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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아달라"…이성한 감독,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에 담은 위로(인터뷰)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바람'의 이성한 감독이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로 무려 8년 만에 관객들 앞에 나섰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영화는 주변 상황으로 인해 쉽게 흔들리고 상처 받는 청소년들에게 "괜찮다"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는 감독 스스로가 받은 위로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녹여낸 것이기도 하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벼랑 끝 위기에 놓인 위태로운 아이들과 실패와 실수를 반복해도 언제나 그들 편인 교사 민재(김재철), 그들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담은 작품이다.

13년간 5천여 명의 거리 위 학생들을 구해낸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님의 에세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원작으로 한다. 이 에세이는 일본 발매 당시 38만 부 이상 판매되며 NHK, TBS에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로 제작된 베스트셀러이자, 지금까지도 교사들의 추천도서로 손꼽히는 스테디셀러다.

이성한 감독 [사진=부영엔터테인먼트]
이성한 감독 [사진=부영엔터테인먼트]

2011년 영화 '히트' 이후 약 8년 만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성한 감독은 "시사회 때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잠도 못 자고 마음이 너무 추웠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긴장이 많이 됐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만큼 이성한 감독에게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라는 영화는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히트' 흥행 실패 이후 엄청난 슬럼프와 상처로 방황했다는 이성한 감독은 원작을 읽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고, 그렇게 영화 작업에 돌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원작은 에피소드로 되어있어서 시나리오로 옮기는 작업이 힘들었다. 또 왜색이 너무 짙어서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계속해서 수정을 하면서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돌렸는데 거절을 당했다. 그 과정이 기다림의 연속이다. 다시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 또 다른 중압감으로 다가오더라. 선생님과도 약속한 것이 숙제처럼 느껴졌다. 그 때의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2012년에 시작했는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먹을 때가 2017년 1월이었다"라고 말했다.

"온전히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쓰고, 오디션을 봐서 정말 잘하는 배우를 뽑고, 촬영 음악도 내가 온전히 다 해봐야겠다는 고집이 생겼다. 그 때부터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내레이션에 들어갈 풍경 장면을 약 6개월 정도 찍었다. 여름과 가을, 겨울을 다 담아냈다. 그리고 10월 오디션 공고를 내고 11월에 오디션을 봤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계속 거쳐 왔다. 2018년 3월부터 한 달 반 정도 촬영을 했는데, 개봉을 하려고 하면 똑같은 과정이 반복됐다. 수많은 거절로 좌절을 거치는 과정을 올 여름까지 겪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영화를 상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서 도전을 하고 있고, 배급사인 삼백상회가 도와줘서 열심히 하고 있다."

 [사진=삼백상회]
[사진=삼백상회]

무려 8년이라는 시간. 그것도 우여곡절과 수많은 거절로 인해 상처로 가득했던 그 긴 시간을 짧게 요약해 털어놓은 그의 얼굴은 수많은 감정이 이는 듯 했다. "거절을 당하면 정말 많이 아프다"는 그의 목소리가 살짝 살짝 떨렸다. 그럼에도 뚝심 있게, 진정성을 가지고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를 만들어낸 이 감독은 "전주영화제 상영 때 영화를 보신 분들이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해주셨다"며 기쁘고 뭉클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배우들과 '우리 영화가 꼭 필요한 분들이 있다. 이 메시지가 그 분들의 가슴 속 상처를 분명 어루만질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영화제 당시 첫 번째 질문자가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정말 말을 못할 정도로 감사하더라"라며 "VIP 시사회 때도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다. 특히 사회복지사 한 분이 재철 씨의 손을 잡고 울먹이시더라. 극 중 준영이처럼 변화도 없고, 실수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 분들을 보니 의미 있는 작업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영화가 남긴 영향력을 전했다.

이는 원작자 미즈타니 오사무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선생님이 아이들이 너무 잘 보인다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일본에서 책이 나온 후 이슈가 되고, 드라마와 만화책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선생님이 영웅, 구원자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싫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저에게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의 인생이 대단하고, 이렇게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 분의 인생을 영화로 만들어 보여드려야 하는 것이라 긴장과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 그런데 보시고 많이 우시고 고맙다고 해주셔서 '나쁘지 않게 만들었나보다'란 생각을 했다"고 다시 한 번 영화를 통해 받은 위안과 감동을 고백했다.

이성한 감독 [사진=부영엔터테인먼트]
이성한 감독 [사진=부영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이 감독은 "'바람'을 생각하고 극장을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실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2009년 개봉된 '바람'은 방황하고 갈등하는 청춘들의 순간을 진솔하게 그려내며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 많은 호평을 얻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창시절을 진하게 추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성장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역시 '바람'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성장담을 담고 있다. 하지만 두 영화는 다른 관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장통 시리즈로 묶을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내 눈 앞이 안 보이고 낭떠러지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살아도 될 만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길 바랐다. 영화의 목적 중 하나는 '힘들게 살고 있는 모든 분들이 제발 살아 달라'는 것이었다"는 바람을 전했다. "어른이라고 해서 다 튼튼하고 현명한 것은 아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어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한 명이 한 명만 돕고 구할 수 있어도 좋은 일이 조금씩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오는 21일 개봉된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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