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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25> 치매는 관계의 질병
2019년 03월 21일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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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왜 이렇게 바보가 됐어? 밥도 제대로 못 하고, 맨날 물건을 어디에다 뒀는지 모르고..."

치매에 걸린 지 모르는 동안, 가족들은 불평을 쏟아놓습니다. 본인은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자꾸만 가족들에게 들볶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방어기제가 생깁니다. 누가 내 지갑을 훔쳐갔어. 며느리가 내 험담을 하고 다니네. 점점 완강해 집니다.

이렇게 치매노인과 가족의 사이가 나빠집니다.

"엄마가 이상해졌어."

가족 중 누군가가 이상을 발견하고 온 가족을 모아 대책회의를 합니다. 모두들 '불쌍한 우리 어머니' 하면서 눈물을 쏟습니다. 하지만...

"이번 월요일에 병원에 예약을 했는데 누가 같이 갈 수 있지?""나는 월요일 마다 회의가 있어서...", "나는 아이들 학교에서 학부모회의가 있어서, 이번에 빠지면 안 돼서..."

모두들 현실의 문제로 돌아오니 자기 앞가림에 바쁩니다.

저는 조인케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치매가족들의 고민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치매는 바로 관계의 질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치매환자가 집안에 있으면 온 집안은 소리 없는 전쟁터가 되지요. 누가 모실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가장 만만한 사람은 장남의 아내, 또는 마음이 착한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 여자들은 '내가 직장이라도 다니면, 이 짐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자신을 가엽게 여기며 한탄합니다.

처음에는 "잘 부탁합니다 형수님", "언니..." 하면서 굽신대던 남편의 형제들은 점차 발걸음을 끊어버립니다.

그래도 끝까지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것은 딸입니다. 그런데 딸은 찾아올 때 마다 문제를 더 키웁니다. "엄마, 괜찮으신데 왜 치매라는 거에요?" 라고 합니다. 또 어떤 때에는 "우리 엄마, 왜 이렇게 잠만 자요. 어디 아프신 거 아네요?" 하면서 참견을 합니다. 시누가 찾아온 날이면, 부부 싸움이 벌어집니다.

게다가 기가 막힌 것은 주수발자 앞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치매환자가 어쩌다 찾아오는 친지들 앞에서는 제법 정상적으로 행동하면서 늘 함께 하는 배우자 또는 며느리, 딸과 있을 때에는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의심을 하거나 화를 내는 등 괴롭힙니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무례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 들 앞에서는 교양있게 굴다가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일삼고 나의 못된 면을 서슴없이 표출합니다. 가깝기 때문에 만만한 것입니다. 이는 치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매환자들은 초기에 자신의 상태에 대한 자각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상당히 긴장하고 자신을 놓치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견딜 수 있는 정신적 긴장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짧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긴장상태는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는 여지 없이 풀려버리고 억눌렀던 만큼이나 자신을 여과없이 내 보냅니다. 결코 일부러 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매 가족들의 상담을 하다 보면, 치매 라는 하나의 문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 십년 된 가족문제가 꾸역꾸역 나오게 됩니다.

"우리 아버지는 맨날 술만 마시고 술 취하면 엄마와 우리를 두들겨 패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치매에 걸려서 가족을 찾네요. 우리가 왜 그 사람을 책임져야 하나요?""엄마는 맨날 오빠만 챙겼잖아? 오빠한테 모든 것을 퍼주고, 나는 뒷전이었지. 그런데 오빠는 빠지고 왜 내가 엄마를 돌보아야 하지?"

사람의 관계는 시련에 강하지 않거든요. 치매라는 엄청난 시련에 맞닥들였을 때 진정으로 가족애를 보이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장소, 의지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가족은 늘 문제투성이이거든요.

가족은 고슴도치여서 가까이 갈수록 상대방을 더 찌르게 됩니다. 상처를 애써 봉합하고 있는데, 부모님이나 배우자 치매는 적당한 거리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던 가족을 가까이로 불러들이게 되고, 그 만큼 예전의 고슴도치 상처를 건드리게 됩니다.

살아오는 동안 나는 인생이 항상 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시간을 미분한다면 그 순간에는 손해를 보는 사람과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긴 안목으로 본다면 거의 공평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약 내가 부모님 수발이나 배우자 간병이라는 어려운 일을 하게 됐는데, 그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 합니다.

'다른 형제들은 안 하는데, 왜 내가?', '손해보는 것 같아서 안 하겠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노인, 특히 자신의 부모님을 돌보는 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가치 있는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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