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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홍명보 사퇴 반대합니다, 경질돼야 합니다


최악의 월드컵에도 협회는 결단 못내리고 홍 감독 유임 '만지작'

[최용재기자]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놓고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무2패, 승점 1점 H조 꼴찌로 브라질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한 한국. 누가 봐도 '처절한 실패'다.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챙기지 못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이전으로 돌아갔고, 축구의 변방으로 다시 밀려났다.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참패다.

성적도 나빴지만 성적보다 국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 실패였다. 특히 홍 감독의 대표팀 지휘는 뒤틀린 과정의 연속이었다. 원칙을 깨고, 말을 바꾸고, 제식구를 감싸는 '의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공정하지 못한 과정에 국민들은 더 분노하고 있다. 홍 감독의 아집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또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와 투혼도 실종된 월드컵이었다.

성적은 나쁠 수 있지만 감동적인 패배, 아름다운 탈락도 있다. 그런데 홍명보호를 통해 그 어떤 감동도 느낄 수 없었다. 홍명보호를 통해 한국 축구의 바닥을 볼 수 있었다. 성적과 팬심, 그리고 국가대표의 위상까지 홍명보호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얻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세계 최고의 대회라는 월드컵에서, 이런 성적과 이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감독이 1차 책임을 져야 한다. 월드컵 참패의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은 단 '1가지'뿐이다.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유임 된다는 것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런 최악의 상황이라면 그 어떤 대표팀, 그 어떤 클럽팀이라도 감독은 '경질'된다. 이런 저런 사정 봐줄 것 없이 경질이다. 최악의 성적에 최악의 분위기에, 국민들의 분노를 극에 달하게 만들었는데 누가 다시 기회를 주겠는가. 유임은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봤을 때 얘기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가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고 있다. 협회는 절대 홍 감독을 '경질'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홍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는 길은 '자진 사퇴'뿐인 것 같다. 이 무슨 앞뒤가 안 맞는 황당한 현상인가. 이런 상황이라면 협회가 먼저 경질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홍 감독의 거취에 키를 쥔 협회는 경질은커녕 홍 감독의 눈치를 보고 있다. 실패한 감독의 거취 결정을 감독에게 맡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홍 감독이 월드컵에서 무엇을 보여줬기에 홍 감독의 의지대로 거취가 결정돼야 하는 것인가.

뭔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오히려 키는 홍 감독이 쥔 모양새다. 자신이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두는 것이고, 하고 싶으면 계속 하는 것이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을까. 홍명보이기에 가능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홍 감독은 협회가 전략적으로 키운 감독이기 때문이다. 2006 독일 월드컵 코치를 시작으로 협회는 홍 감독에게 각종 특혜를 주며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성과까지 냈다. 이런 황태자를 하루빨리 '황제'로 만들고 싶어 월드컵을 1년 남긴 시점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는 무리수를 뒀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예기치 못한 결과 앞에서 자신들이 키운 홍 감독을 이렇게 빨리 내치려고 하니 가슴이 시린 것이다.

그래서 협회는 머리를 굴리고 있다. 홍 감독을 계속 끌어안을 수 있는 계략을 꾸미고 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하나의 핑계가 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논리다. 그래서 모든 책임을 홍 감독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가혹하다는 점에 기대려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홍 감독에게 월드컵 감독을 맡겼으면 안됐다. 1년 남은 것을 누가 몰랐나. 그런 짧은 기간을 남겨두고 월드컵 감독으로 낙점한 당사자가 협회다. 무리다 싶으면 경험이 풍부한 다른 감독을 썼어야 했다. 이제 와서 짧은 시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낯부끄러운 핑계일 뿐이다.

홍 감독 역시 1년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때, 취임 기자회견에서 "짧은 시간에 대한 핑계 대지 않겠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국민들과 약속했다.

성인팀 감독 한 번 해보지 않은 경력,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올림픽과 월드컵의 수준 차이 등으로 홍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자, 홍 감독이 자신 있게 내뱉은 말이다. 한 마디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성적 또는 결과물로 자신을 당당하게 평가 받겠다는 것이었다. 월드컵에서 실패하면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내년까지 감독 계약이 돼 있으니 임기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말도 있다. 임기 보장이라는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오히려 묻고 싶다. 그 원칙이 왜 홍 감독부터 적용되어야 하는가. 협회에 쓴소리를 하고 말을 잘 듣지 않은 감독은 밀실에서도 그렇게 경질을 잘 하더니, 왜 이제 와서 홍 감독부터 임기 보장이라는 원칙을 들먹이는 것인지. 국민들 눈에는 다 보인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뻔뻔하다.

임기 보장 원칙을 그렇게 지키고 싶다면, 차기 감독부터 하면 된다. 다음 감독부터 4년 후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맡기고,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임기 보장을 철저히 해주면 된다. 원칙의 시작은 공정해야 한다. 여태껏 그러지 않다가 홍 감독부터 원칙을 적용시킨다면 이미 죽은 원칙이다. 이미 신뢰를 잃은 홍 감독보다 백지 상태에서 100% 신뢰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새로운 감독이 와야 한다.

내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안컵 성적을 위해서? 지금 국민들은 아시안컵 우승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 아시안컵에서 조금 실망을 하더라도 우선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는 것을 더 원한다. '의리'로 뭉친 협회와 홍 감독, 그리고 홍명보의 아이들의 '커넥션'을 잘라내고 건강한 대표팀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더 멀리 보고 4년 후 월드컵을 기약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을 가지고 4년을 기다릴 수 있다.

바닥까지 떨어진 홍명보 감독에 대한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보다 새로운 감독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더욱 빠른 방법이다. 홍 감독이 유임된다면 월드컵 실패 후폭풍으로 싸워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 자명하다. 역효과가 뻔히 예견된다.

감독이 바뀐다고 해서 아시안컵 우승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일본이 그랬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오카다 감독이 물러나고 자케로니 감독이 부임해 2011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도 그렇게 하지 못하라는 법 없다.

협회는 국민들을 속일 생각 하지 말고 원칙 앞에 바로서야 한다. 이번 월드컵 참패로 느낀 바가 많은 국민들은 더 이상 구시대적 행태를 용납하지 않는다. 대표팀을 향한 초유의 '엿 투척 사태'가 왜 벌어졌겠는가.

홍명보 감독은 대표적인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그가 한국축구를 위해 쌓아온 업적들이 한 번의 월드컵 실패로 무너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모든 것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냉정한 현실 앞에 홍 감독이 서 있다. 지금은 실패한 월드컵 감독으로서, 또 그를 선임한 협회로서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홍 감독이 명예 회복을 하고 앞으로 한국축구를 위해 할 일은 또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팀이 최악의 성적으로 인해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방법은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뿐이다. 물러나는 데 있어 모양새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홍 감독의 경우 자진사퇴보다는 경질이 맞다.

만약, 유임이 된다면 협회와 홍명보 감독은 5가지를 인정하는 셈이다.

◆첫 번째, 브라질 월드컵 실패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

◆두 번째, 브라질 월드컵은 감독 홍명보의 경험 쌓기 무대였다.

◆세 번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협회와 홍 감독의 원팀이다.

◆네 번째, 황태자 홍명보를 살리려 한국 축구를 죽였다.

◆다섯 번째, 홍 감독의 말 바꾸기는 다시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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