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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축구장 콘서트 무대 설치가 K리그에 던진 과제


흥행되는 콘텐츠로 위상 올려야, 구장 장기임대 위한 제도 정비 필요

[이성필기자] FC서울과 울산 현대가 흉물 앞에서 치른 경기는 한국 축구와 K리그에 다시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겼다.

서울-울산전이 열린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동측(E석) 관중석에는 오는 9~10일 예정된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콘서트 무대가 설치돼 관중들이 앉을 수 없었다.

무대의 철 구조물이 차갑고 흉물스럽다보니 서울 구단 측에서는 자비를 즐여 대형 가림막을 설치한 채 경기를 진행했다. 3개의 스크린은 나름대로 경기 정보를 알려주는 것으로 활용했다.

임시방편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축구전용구장이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장면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기준과 인식이 강화되면서 무대 설치에 예전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는 사정을 감안해도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원정팀 울산의 조민국 감독은 "생각보다는 그림이 괜찮은 것 같다"라며 웃었지만 말 속에는 뼈가 있었다. 반어법으로 안타까운 현실을 전한 것이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의 다른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콘서트나 종교집회 등 다양한 행사를 유치해 수익사업을 벌이고는 한다. 미국 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의 양키 스타디움은 최근 유럽클럽팀이 참가한 기네스 인터내셔널컵 프리시즌 축구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축구장이 부족한 미국의 현실을 반영해 기막힌 발상으로 돈도 벌고 볼거리도 제공한 것이다.

경기장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대관 비용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오래된 문화다. 오히려 활용 극대화를 위해 경기장에 숙박 시설이나 레스토랑 등을 입점시켜 수익 사업을 다각화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1년에 FC서울이 홈경기를 치르는 횟수는 올 시즌을 기준으로 많아야 30경기 안팎이다. 대관을 해주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입장에서는 적자를 피하고 효율적으로 시설 활용을 하기 위해 종교단체나 콘서트 유치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익은 경기장 시설 내에 입점한 영화관, 대형할인점 등의 임대료 등으로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 몫돈이 들어오는 대형행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시설관리공단은 이번 해프닝을 통해 대관에 대한 철학 없이 수익사업에만 눈이 멀었다는 것을 드러내고 말았다. FC서울의 시즌 일정이 1~2월에는 모두 정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평일 서울의 홈 관중이 평균 9천명 이하라며 관중석 일부를 폐쇄해도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평소 K리그를 대하는 인식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대관 순위에 K리그 등 프로경기가 콘서트나 종교행사보다 뒤떨어진 3순위라는 점은 서글퍼기만 하다. 이날 서울-울산전에는 1만2천551명의 관중이 찾았다.

콘서트를 위해 경기장을 대관한 현대카드는 아무리 서울 구단으로부터 양해를 받았다고 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없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과 시설관리공단이 사과와 해명을 하는 동안 행사 주최측인 현대카드는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다. 오히려 무대 설치 상황을 홍보해 축구팬들의 비난여론을 키웠다.

만약 서울 등 K리그나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유럽처럼 경기장을 직접 소유하거나 각종 권리를 위임받아 장기 임대를 할 수 있다면 이번같은 문제는 유연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다. 몇 가지 문제만 잘 풀리면 장기 임대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K리그 한 구단 관계자는 "지자체도 경기장 관리 등을 프로 구단에서 해주기를 바라지만 법적 정비가 미비하다보니 서로 손을 놓고 있다. 빠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더 늦어지면 임대를 원하는 구단도 손해다"라며 정부 등 관련 기관들의 신속한 움직임을 촉구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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