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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서창녕] 평양까지 인터넷으로 (상)


 

국내 KR도메인 공인 등록 사업자인 아사달의 서창녕 사장이 지난 달 22일부터 26일까지 평양을 방문, 북한의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현황에 대해 느낀 점을 기행문 형식으로 아이뉴스24에 특별기고했습니다. 이 기고는 총 3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2003년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다. 평양은 공원 속의 도시로서 공기는 맑고 깨끗했으며 어디를 가나 풀과 나무가 많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순수하고 친절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매우 아름다웠다.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던 일과 청년동맹 측의 친절한 배려를 받아 평양에서 백두산까지 전세 비행기를 타고 백두산 정상에 올랐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평양 방문 중에 시간을 내어 조선콤퓨터센터(KCC)를 방문했다. 조선콤퓨터센터는 1990년 10월 24일 설립된 기구로서, 약 1천명의 컴퓨터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또한, 산하에 각 도별로 1개씩의 콤퓨터센터를 두고 있어 총 인원은 대략 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측 안내원들의 도움을 받아 조선콤퓨터센터에 도착하자, 박원일(35세) 기사장이 나와서 우리측 일행을 반겨주었다. 박원일 기사장은 조선콤퓨터센터 산하 만경대정보센터 소속 기사장으로서 인터넷 등 통신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였고, 밝은색 와이셔츠에 붉은 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있었으며, 무척 깔끔한 느낌이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무척 날카롭고 예리하여 매우 논리적일 것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조선콤퓨터센터 건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1층 로비에 있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초상화였다. 북한은 어디를 가나 항상 두 사람의 초상화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이 그림은 벽의 한쪽 면을 모두 차지할 만큼 크기도 크고 색깔 배치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처럼 보였다.

박원일 기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콤퓨터센터는 산하에 다음과 같은 8개의 독립적인 정보센터와 2개의 보조조직을 가지고 있다.

(1) 삼일포 정보센터 - 사무처리 및 자동화 프로그램, 바둑 장기 등 게임 프로그램 개발.

(2) 만경대 정보센터 - 정보통신 관련 기술 개발, 인터넷 홈페이지 개발.

(3) 내나라 정보센터 - 정보관리 기술, 워드프로세서 내나라 개발.

(4) 삼지연 정보센터 - 멀티미디어, 동영상 개발.

(5) 청공 정보센터 - 조선어 정보처리, 번역, 음성인식, 문자인식 기술 개발.

(6) 밀영 정보센터 - 의료 관련, 치료기, 진단기 프로그램 개발.

(7) 소백수 정보센터 - 공장관리 프로그램, 공정조정 프로그램 개발.

(8) 어은 정보센터 - 컴퓨터 보안 관련 기술 및 프로그램 개발.

(9) 품질관리센터 -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품질 관리, 테스트 업무.

(10) 정보공사 - 선전, 자료 배포 등 간접적인 지원 업무.

먼저, 3층에 있는 삼일포 정보센터로 들어서자 여러 개의 책상이 줄을 맞춰 배열돼 있었고, 각 책상에는 1대씩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연구원들이 열심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무실은 무척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였다.

내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연구원의 얼굴이 매우 젊어보여서 나이를 물어보았더니 17살이라고 했다. 옆에 있는 다른 연구원들에게도 나이를 물어보았는데, 대체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젊은 나이였다.

북한의 교육 체계상 유치원과 소학교를 거쳐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면 대체로 17세 정도가 된다. 따라서 이들은 고등중학교 졸업 후 곧바로 조선콤퓨터센터에 온 영재들인 셈이다.

연구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사양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봉쇄 조치에 의해 북한은 공식적으로 386 이상의 컴퓨터를 반입할 수 없다.

컴퓨터와 같은 첨단장비가 북한에 반입되면 미사일 개발 등 군사용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컴퓨터를 반입 금지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에는 286 이하의 구형 컴퓨터만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삼일포 정보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책상마다 1대씩 놓인 컴퓨터는 모두 IBM 계열의 펜티엄4 기종이었으며, 주로 대만산이었다.

한국에도 아직 펜티엄3와 4급 컴퓨터를 섞어 사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북한의 조선콤퓨터센터는 결코 컴퓨터 하드웨어 사양에서는 뒤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북한은 중국을 통해 최신 기종의 컴퓨터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드웨어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하루빨리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소프트웨어를 살펴보았다. 운영체제는 윈도98 영문 버전이었고, 사무용 소프트웨어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와 엑셀을 사용하고 있었다.

모두 영문버전이었지만, 북한은 자체 개발한 '내나라' 혹은 '단군'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주요 메뉴와 설명을 영문이 아닌 우리글(북측이 말하는 조선어)로 표시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소프트웨어 수준에서도 남한과 비교해 볼 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북한은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남한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 분야는 어떠할 것인가? 이런 궁금증을 안고 옆방에 있는 만경대정보센터로 발을 들여놓았다.

/서창녕 아사달 사장 mail@asad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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