군요. 단 두 경기만 지도했는데도 말이죠. 분명 두 경기는 '내용' 대신 '결과'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는 것을 모두가 모르지는 않을텐데 말이죠.

먹통이었던 인터넷 탓에 숙소로 돌아와서 확인한 모바일 메신저에는 무려 1천개가 넘는 지인들의 대화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대부분 축구 관련이었는데 '부끄럽다', '이렇게 본선 가서 뭐하나', '그냥 우즈벡에나 시리아에 양보하지' 등의 내용이 보였습니다.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기자의 이메일에 온 일부 독자들의 글도 비슷했습니다.

혹시 정말로 우리가 아닌 이들이 본선에 진출했다면, 그 현장에서 기자를 비롯한 국내 취재진은 우즈벡 취재진의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겠죠. "바바얀 물러나라"며 소리치던 우즈벡 관중들의 쏟아내는 기쁨의 환호에 경기장이나 제대로 빠져나갔을지도 의문입니다. 앞서 전해드린 대로 같은 숙소에 묵은 우즈벡 선수단의 축하 파티를 씁쓸하게 보면서 밤잠을 설쳤으려나요.

물론 그런 감정들이 애정에서 나왔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한편으로는 'FC코리아'로 대표되는 대표팀 올인 정서가 이번에도 또 어김없이 작용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관중몰이에 걱정하는 K리그에서 뛰는 K리거가 이란, 우즈벡전 최고 활약 선수들로 꼽히는데 현실은 정반대니 말입니다. 한국의 축구 환경이나 수준이 브라질이나 잉글랜드, 스페인급인가 싶었습니다. 현실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아시아 4위인데 말이죠.



그래서 진심으로 묻고 싶었습니다. 진짜로 본선 진출이 좌절됐으면 하는지를요. 온 국민이 4년마다, 어쨌든 한국이 끼어 있어서 즐기는 공짜 축제를 거할 생각들이 있는지 말이죠. 탈락 후폭풍을 함께 책임지고 다음을 위해 극복할 것인지도요.

경기 후 만난 일부 선수들은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월드컵의 가치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았기 때문이죠. 과정을 통해 그 부담을 제대로 느끼며 본선에서는 정말 잘 뛰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마 예상하던데 이번에 탈락했다면 3년 전과 방식만 달랐지 결론은 똑같았을지도 모릅니다. 희생양 한 명을 만들고 책임을 전가한 뒤 잊고 넘어가는 패턴 말이지요.

같이 부담을 짊어지기 어렵다면 그런 말들을 쉽게 꺼내기보다 그라운드에서 전쟁을 벌이는 선수들에게 더 용기를 주는 '원팀'과 함께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그 순간에는 선수단만 원팀은 아니니까요.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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