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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28> 치매부모님을 위해 자녀들이 해야 할 일은…
2019년 05월 09일 오전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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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고 오니, 집안에 난리가 났습니다. 거실 한 쪽 벽에 어머니가 그린 똥벽화,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솔거의 동양화를 뺨치는 수준입니다. 창문만 열어 놓으면 몇 마리의 참새가 소나무로 착각하고 부딪혀 죽었을 겁니다.

급하긴 한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일단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말도 못 하고 엉엉 울었답니다.

목사님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로 착각을 하고 한 걸음에 달려오셨습니다.
저는 넋을 잃고 방바닥에 앉아 있고 돌아가신 줄 알았던 어머니는 벌거벗은 채 엉거주춤하고 있었다지요. 결국 목사님 사모가 급하게 오셔서 뒷수습을 했습니다. 집 안 똥냄새를 없앤다고 청국장을 끓였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남편은 "오늘은 청국장 냄새는 더 향기로운데..."라고 합니다.

이것이 저의 처음 똥경험이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제가 어딜 갈 때 어머니에게 기저귀를 채워드립니다. 혼자 옷을 벗거나 기저귀를 빼지 못하도록 잘 여며놓구요.

아 참! 저는 어머니 앞에서 기저귀라는 말을 안 썼었어요. 치매 초기나 중기에는 정신이 왔다 갔다 하거든요 그래서 정신이 돌아왔을 때 "기저귀찹시다" 하면 얼마나 자존심 상하시겠어요. 그래서 지어낸 말이 "속옷 입혀드릴게요" 입니다.

저는 어머니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제가 돌보아드리지 않으면 혼자서 아무 것도 못 하는 어른아이이니까요.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시기까지 힘든 시간 동안 의무감으로 했다면 정말 못 견뎠을 겁니다. 사랑없는 의무는 절대로 지속되지 못하니까요. (한국 치매가족협회 수기가운데 인용)

예전에는 부모님은 한 없이 크고 넓은 존재였다. 비를 막아주는 지붕이었고, 마르지 않는 우물이었다. 결혼자금을 대어주고 집을 장만해 주지 못해도 부모님은 모든 것을 내어줄 사람이었다. 간혹 억압적인 부모였다면 그래도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런데 치매에 걸리더니, 자식을 알아보지 못한다. 손주들 과자를 뺏어 먹는다. 자꾸만 내 돈을 내 놓으라고 성화다. '병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씁쓸하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바라보는 자녀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어떤 사람은 황당함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부모님의 여생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면 무기력함을 느낀다. 자식이 여럿 있어도 결국은 요양원에 가야 된다면, '무자식이 상팔자'가 아닌가 라고 느낄 사람도 많다. 그런데, 치매노인에게야 말로 자녀가 필요하다.

요양원에 입원하신 한 어르신이 어느 날, 입맛을 잃고 식사를 거부하셨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원장이 급히 장남에게 연락을 했다. 한 걸음에 달려온 장남이 "어머니, 어머니 안 드시면 저도 안 먹을래요"라고 하자, 그제야 아들과 함께 식사하겠다고 상을 차려달라고 했다.

오래 전, 어느 요양원을 견학갔을 때였다. 침대에 누워있던 노인이 슬며시 내 손에 종이쪽지를 쥐어졌다. 펴보니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아들에게 전화를 대신 걸어달라는 것이다. "저 사람들(요양원 직원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아들이 나를 보러 오려고 해도 저 사람들이 방훼를 해요. 아들한테 내가 여기에 있다고 전화 좀 걸어줘요." 부모에게 자녀 만큼 그리운 존재가 더 있을까 싶다.

과거처럼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식사를 떠먹이고 기저귀케어를 하는 것만이 효도는 아니다. 신체적 수발은 어려운 형편이지만 정서적 수발은 충분히 가능하다.

사실 부모와 자녀는 유전자를 공유했을 뿐 아니라 가장 오랜 시간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지낸 사람이다. 본인이 잃어버린 기억과 자신의 호불호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타인이다. 그래서 치매에 걸렸을 때 가장 친밀감을 느끼며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식인 것이다.

최근 방문한 요양원에서 본 모자의 풍경이 떠오른다. 볕이 따뜻한 창가에서 아들은 어머니가 좋아하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떠먹여 드리고 있었다. 평소 요양원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어르신이다. 하지만 이 순간은 얌전해진다. 기억을 잃은 어머니의 눈은 '당신이 누구냐'고 묻지 않는다. 익숙한 느낌. 초조하게 헤매던 정신이 제 자리를 찾은 편안함이 눈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노인전문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으로 일본에서 개호보험제도를 공부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준비7' '은퇴후 희망설계333' '퇴근후 2시간'(공저)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등의 책을 썼다.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요양보호사구인구직사이트 '조인케어'를 운영하고 있다. 5년 후 고령화율 18%인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와 개인의 삶. 복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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