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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구단주님, '정치적 방법'이 틀렸습니다


공식 절차 외면한 채 SNS와 과격 표현으로 대응

[최용재기자] 이재명 성남 구단주는 '분명' 틀렸다.

부당하게 생각되는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이것은 틀린 일이 아니다. 구단주로서 구단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많은 구단의 구단주들 역시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을 뿐 마음속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구단주는 쉽지 않은 용기를 낸 건지도 모른다.

심판 판정에 비판을 하지 말라는 연맹의 규정을 '성역'이라 표현하면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 이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 일부 축구인들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 심판을 신성시하고, 심판 권한에 절대로 도전할 수 없고, 꼭 해야 할 말에도 재갈을 물리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많다.

연맹 징계에 대한 불복? 이 역시 틀린 일이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상 이 구단주의 발언은 당연한 징계감이다. 하지만 개인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구단주의 말처럼 소송을 하고 헌법소원을 해서 잘못된 규정을 개선할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대한민국은 그럴 자유가 있는 나라다.

그렇다면 이 구단주의 무엇이 틀린 것일까. '방법'이다.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고 불신이 있다면 이를 항의하고 보완하고 수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와 절차가 있다. 이런 절차와 과정을 통해서 이 구단주가 총대를 매고 투사가 될 것을 자청했다면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구단주가 우선적으로 선택한 루트는 'SNS'였다. 그리고 '전면전'이었다.

이번에 이 구단주가 걸고넘어진 조항(제3장 제36조 5항)은 2011년에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 조항은 연맹이 K리그 클럽에 재갈을 물리려 독단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당시 무분별한 심판 판정에 대한 토로로 K리그 전체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해 이런 조항을 만들었다. 또 이런 불만을 규정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리그 자체를 진행시키기 어렵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당시 K리그 모든 구단의 '합의'를 얻어서 만든 조항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성남(일화)의 합의도 들어 있었다. 그렇기에 '성역'이 아니다. K리그가 함께 잘 살자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합의한 내용이다. 좋은 취지 하에 합의를 통해 긍정적으로 만들었지만, 이 구단주의 말대로 그 규정의 폐해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그렇다면 바꾸면 된다.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완벽한 법과 규칙은 없다. 시행하다 부정적 요소가 드러나면 수정하고 바꿀 수 있다. 그러면서 법도 규칙도 성숙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조항 역시 다시 머리를 맞대 바꾸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적을 만들기보다, 전쟁을 선포하기 전에, K리그라는 '공동체'와 함께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그 구성원으로서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구단주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일단 연맹에 공문을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실무위원회에 참석하는 성남 구단 임직원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와 의지를 전할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연맹 최고의 의결 기구인 '총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각 구단주는 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구단주는 총회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과 의지를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다. 이런 힘을 지닌 구단주다.

일반적으로 어떤 잘못된 일을 바꾸려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과 규정이 있는 이유다. 이런 공식적인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도 바뀌지 않을 때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공식적인 절차를 뒤로한 채 먼저 다른 방법부터 찾는다면 무언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 구단주는 공식적인 절차에 대한 노력은 해봤는가. 이 구단주의 첫번째 방법은 'SNS'를 통한 불만 전파였다. SNS를 통해 소통하기는데 익숙한 정치인이 수많은 대중을 상대로 '좋아요'를 눌러달라며 항변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연맹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소통은 없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 구단주의 이런 행동이 순수한 축구 사랑과 구단에 대한 애정이라고 모두가 믿고 싶다. 그런데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100만 성남시의 시장으로 '공인'인 이 구단주가 아마추어적 방식으로, 거친 용어와 자극적인 표현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구단주의 순수성이 의심 받는 이유다. 정치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대상'도 틀렸다. 단순한 오심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정몽규 회장의 이름을 거론하는 등 특정팀 봐주기를 암시하는, 권력으로 리그가 움직이는 듯한 뉘앙스를, K리그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말들을 서슴지 않았다. 승부조작, 부정부패, 투명하지 못한 리그 운영 등 K리그 정체성을 무시하는 발언도 했다. '물증'은 없으면서 일단 지르고 보자는, 이슈를 만들어보자는 정치적 발언으로 의심을 살 만했다.

이 구단주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한 연맹도 심판 판정에 대한 발언보다 K리그 전체에 대한 모독성 발언에 더 큰 가중치를 두고 있다. K리그의 존재가치가 걸린 일이다. 이를 좌시한다면 연맹 역시 존재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규정은 지켜져야 하고, 규정대로 징계를 고려하는 것뿐이다. 분명한 것은 이 구단주가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징계가 따르지 않는 것이 더 불공정한 룰이다. 이 구단주에게 특혜를 주는 셈이다.

FA컵 우승팀이 K리그 클래식에서는 강등권을 허덕이는 현실. 이 구단주는 SNS를 통해서 물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일은 왜 현실이 되었을까요?' 그런데 이에 대해 이 구단주가 생각하는 '정답'도 틀렸다.

이 구단주는 몇몇 오심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했지만 오답이다. 오심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으나 확실한 정답은 따로 있다. 정답은 바로 엉망인 구단 운영이었다. 시민구단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 성남의 구단 행정이었다.

성남은 올 시즌 감독을 4명이나 바꾸었다. 박종환 초대 감독은 폭행 사건으로 물러났고, 이상윤 감독대행은 FA컵 4강 기자회견을 한 바로 다음 날 경질됐다. 이영진 감독대행은 단 1경기 지휘봉을 잡고 내려놓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벌어졌다. 그 다음이 지금의 김학범 감독이었다.

성남이 K리그 클래식에서 하위권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다. 어떤 우수한 클럽도 시즌 도중 사령탑이 이렇게 많이 바뀌고, 팀 분위기가 이렇게 엉망인 상태에서 성적을 낼 수 없다. 감독도, 선수들도 혼란스러울 뿐이다. 성적을 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즉, 성남이 구단 운영을 혼란스럽고도 어설프게 한 것이 성남이 하위권에 허덕였던 결정적 이유였다. 이 구단주의 책임이 크다는 의미다.

틀린 해석, 틀린 대상과 내용, 틀린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는 이 구단주. 지금 규정대로 징계하겠다는 연맹. 그러자 이 구단주는 연맹이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했고, 자신은 이에 대응해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 구단주에게 오히려 묻고 싶다. 지금 이 전쟁은 누가 일으켰는가. 그리고 이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본 이는 누구인가.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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