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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지기에 발목 잡혀 불명예 퇴진한 대통령


70년대 처음 만난 박근혜·최순실, 어두운 결말 맞다

[아이뉴스24 윤채나기자] 인연이었을까 악연이었을까. 40년지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말로는 어두웠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최 씨는 감옥 신세를 지게 됐다.

◆홀로 남겨진 박근혜, 최순실은 혈육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1970년대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육영수 여사 피살 후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 전 대통령은 정신적 멘토로 알려진 최태민 씨로부터 최 씨를 소개받았다. 최 씨는 최태민 씨의 다섯 번째 딸이다.

그 때부터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 같은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의 친분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1979년 6월 '제1회 새마음 제전' 영상에서도 확인된다. 새마음 봉사단 총재였던 27세의 박 전 대통령을 대학생연합회장이었던 23세의 최 씨가 밀착 수행하는 모습이다.

최 씨는 1987년 잡지에 쓴 기고문에서 "꿈 많은 대학 시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그 분을 처음 만났고 꽤 많은 인연이 있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에게 의지했다. 최 씨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985년부터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말벗이 됐다. 이 때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을 '언니'라고 불렀다는 게 주변인들의 증언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말 정계에 입문했고 이듬해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최 씨의 남편인 정윤회 씨가 보좌진을 맡았다. 2006년 박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 도중 면도칼 피습을 당했을 때 최 씨의 언니가 병간호를 했다고 한다.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는 한때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고,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보좌관도 최 씨 부부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는 박 전 대통령이 최 씨 모친의 팔순 잔치에 참석해 노래를 불렀다는 말도 돌았다.

부모를 총탄에 잃은 박 전 대통령에게 최 씨는 혈육과 다름없는 존재였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던 지난 10월 25일, 대국민 담화에서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밝혔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2012년 대선 당시 연설문, 홍보물 등을 손봤고, 청와대 입성 후에도 조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 스스로도 "대선 때 연설문이나 홍보물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도 있다"고 시인했다.

◆청와대로 이어진 인연, 탄핵·구속 불명예로

이 시점부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가 선을 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연설문을 넘어 국무회의 자료, 청와대 인사 등의 자료도 받아보는 등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신상과 관련해서는 옷과 가방, 악세사리 일체를 살뜰히 챙겼고 보안사항인 해외 순방 일정도 사전에 입수해 관리했다. 최 씨가 다니던 단골의원 김영재 원장을 비롯해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 등이 청와대 관저에 들어가 박 전 대통령에게 의료시술을 하는 등 각종 위법행위가 벌어졌다.

최순실 게이트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함께 연루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사 결과 보고서에 '박 전 대통령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를 지시하는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지원에 나섰고 그 대가로 삼성이 최씨 일가와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433억원대 뇌물을 제공했다'고 적었다.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최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직접 언급하며 업무를 지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과 최 씨의 인사 개입에 대해서도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공모 관계로 표현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차명 휴대전화를 통해 수백여차례 통화했다고 한다. 특검 수사 결과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는 총 573회,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해 9월 3일부터 10월 30일 사이에도 127회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각별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위기상황에 내몰리면서 금이 갔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 심판 때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최종변론서에서 "오랜 인연으로 믿고 지내왔던 최순실 및 그 측근들이 이권을 챙기기 위해 불법적이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을 속이고 이용하려 했다는 게 이 사건의 실질적 구조"라고 주장하며 선 긋기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이제 같은 자연인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두 사람의 40년 인연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 듯 하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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