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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kg 증량·108배…이희준, '남산의 부장들' 곽상천이 되기까지(인터뷰)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해 안 되던 곽상천, 공감하려 애 많이 썼다."

배우 이희준은 굉장히 솔직한 배우다.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스스로 "말실수가 많다"고 할 정도로 거침없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이번 '남산의 부장들' 속 자신이 연기한 곽상천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연기하기 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이희준이 곽상천에 오롯이 녹아들 수 있었던 건, 그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이희준은 박통(이성민 분)의 존재를 종교적 신념처럼 여기는 충성심 강한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25kg 체중을 증량해 100kg의 거구가 됐다. 살이 쪄서 뒤뚱거리며 뛰고, 배가 볼록하게 나온 이희준의 변신은 그야말로 놀랍다. 또 말끝마다 탱크를 외치며 소리를 내지르는 모습은 긴장감 속 웃음을 유발하곤 한다.

처음에는 살을 찌우는 것에 대해 두렵다는 심리적 거부감이 상당했다고. 그럼에도 캐릭터를 위해 '괜찮아'라며 자신을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죄책감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살을 안 찌웠으면 되게 허전했을 것 같더라"라고 만족감을 드러낸 이희준은 "이번 촬영에는 애드리브가 거의 없었다. 총 맞고 '피...피...'라고 하는데 실제 자료에 있었던 대사였다. 그걸 제대로 살리려 애를 썼다. 또 멱살 잡는 신에서도 욕이나 '헤헤'도 정확하게 지켜서 했다"라며 대본의 점 하나까지도 완벽하게 살려서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희준은 대본은 재미있었지만 곽상천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이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해가 안 되면 연기를 못하는 편이라는 이희준에게 큰 숙제가 던져진 셈이다. 그 때부터 '어떻게 각하를 만났나'. '진짜 아버지로 받아들이게 된 이유' 등 캐릭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그는 "만약 곽상천에게 권력욕에 대해 물으면 진심으로 절대 아니라고 할 것 같았다. 볼 때는 소리만 지르는 것 같지만, 진짜 각하를 믿고 있다 싶었다. 그러니까 저런 말들을 내뱉을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이렇게 인물을 구축하는 작업이 중요했고 또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그 상황에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식이 이해가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이희준이 일상에서 곽상천 같은 인물을 만난다면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고, 근처에도 안 갈 것 같다. 그냥 '자기만 맞다고 생각해? 미친놈'이라고 하면서 안 봤을 거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라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약 그런 혁명을 겪고, 각하가 나를 챙겨준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곽상천은 억울하지 않았을까. 남들은 안하무인, 권력욕이 있다고 하니 얼마나 억울하겠나. 충고를 할 때도 각하가 원하는 걸 아니까 너무 답답해서 진심 어린 충고를 했을 거다.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을 이해하려고 애 쓰다 보니 보이는 것이 있더라. 연기를 하면 이런 장점이 있는 것 같다"라고 캐릭터 연구를 통해 조금은 달라진 생각을 전했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이렇게 레이어 없이 연기한 건 처음"이라는 이희준은 "되게 낯선 경험이었다. 내뱉는 말과 다른 것을 숨기고 연기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걸 즐기는 편인데 가장 레이어 없이 연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겁도 났다. '나 이래도 되나' 싶더라. 그래서 선배님들께 '굵은 선만 긋고 있는 것 같다. 날카로움을 방해한 건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그랬더니 이병헌 선배님이 '너 때문에 숨 쉴 수가 있다'고 안심을 시켜주셨다"라고 연기적으로 불안했던 바를 털어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완성된 영화로 보니 다른 의중을 깔았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나름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시간이 지나고 108배를 하면서 '극에 맞게 하려고 충실히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6년 동안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108배를 한다는 이희준은 이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상처를 치유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산의 부장들'이 주는 의미에 대해 "곽상천 같은 인물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피하고 싶은데,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애를 썼던 것이 배우로서는 의미가 있었다"라며 "또 네 명의 심리 갈등이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명절 때 영화를 보고 세대 간 대화를 나누면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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