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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준의 이런 야구]도쿄돔 책임자가 지켜본 고척돔


"외관·중앙 통제실 훌륭…작은 규모·불펜 동선은 아쉬움"

"IT 시스템이 정말 대단한데요. 우리는 이 정도로 좋지 않아요."

시마 아리미쓰(45) 도쿄돔 그룹장은 고척스카이돔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돔구장을 다수 보유한 일본에서도 '돔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고척돔부터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와세다대 출신으로 주식회사 도쿄돔(구장 자체가 하나의 회사다)에 입사한 뒤 식·음료판매부와 기획개발부를 거쳐 현재 기획·섭외그룹장을 맡고 있다. 그는 도쿄돔의 야구부문 총괄 디렉터다.

공연·예술 이벤트를 제외한 야구 경기 전반을 관리하는 책임자다. 소녀시대 등 K-팝 아티스트들이 도쿄돔에서 공연할 때는 비야구 부문 디렉터가 책임을 지고 이벤트를 관리한다. 시마의 주된 업무는 경기(요미우리 자이언츠 홈경기·시범경기·일본시리즈·도시대항야구대회·국제경기·일반인 야구 등) 일정 관리·개최 및 운영이다. 취미는 검도로 아마 6단의 실력 보유자다.

◆"중앙통제실, 도쿄돔과 비교 불가"

지난 4월 안면도에서 열린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주최 국제포럼에 참가한 그는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고척돔으로 향했다. 직업적인 감각 때문인지 그는 "한국 최초의 돔구장이 오픈했다는 뉴스를 일본에서 접하자마자 오고 싶었다"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고척돔 관계자의 안내로 경기장 구석구석을 두루 살펴본 그는 "외관이 무척 훌륭하다"며 감탄했다. 독창적이며 미래적인 디자인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당시 고척돔 내부는 매점 등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는 관중이 야구 경기 중에도 매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동선부터 확인했다. "구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나야 한다. 따라서 구장내 비즈니스가 무척 중요하다"며 어떤 경우이든 관중의 편의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놀란 부분은 중앙통제실이었다. 그곳에 설치된 각종 기자재와 IT관련 최첨단 설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약 30년 전에 완성된 도쿄돔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모두가 지적하듯 구장 규모가 다소 작은 점, 지하에 있는 불펜에서 필드까지 이동 동선이 복잡한 점 등에는 다소 의아해 하는 반응이었다. 손님으로 방문한 일본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가급적 좋은 말만 하려고 했다. 단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기 꺼려했다. 충분히 예상된 반응이었다.

◆일본 최초의 돔구장

일본 최초의 돔구장은 1988년 개장한 도쿄돔이지만 그보다 앞선 1979년 나고야에서 아시아 최초의 돔구장 건립을 시도했다. 그곳에 본사를 둔 도자기 기업 '일본도기(1981년부터 노리타케 도자기로 개명)'가 일본 최초로 돔구장 프로젝트를 세웠다. 1980년 3월 24일 일명 '노리타케 돔'이라는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1981년 4월 27일 '환경 영향 평가 준비서'를 나고야시에 제출했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984년 1월 26일 '지정사업폐지' 결정이 나면서 모든 계획을 접었다. 최근 노리타케 홍보담당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속칭 '돈먹는 하마'였기 때문에 포기했다"는 답변이 나왔다.

도쿄돔은 그 다음해인 1985년 일본 수도의 한복판인 고라쿠엔구장 부지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야구장을 만들려면 가장 중요한 건 땅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구장과 땅이 시 소유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도쿄돔 부지는 국유지와 개인이 소유한 사유지가 섞여있는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1936년 당시 '도쿄포병공창'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국유지인 공지가 생겼다.

고노라는 사람이 이 공터를 국가로부터 불하받았고, '요미우리신문' 사주 쇼리키와 '한큐 전철'의 고바야시가 출자해 그 해 12월 '주식회사 고라쿠엔 스타디움'을 설립하고 야구장 건설을 계획했다. 바로 '요미우리의 전설'이 싹튼 고라쿠엔구장(後楽園球場)이다. 이 구장은 메이저리그 구장을 모방해 땅을 파고 2층 관중석으로 설계했는데, 지금의 도쿄돔 역시 관중석이 지면부터 시작된다. 고라쿠엔이라는 이름은 '고이시카와 코라쿠엔(小石川後楽園)' 정원에서 따왔다. 고풍스런 고궁 옆에 현대적인 야구장이 생긴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안전"

도쿄돔(1985년 기공하여 1988년 개장한 일본 최초의 돔구장)은 서울의 동대문 정도에 위치해 있다. 부지는 앞서 언급했듯 국유지와 사유지가 섞여 있는 복잡한 땅이지만 약 80년간 토지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 시마는 도쿄돔의 가강 큰 목적이 "인기구단 요미우리의 홈경기를 이벤트로 내세워 도쿄 시민에게 휴식과 레저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일본 각 지방으로부터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도쿄돔의 연간 가동율은 365일 중 320일(요미우리의 연습일 제외)에 달한다. 공간을 임대할 때도 도쿄돔의 기업이념과 일맥상통하는 사업체가 최우선 대상이다. "상업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도쿄돔의 이미지 제고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시마의 설명이다. 도쿄돔 주변에는 유원지, 온천, 국제회의장, 호텔, 행사장 등이 있다. 이것을 모두 합쳐 '도쿄돔 시티'라고 부른다.

도쿄돔 지붕은 '공기막 구조'다. 쉽게 말하면 지붕이 천막이다. 공사비가 저렴한 대신 유지비가 많이 든다. 강한 태풍에 견디도록 설계돼 있고, 도쿄에 눈이 별로 없는 것도 고려했다. 만약 눈예보가 있다면 하루 전날부터 지붕 위의 열선을 켜 놓는다. 눈이 쌓이면 천막지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마는 "도쿄돔은 무엇보다 관중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이벤트를 기획한다"며 "관계자들이 잘 하시겠지만 고척돔에서는 절대 안전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 최초의 돔구장이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조희준

조희준은 20년 이상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야구행정을 다루며 프로야구의 성장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국제관계 전문가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범 당시 한국 측 협상단 대표로 산파 역할을 맡았다. ▲일본 호세이(法政)대학 문학부 출신으로 일본 야구에 조예가 깊은 그는 ▲KBO 운영부장 및 국제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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