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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나랏말싸미', 송강호·박해일·故전미선이 남긴 위대한 업적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아름다운 배우 故전미선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측은 엔딩 크레디트에 고 전미선을 향한 애틋한 심정을 담아냈다.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라던 박해일의 말처럼, '나랏말싸미'는 지난 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전미선의 마지막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 모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을 담았다. 송강호가 세종을, 박해일이 신미스님을, 고 전미선이 소헌왕후를 연기했다. 이들 외에도 최덕문, 정해균, 김준한, 차래형, 윤정일, 탕준상, 금새록 등이 출연해 극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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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불정책을 가장 왕성하게 펼쳤던 임금인 세종이 죽기 전 유언으로 신미스님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나라를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한, 지혜를 깨우쳐 반열에 오른 분)이란 법호를 내렸다는 기록과 김만중의 '서포만필'에 있는 훈민정음과 불경을 기록한 문자인 범어(산스크리트어)와의 관계 등 한글 창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설은 '나랏말싸미'가 만들어지는 실마리가 됐다.

 [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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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권력을 독점하고자 했던 유신들에 맞서 '모든 백성이 문자를 읽고 쓰는 나라'를 꿈꿨던 세종은 가장 천한 신분인 스님, 신미를 만나 글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세종과 신미는 협업과 충돌의 과정을 거치며 어렵기만 한 한글 창제의 길을 신념을 다해 걷는다.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임금에게도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신미는 박해일을 통해 더욱 단단한 인물로 완성됐다. 중반부 세종과 신미가 서로에게 독설을 날리며 대립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전율을 일으킨다. 눈물이 고인 송강호의 깊이 있는 감정 열연과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박해일의 우직함은 다시 한 번 이들이 왜 '믿고 보는 배우'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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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의 또 다른 차별점은 세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왕권 강화를 견제하는 유신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평생을 괴롭힌 질병에 고통받는 세종의 좌절과 고뇌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백성을 위한 문자라는 필생의 과업을 위해 천한 불승과도 손 잡을 수 있는 호방함 뿐만 아니라 가슴 속에 간직한 소헌왕후를 향한 미안함과 애틋함도 느낄 수 있다. 이런 세종, 신미와 함께 했던 소헌왕후, 대군들, 신미의 제자들, 새로 태어난 문자를 익혀 퍼뜨렸던 궁녀들까지, 개인의 업적이 아닌 모두의 성취가 된 한글 창제의 과정 역시 색다른 재미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와 함께 비상한 두뇌로 한글 창제를 함께 한 영재 스님 학조를 연기한 탕준상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하다.

 [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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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고 전미선의 연기로 탄생한 소헌왕후는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또 다른 여운을 안긴다. 소헌왕후는 상처에 굴하지 않고 길을 찾고 제시하는 현명함과 당당함을 겸비한 여장부. 때로는 세종과 신미보다 더 큰 도량으로 조력자를 넘어 앞장서서 길을 터가는 한글 창제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런 소헌왕후에 대해 조철현 감독은 "한 명의 대장부"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매력 넘치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고 전미선의 연기 역시 강렬했다는 의미가 된다.

 [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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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고 전미선의 유작이 된 '나랏말싸미'의 제작사 오승현 대표는 지난 15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고인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해 영화 개봉 연기와 관련해 유족들과 얘기를 나눴다"며 "하지만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이 영화를 많은 분들이 보시고, '최고의 배우'로 기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개봉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조철현 감독과 송강호, 박해일 모두 고인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송강호는 "이 영화가 관객분들에게 슬픈 영화가 아니라, 그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얘기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일 역시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다. 보시는 분들도 저희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공교롭게도 극 중에는 소헌왕후의 천도제 장면이 등장한다.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배우'로 기억되는 고 전미선을 향한 그리움과 애틋한 마음이 맞닿는 순간이다.

오는 24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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