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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대전, 이제 어두운 과거와 단절할 때


벅찬 클래식 승격 …시스템 구축 없으면 또 강등될 것

[이성필기자] '당장의 승격보다 클럽의 100년'

1년 만의 K리그 클래식 복귀와 챌린지 우승이라는 잔칫상이 차려진 날, 경기장 한쪽에는 승격보다 장기적인 안목의 구단 운영을 해달라는 격문이 붙었다. 대전 시티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압축하는 의미있는 글이었다.

1997년 K리그에 뛰어든 대표적인 시민구단 대전은 평지풍파에 시달리면서도 버텨내는 힘을 보여줬다. 외풍으로 구단이 휘청거려도 선수단과 프런트가 희생하며 참고 견뎠다.

지난해에는 창단 처음으로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되는 쓴맛을 봤다. 강등의 후폭풍은 대단했다. 능력있는 일부 프런트는 팀을 나가야했다. 조직의 슬림화로 버텨내며 생존하는 것이 중요했다. 선수들 중 갈 곳이 없었던 이들은 조진호 감독과 함께 1년을 보내며 클래식 복귀를 바랐다.

강등과 함께 김세환(39) 대전시 생활체육회 사무처장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펼쳤다. 선임 당시 김 사장의 나이는 서른 여덟이었다. 역대 대전은 물론 K리그 사장들 중 최연소였다. 김 사장은 전임 구단주인 염홍철 전 대전광역시장의 측근이었다.

그는 스스로 3년의 임기를 1년으로 제한했다. 비상경영체제에서 버텨낸 뒤 재평가 받겠다는 의지였다. 무보수를 선언하며 구단 재정의 효율적 집행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놀랍게도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권선택 시장이 당선된 뒤 교체될 것으로 보였지만 신임을 받으며 시즌 말미까지 달려왔고 승격의 꿈을 이뤄냈다.

김 사장은 선수 선발에서 온갖 간섭을 견디기 위해 감독, 구단 프런트 등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하는 선수선발위원회를 구성해 합리적인 영입과 활용 체제를 구축했다. 특정 선수를 넣어야 된다는 외풍을 이겨내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면서 시즌 초반 호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김 시장은 온전히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정답은 물음표에 가깝다. 구단은 튼튼해졌지만 외풍은 여전하다. 외부에서는 대전 사장으로 오기 위한 소위 줄대기(?)가 여전하다.

지난 5일 안산 경찰청이 FC안양과 비기면서 대전의 우승이 자동 확정된 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세환 사장의 거취에 대해 궁금해하던 대전의 한 인사였다. 이 인사는 "시에서는 김 사장이 승격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임기를 보장한다는 말이 돌고 있지만 꼭 그렇지 많은 않은 것 같다. 사장직을 위해 몇몇 인사가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지난 9월부터 파다하다"라고 전했다.

대전 사장직은 시에서도 나름 요직으로 꼽힌다. 경력을 쌓기에도 나쁘지 않은 자리다. 구단주인 시장이 내린 역할만 충실하게 수행해줘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외풍에서 버텨내지 못하면 임기를 끝내지 못하고 내려와야 한다.

역대 대전의 사장들은 대부분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2006년 8월 이윤원 사장부터 지난해 김세환 사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8년 동안 무려 6명이 구단을 이끌었다. 시의 간섭을 버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동시에 연고지역 내에서 온갖 악성 소문에 구단과 개인이 상처를 받은 것도 한 몫 했다.

김 사장은 지난 1일 부천FC 1995전을 이기고 우승이 사실상 눈 앞에 왔을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대전 시티즌에 처음 왔을때 축구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권보다 더하다. 정말 힘들었지만 버텼다"고 했다. 지난 1년의 시간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전에 당면한 과제는 산적해있다. 튼튼한 선수 선발과 임창우, 아드리아노 등 원소속팀 복귀와 이적이 유력한 선수들을 붙잡는 등 장기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시즌이 끝나면 전지훈련, 드래프트 등 할 일이 많다. 수장이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선택과 결정이 없으면 시끄러웠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클래식에 승격했어도 한 시즌 만에 다시 챌린지와 만날 수 있다.

구단주인 권선택 시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8일 수원FC전에서 취재진에 "전쟁중에는 장수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방선거 이후에도 김 사장의 임기보장을 약속했던 이유를 전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인사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얼굴로 교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1년짜리 사장은 시민구단 대전에는 그야말로 독이다. 김 사장의 거취를 떠나서 올바른 시도민구단상을 바라는 K리그 구성원과 축구팬들에게도 상처다. 대전이 구태를 벗고 새로운 팀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구단주의 선택에 달렸다. 이를 다른 시도민구단도 지켜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 사장도 '경력 쌓기'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선 구단 운영에 최선을 다한뒤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조이뉴스24 대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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