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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사측 꼼수로 권리 잃는 소액주주 '수두룩'
"비자발적으로 주주 지위 잃은 경우 제소 효력 유지해야"
2017년 05월 02일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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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옛 현대증권(현 KB증권) 소액주주들이 당시 경영진을 대상으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이 각하 결정을 받았다. 지난달 14일 1심 재판부는 "양사간 주식교환으로 원고들이 현대증권이 아닌 KB금융지주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만큼, 현대증권 주주로서 주주대표소송의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작년 현대증권 소액주주 29명은 윤경은 현 KB증권 사장 등 이사진 5명이 자사주를 KB금융에 헐값 매각했다며 1천26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사측은 소 제기 일주일 만에 이사회를 열고 KB금융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의했다.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발행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면 제소효력을 잃는 상법(제403조 제5항)을 활용해 꼼수를 쓴 셈이다.

이에 대해 구현주 한누리 법무법인 변호사는 "강제적인 포괄적인 주식교환 절차를 통해 주주의 지위를 박탈당한 원고들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이 각하된다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위법행위를 자행한 경영진들이 그 위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을 회피할 수 있는 도피처가 공식화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이번 소송이 무사히 이어졌다면 포괄적 주식교환에도 원고적격이 인정된 국내 최초 사례가 된다. 그만큼 주주의 뜻과 무관한 사측의 결정으로 주주가 제소 자격을 잃게 된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앞서 '먹튀 논란'의 론스타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옛 외환은행 주주들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로 넘기면서 주주지위를 상실한 바 있다.

문제는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판례가 반복되면 소액주주권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측에서 소액주주의 소송을 각하시키기 위해 강제적으로 주식을 처분할 경우, 주주로서 달리 손 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법 제403조 제5항이 대주주가 제소 주주를 회유해 원고적격을 잃도록 하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의 소극적 판단이 법 취지에 맞지도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 '주주대표소송제도의 개선방안'에서 "주주의 자의에 의해 주식을 전부 처분한 경우 원칙적으로 원고로서의 지위가 상실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식회사의 행위로 인해 강제적으로 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때에는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제기된 소송을 회사 경영진이 손쉽게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선 안되는 데다, 타의에 의해 주식을 상실하게 되더라도 원고의 경제적 이익은 여전히 유지돼 당초 제기한 소를 계속 성실하게 수행할 유인이 존재한다"며 "또 외부적 환경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을 원고주주에게만 귀속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주주가 대표 소송을 제기한 후 주식교환·주식이전 등의 조직재편으로 주주의 지위를 잃었다 하더라도 소송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에서도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주주대표소송의 원고적격을 박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합병이 이뤄지는 경우, 예외적으로 주주의 원고적격을 유지할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상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전 대표와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주주가 비자발적으로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대표소송의 효력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주요 대선후보들도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의 상법 개정을 공약한 만큼, 소액주주권 보장 방안이 더욱 강구되기를 바래본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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