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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리]'앵그리맘', 그만 좀 하라는 세상에 날리는 돌직구


묵직한 메시지 안방 울렸다…드라마 '앵그리맘'이 준 숙제

[장진리기자] '앵그리맘'이 묵직한 메시지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7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 연출 최병길)은 끝까지 뚝심 있는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이 다함께 생각해 볼만한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학교 폭력을 당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학교로 돌아온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 '앵그리맘'은 학교 폭력에서 시작해 사학 비리, 정치 비리 등으로 점차 이야기의 영역을 넓혔다.

드라마로 구현된 허구의 세계지만 '앵그리맘' 속 현실은 2015년과 꼭 닮아 있었다. 혹독한 겨울, 아이들은 아무런 죄 없이 목숨을 잃고 어른들은 아무도 그 죽음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그저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진실을 밝히고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를 처벌해 달라고 거리로 나선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앵그리맘'은 한 발 더 나아가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대리만족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명성재단은 학교의 사고를 조강자의 어두운 과거로 물타기 하려고 시도하지만, 여론은 오히려 분노하며 명성재단을 규탄한다. "물타기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분노 섞인 외침은 결국 안위를 위해 악행을 거듭했던 이들의 자멸을 불러온다. 홍상복이 내민 손을 비웃으며 "그게 아이들이 느꼈을 감정이야. 너도 느껴봐"라고 차갑게 외면하는 안동칠(김희원 분)의 일갈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권선징악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만큼 드라마 속 세상은 더욱 씁쓸했다. 강수찬, 도정우, 홍상복은 검찰 구형보다 훨씬 낮은 형을 선고받는다. 게다가 홍상복은 '그 분'께 전형식 게이트 장부를 바친 댓가로 징역 2년에서 3개월 만에 특별사면되고, 본보기를 보이겠다며 조강자(김희선 분)에게 복수를 하러 뻔뻔하게 찾아온다.

조강자의 목숨을 구한 것은 홍상복을 꿰뚫어본 심복 안동칠이었지만, 홍상복의 목숨을 앗은 것은 뒤늦게 등장한 백구두였다. 백구두의 정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홍상복이 넘긴 장부의 실체가 드러날까 겁이 난 더 큰 권력의 개입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정의는 구현됐다, 어느 정도. 그러나 어둠은 또다시 꼬리 자르기에 성공했고, 또다른 비리를 담은 장부는 어딘가에 감춰졌다. 홍상복의 아들 홍상태(바로 분)는 "아버지가 남겨준 숙제가 있다"고 장부를 언급하며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장부, 아마 가장 높은 곳에 있을 거다. 검사가 되어 그 장부를 세상 밖에 끌어낼 거야"라고 다짐한다. '앵그리맘'은 화가 난 엄마 때문에 정의가 구현된 깨끗한 세상을 그리지 않는다. 다만 어딘가에 다시 감춰진 장부, 그 장부를 숨긴 백구두를 보여주며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또다시 등장할 백구두를 향한 행동을 촉구한다.

처음부터 커다란 정의 구현을 하겠다는 뜻은 없었다. 그저 딸을 지키겠다는 조강자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러다 스승이 스승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 위해 뭉친 작은 움직임은 큰 물결을 이뤘다. 정의는 그저 멀리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엄마들에게 누군가는 '그만 좀 하라'고 말한다.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 혹독하게 추운 겨울에 불어올 봄바람을 위해 엄마들은 그만할 수 없다. 2015년 대한민국에 필요한 말은 '그만'이 아니라 '함께'가 아닐까. '앵그리맘'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참으로 길고 혹독한 겨울이었다. 봄이 온 세상에서 차디찬 어둠 속에 여전히 잠들어 있을, 움틔우지 못한 씨앗들에 대해 가끔 생각한다. 얼어붙은 땅이 녹도록 따뜻한 단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묻혀있던 씨앗까지 모두 떨치고 일어나 세상이 봄꽃으로 뒤덮였으면 좋겠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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