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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박주영 영입 서울, '영웅놀이'의 결말은?


박주영, FC서울과 3년 계약하며 국내 복귀

[최용재기자] 박주영이 FC서울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

FC서울은 10일 박주영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이로써 박주영은 7년 만에 K리그로, 그것도 친정팀인 서울로 돌아왔다.

박주영의 서울 재입단, 물론 서울과 K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반길 일이다. 서울의 전력 상승에 도움을 줄 것이고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흥행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왜 박주영을 향한 부정적인 기류가 생성되고 있는 것일까.

그 첫 번째, FC서울의 '영웅놀이'다. 분명 박주영은 최근 철저히 '실패한' 선수다. 2011년 아스널에 입단한 후 소속팀 경기에 제대로 나선 경우가 없었다. 셀타 비고, 왓포드를 거쳤고 유럽을 떠나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까지 진출했지만 박주영의 하락세는 변하지 않았다. 무려 4년 동안 그는 소속팀에서 비주전 생활을 했고, 축구 선수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FC서울은 실패한 선수 박주영을 '영웅대접'하는 분위기다. '영웅놀이'에 신이 난 듯한 상황이다. 서울은 박주영 계약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대형 스트라이커', '축구천재'라는 단어를 남발했고, 대형 스트라이커의 천재적인 활약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또 골잡이로서의 천재적 능력은 이미 공인이 됐다는 분석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과거' 이야기다. 적어도 5년 전 이야기다. 지금 박주영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

서울은 더욱 황당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마케팅 측면으로도 박주영 영입이 가져올 파급 효과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지난 2005년 서울 입단 당시 거세게 일었던 '박주영 신드롬'을 언급했다. 분명 당시 한국 축구의 영웅 박주영은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다.

그런데 이 역시 '과거'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박주영은 많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박주영을 보기 위해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긍정적인 시선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부정적이거나 단순한 호기심으로 박주영을 지켜보는 관중이 더 많을 것이다. 긍정적 흥행에 대한 기대는 시기상조다. 박주영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이런 인식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서울은 박주영 영입을 통해 해외진출 선수의 K리그 복귀에 있어 성공적인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하기도 했다. 과연 성공적인 선례로 남을까?

박주영의 국내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두 번째 이유가 말해주고 있다. 첫 번째 이유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다. 서울이 스스로 영웅놀이를 하는 것은 구단의 사정이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K리그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이유, 서울은 '과거'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선수에게 과감하게 투자했다는 것이다. 현재와 미래가 아닌, 과거를 보고 거액을 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름값에 연연해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과거 최고의 선수였거나 유럽에서 활약한 경력이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따지지 않고 대우를 해주며 영입하는 것이 바른 길일까.

즉, 서울은 유럽에서 실패를 한다 해도 K리그로 돌아오기만 하면 수준급 선수로 대우해준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는 자칫 K리그 전체의 질과 수준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미치고, K리그의 자긍심을 내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젊은 유망주들에게 무조건 유럽 무대에 진출하고 보자는 분위기를 서울이 부추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유럽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낸 후 K리그에 대한 애정을 품고, 그동안 성원해준 팬들에게 보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친정팀이나 국내로 돌아오는 것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서울의 박주영 영입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유럽에서 활약했다 하더라도 지금 하락세를 겪고 있다면 그에 응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프로 세계다. 그런데 서울은 박주영의 과거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지금의 박주영이라면 스스로 자세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중동 클럽에서도 전력 외 선수로 평가 받았는데 서울은 박주영의 과거를 사고 말았다.

K리그 빅클럽이면서도 데얀, 하대성, 김주영, 에스쿠데로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데도 지갑을 열지 않아 K리그 팬들의 비난을 샀던 서울이 박주영에게만큼은 대범하게 지갑을 연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곱게 보일 리 없다. 핵심 선수들을 내다 판 돈으로 유럽에서 실패한 박주영을 영입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박주영의 연봉은 얼마일까. 일단 박주영은 이적료가 없다. 연봉이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팀 내 최고 연봉이다, 15억원이다, 13억원+알파다 라고 추측하고 있다. 서울 구단의 입장은 다르다.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서울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주영 연봉이 팀 내 최고라는 것은 사실 무근이다. 또 몰리나, 제파로프, 이동국, 김신욱 급도 아니다"라고만 하며 말을 아꼈다.

서울이 연봉을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박주영의 구체적인 몸값은 알 수 없다. 최고 대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K리그에서 수준급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는다는 것이다. 몰리나, 제파로프, 이동국 등은 K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다. 이들보다 많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고액 연봉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지금 상황의 박주영은 낮은 자세로 적은 연봉을 감수하고 서울을 위해 열심히 뛰면서 기량이 나아지고 성과와 결실을 낸다면 연봉을 높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상적이다. 친정팀 복귀라는 허울과 서울의 영웅놀이에 가려져 있을지 모르겠지만, 박주영은 갈 팀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갈 곳 없는 선수를, 서울이 '축구 천재'의 복귀라며 두 손 들어 맞아들인 것이다.

서울은 과거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박주영이 재기 무대로 K리그, 그리고 친정팀 서울을 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지만, 과거를 사들인 서울의 선택은 아직 박수 받을 수 없다. 앞으로 박주영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당분간 곱지 않은 시선과 싸워야 할 서울을 위해서라도 박주영은 화려하게 부활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여줘야 한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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