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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잠실 중립경기, 빌려쓰는 팀들은 괴롭다


공간 없어 바닥에 짐·흡연실서 식사…'2만5천석' 대회요강 이젠 손볼 때

[김형태기자] "어, 홈팀이 왜 3루에 가 있지."

10일 잠실구장. 한국시리즈 5차전을 위해 모여든 취재진은 하나같이 의문을 나타냈다. 홈팀인 삼성이 남들은 기피하는 3루 덕아웃을 선점했다. 오히려 원정팀인 넥센 선수들이 해를 등질 수 있는 1루 덕아웃에 짐을 풀었다. 이유는 류중일 삼성 감독의 선택 때문이었다. 정규시즌 우승팀은 잠실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5∼7차전의 덕아웃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류 감독이 '좋을 것 없는' 3루를 택한 이유는 하나. 그나마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선수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원정라커가 있고, 간이 샤워시설도 마련돼 있다. 감독실도 갖춰져 있어 덕아웃 밖에서는 나름 '공간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삼성의 대구 홈구장 덕아웃이 3루여서 익숙하다는 장점도 있다. 따가운 햇볕을 마주해야 한다는 단점을 안으면서까지 3루 덕아웃을 선택한 이유다.

반면 '해를 피한' 넥센의 속사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선수들이 식사할 곳이 없어 계약한 외식업체의 음식을 잠실야구장 구내식당 한켠에 갖다 놓아야 했다. 야구 관계자, 심판, 취재진으로 북적이는 곳에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따로 준비된' 밥을 접시에 담은 뒤 보통 홈팀 선수들의 흡연실로 사용하는 휴게실에서 밥을 먹었다. 짐을 둘 곳도 없어 덕아웃 앞 복도에 가방과 각종 장비를 바닥에 놓아야 했다. 정규시즌 동안 1루 덕아웃은 잠실에 각각 클럽하우스가 있는 두산과 LG가 번갈아 가며 쓰고 있다. 원정팀을 위한 시설을 만들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두 팀으로선 억울하지만 규정에 어긋난 일은 아니다. 대회요강에 따르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의 경기장 규모가 2만5천석에 미달할 경우 5∼7차전은 잠실에서 열리게 돼 있다. 흥행수입도 보장하고 더 많은 팬들에게 '가을의 고전'을 만끽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과는 아무 관계 없는 곳에서 우승 결정전을 치러야 하는 팀들은 영 불편한 표정이다. 규모는 커졌지만 선수들을 위한 시설은 더 열악한 곳에서 경기를 하게 돼 속으로 끙끙 앓는 분위기다. 넥센의 몇몇 선수들은 "흥행도 좋지만 솔직히 불편한 게 많다"고 입을 모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는 표가 오히려 남았다. 모두 2만3천257명이 입장해 한국시리즈 42경기 연속 매진 행진이 중단됐다. 한국시리즈는 지난 2007년 잠실에서 열린 SK-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부터 이번 시리즈 4차전까지 모든 표가 팔려나갔지만 이번에 기록이 끊어졌다.

부쩍 추워진 날씨 탓도 있고, 월요일 야간 경기라는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잠실 중립경기를 앞으로도 고수해야 하는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연구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광주에 새 구장이 지어졌고, 2016년이면 대구에 신구장이 완공된다.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한 수원구장도 내년에 재개장한다.

전국 프로야구장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2만5천석 대회 요강을 고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야구 관계자들이 한 번 더 머리를 맞댈 시점이 왔다.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잠실 경기를 포기할 수 없다면 올해 불거진 문제들을 시정 보완하는 방안도 시급해 보인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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