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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례]한국에서 구글이 나올 수 없는 이유


"우리 경쟁상대는 구글입니다." 한때는 GE였고 소니였고 또 애플이기도 했던, 한국 IT업계에서 최근 가장 각광받거나 두려운 존재는 다름 아닌 구글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은 내년 창립 20년을 맞는다. 업력만 보면 중견기업 수준이지만 시장가치 등을 보면 클래스가 남다르다.

구글의 시가총액은 2월말 현재 5천800억달러(한화 약 648조)에 달한다. 지난 연말 기준 국내증시 전체 시총이 1조2천821억달러였다. 단순계산으로 구글 하나로 우리 상장기업 절반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3천779억달러였으니 구글이라는 기업 하나가 만들어 낸 기업가치가 어마어마한 셈이다.

물론 기업가치만 보면 애플의 7천300억달러에는 못 미친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이 구글에 주목하는 것은 이 회사가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를 망라하는 사업군과 영향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색과 G메일,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구글은 이미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까지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 네이버 등 내로라하는 국내 IT기업들이 텃밭을 뺏길까 노심초사하면서도 구글과 같은 플랫폼이나 기술기업을 표방하며 경쟁적으로 벤치마킹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구글과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구글이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며 성장한 배경에는 우리와는 다른 공격적인 M&A나 정부의 전략적 지원도 한 몫 한 때문이다.

사실 구글은 M&A로 큰 회사다. 2003년 파이라랩스를 시작으로 키홀, 안드로이드를 사들여 G메일과 구글지도, 안드로이드 OS를 잇달아 내놨다. 그 뒤 유튜브와 모토로라, 알파고 딥마인드까지 구글이 인수한 기업은 200개가 넘는다. 이를 통해 검색부터 AI에 이르는 구글제국을 건설했다.

이는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 특유의 창업환경, 회사를 키워 비싼 값에 되파는 엑시트에 열광하는 문화와 이를 통해 더욱 견고해진 생태계가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국내였다면 노력 없이 M&A로 큰 회사, 또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포식자, 또는 먹튀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최근 M&A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가로막는 규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한 국내에서 이 같은 생태계를 꽃피우기란 쉽지 않다.

정부의 전략 차이도 양 쪽 기업의 명운을 갈랐다. 미국은 구글과 같은 인터넷기업을 키우기 위해 통신업체에 트래픽증가를 이유로 이들 서비스를 막거나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른바 누구나 망을 평등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이다. 덕분에 구글, 페이스북 등은 자국은 물론 각 국에서 진입장벽 없이 서비스를 키우며 맹주로 떠올랐다.

명분은 좋았지만 실리의 대부분은 미국과 그들 기업 차지가 됐다. 유럽이 망중립성에 반대하고 구글세를 앞세워 역외로 빠져가는 이익을 막겠다고 나선 것도 결국 자국 산업을 지키겠다는 전략과 의지 차원이다.

우리는 어떨까. 마침 대선 시즌을 맞아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ICT산업 진흥 관련 공약이 쏟아지는 한편에서 데이터 무상제공 등 통신료 할인공약이 재차 거론되고 있다. 4차혁명은 AI이나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로의 전환을 뜻한다. 제대로 대응하려면 폭증하는 데이터처리 등을 위한 5세대통신(5G)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여기에는 주파수 확보와 망 구축 등 막대한 투자가 수반된다. 각국이 정부까지 나서 5G 선점을 위한 투자 및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와중에 우리는 차기 정부 5년을 책임지겠다는 각 캠프에서 지원책은커녕 재원 마련에 고민하는 통신 기업에 요금부터 내리라 압박하고 있다.

그나마 대응 전략이라 고민하는 게 컨트롤타워를 만들지 말지다. ICT산업 진흥을 위해 무엇부터 키우고, 해결할지 보다 이를 누가 맡을지에 대한 정부조직개편 논의만 무성하다. 당장의 표심잡기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중요한 것은 부처 이름이나 아젠다 설정이 아니고 강력한 실행력과 철저한 검증이다. 산업에 대한 전략이나 철학도 없이 조직 바꾸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을 보면 이 같은 척박한 생태계에서 기업에 창의와 혁신, 기업가 정신을 요구하는 게 오히려 무모한 기대일지 모른다. 우리 IT 기업들이 구글이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이유다.

/박영례 정보미디어팀장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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