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정보센터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인터넷 익스플로러(Explorer)가 보였다. 북한은 아직 공식적으로 인터넷이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던 필자는 깔끔한 인터넷 홈페이지가 눈에 띄자 호기심이 생겼다.
도메인을 포함한 인터넷 주소는 미국에 있는 ICANN이라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가 관장하고 있다. 북한은 핵 문제 등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ICANN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따라서 북한은 국제적인 도메인 체제가 없다. 그런데 .kp라는 국가 도메인을 이용한 홈페이지가 사용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안내를 맡은 만경정보센터의 박원일 기사장에게 물어보았다. "그냥 저희들끼리 만들어 사용하는 겁니다"라는 답변이었다.
북한은 .kp 도메인을 ICANN의 승인 없이, 말하자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도메인은 오직 북한 내부에서만 접속이 될 뿐 외부 세계에서는 전혀 접속할 수 없는 인터넷 주소인 셈이다.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이메일주소는 철저하게 '국내용'이다. 말하자면, 북한 자체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국가 인트라넷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적어도 북한 내부에는 인터넷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연구원에게 이메일 사용법을 잘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잘 안다는 대답을 받았다. 한 번 시연을 해 보라고 했다. 아웃룩 익스프레스 5.0을 사용해 옆 자리에 앉은 동료 연구원에게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메일 주소는 물론 와 같은 국제 표준 방식의 이메일 주소였다. 놀랍게도 정상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하고 또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서 읽을 수 있었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인 ICANN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이지만, 적어도 북한이라는 거대한 국가 내부 인트라넷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이메일이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국과는 전혀 홈페이지 연결이나 이메일 연락이 안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조선콤퓨터센터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과대학 등 주요 기관들끼리 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북한은 현재 전기가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경제봉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북한에는 잘 훈련된 우수한 노동력이 있다. 북한의 프로그램 개발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은별'이라는 바둑 프로그램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자원과 자본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연구개발인력이 있고, 이런 점에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셈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북한 경제의 희망은 '물류'와 '정보통신'의 두 가지 분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동북아 중심 국가가 되려면 남북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일본-한국-북한-중국-러시아-유럽을 잇는 물류 라인을 형성하고, 그 중심에 우리 민족이 위치하는 것이다.
대륙과 해양의 중심에 있는 반도국가라는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이 바로 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수한 노동인력을 활용해 정보통신 분야에서 획기적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문맹이 없다.
전주민의 100%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 이런 장점을 활용하여 인터넷, 휴대전화, 프로그램 개발, 애니메이션, 게임 등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콤퓨터센터를 방문하고 난 소감은 바로 이들이 우리와 같은 하나의 민족이고, 같은 말과 글을 사용하고 있고, 우수한 연구개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잠재력을 잘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분명 21세기 우리 민족은 동북아 중심 국가로서 전세계 1등 가는 정보통신 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창녕 아사달 사장 mail@asad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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