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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타슈켄트]기대되는 '분요드코르 효과'


정권 입맛으로 투자와 성장, 거대한 인프라에서 훈련으로 우즈벡 잡아볼까요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우즈베키스탄은 지난달 20일(한국시간) 일찌감치 조기 소집으로 대표팀 운영에 나섰습니다. 31일 중국에 0-1로 패하면서 시리아와 승점 12점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4위로 떨어졌죠.

그렇지만, 기회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닙니다. 5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최종전 한국전을 이긴다면 본선 진출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조기 소집 후 다수의 선수를 대표팀에 보낸 파흐타코르, 로코모티브 타슈켄트 등 자국 리그 전통 명문 구단의 경기는 연기했다고 합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분요드코르는 대표팀 차출 선수에 상관없이 경기를 하겠다고 주장해서 리그를 예정대로 했다고 하네요.

우즈벡 프로리그는 구소련 독립 이듬해인 1992년 정식 출범했다고 합니다. 16팀이 경쟁해 상위 3팀은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획득하고 꼴찌는 2부리그 강등, 15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벌인다고 합니다. K리그와 유사한 체계인 것이죠.

대표팀이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장소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은 분요드코르의 클럽하우스라고 합니다. 대표팀은 7번 훈련장을 고정으로 배정 받았고 2·3일 훈련을 했습니다.

분요드코르는 K리그 팬이라면 '한국에 강한' 이미지로 남아 있는 팀입니다. ACL이 동서로 분리되면서 중앙아시아인 우즈벡은 중동 리그와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치르는 것으로 재편됐지만 2012년까지만 해도 8강에서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를 만나는 등 익숙한 팀입니다. 고비마다 K리그를 이겨 'K리그 킬러'로 불렸답니다.

2005년 창단한 분요드코르는 26년 장기 집권을 하다 지난해 서거한 고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구단입니다. 그의 장녀 굴라나 카리모프가 구단주였죠. 현재는 굴라나가 구단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구단의 성장은 대단했습니다.

그래도 카리모프 정권 당시 우즈벡은 천연가스 사업으로 큰 재미를 봤습니다. 석유 대신 가스였지만 팔아서 번 돈을 구단 운영에 쏟아 부었죠. 2009년 포항의 ACL 우승 당시 8강에서 만난 분요드코르에는 세계적인 명장으로 2002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가 몸값 1천200만 파운드(당시 환울 기준 238억원)에 지휘봉을 잡았고 히바우두 등 세계적인 선수를 거액에 영입했죠.

축구단 운영을 통해 장녀인 굴라나의 지도력을 키우고 대중적 인기를 심어주려는 카리모프 대통령의 전략은 꽤 재미를 봤답니다. 수도 타슈켄트를 연고로 하는 기존 파흐타코르에 대적 가능한 팀으로 성장했으니까요. 물론 정치적인 투자에 따른 성장이었으니 운영비가 줄어 가난해진 부분도 있고 성적도 올 시즌은 중위권으로 신통치 않다고 하네요.

투자는 2012년까지는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해 9월 마침내 3만4천석 규모의 타슈켄트 스타디움이 완공됐습니다. 당시 한국은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브라질월드컵 예선을 치러 이 경기장을 경험하지는 못했답니다. 그해 ACL 우승을 했던 울산도 분요드코르와 4강에서 만났지만 구 홈구장인 자르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렀다네요. 당시 울산의 우승을 이끌었던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이번 대표팀 단장 자격으로 타슈켄트를 찾았습니다. 그는 "그 경기장이 아니다. 참 많이 달라졌고 좋아졌다. 은근히 어색하기도 하다"며 감탄사를 날렸습니다.

분요드코르는 경기장과 함께 클럽하우스 건물과 7면의 훈련장을 조성했답니다. 천연잔디 4면, 인조잔디 3면인데 성인팀이 천연 2개 면을 번갈아 사용화고 나머지 5면은 전부 유소년 팀이 활용한답니다. 놀라운 것은 유스팀이 10~17세 모든 연령마다 있고 18세부터는 준프로인 유스 최고팀, B팀(2군), 1군 팀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이들이 동시에 훈련장을 활용 가능하도록 대규모로 조성했다는 겁니다. 시스템 만큼은 K리그보다 더 나아보일 정도이지요. 우즈벡 대표팀 측면 공격수로 한국전 출전 경험이 있는 사르도르 라시도프(알 자지라)가 분요드코르에서 이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 우즈벡의 대표적인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클럽하우스 관리인 안네카차 메르다이프 씨는 "우즈벡에서는 가장 최고의 시설이다. 한국 대표팀이 사용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으면 한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대표팀은 우즈벡 정권의 막대한 축구 투자 덕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훈련 집중도도 좋은 것이 외곽에는 철창이 쳐져 있어서 쉽게 노출이 되지 않습니다. 최상의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우즈벡을 한국을 잡기 위해 여전히 숨바꼭질 중이면서도 한국의 상황은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적의 심장 안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신태용호가 과연 분요드코르의 투자 효과를 거꾸로 활용해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조이뉴스24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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