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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17> 인간중심케어가 어렵다고요? 미소가 답입니다.
2018년 11월 23일 오전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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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happy?"

지난 여름, 영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영국의 브래포드대학교 응용치매연구센터에서는 연구자들과 치매환자, 가족들이 함께 하는 워크샵이 열리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치매환자들을 한 명 씩 안아주면서 물었다. 정기적으로 세션에 참석해 온 그네들의 얼굴에는 이 곳이 처음이라는 듯한 놀라움과 환영받는 것에 대한 순수한 기쁨이 엇갈렸다.

영국 브래포드 대학의 '응용치매연구센터'는 세계적으로 인간중심케어(Person Centered Care)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1990년대 이 대학의 전임강사였던 톰 킷우드(Tom Kitwood)가 주창한 인간중심케어(PCC)는 각 나라에 전파돼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요양서비스 관련 법안에 PCC의 정신을 명기하기까지 했다. PCC는 인간중심케어, 사람중심케어 등의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오기도 했지만, 중심 사상은 환자를 중심으로 한 케어를 실천하는 것이다.

톰 킷우드로 시작된 브래포드대학의 응용치매연구센터에서는 현재 심리학자, 간호사, 작업치료, 사회과학자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여 치매와 관련한 융합 연구를 수행함과 동시에 PCC에 근거해 요양시설에 대한 평가, 요양인력 훈련, 양성 등의 일을 해 오고 있다.

내가 그 곳을 방문했을 당시, 치매환자와 가족의 경험을 경청하는 'Experts by Experience(경험자 전문가)'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의사나 연구자 중심이 아니라 치매환자와 가족이 중심이 된 연구이다.

환자와 가족은 자신들이 받는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직원 교육에 이런 저런 것들이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한다.

영국 24개 지부에서 이루어지는 Experts by Experience는 정부의 돌봄서비스를 받는 사람들과 가족들이 자신들이 돌봄서비스를 받는 동안의 경험을 말함으로써 돌봄서비스가 보다 인간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지에서 만났던 더나 다운스(Durna Downs)교수는 "치매는 환자들에게 각각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따라서 직원 매뉴얼에 따른 획일화된 대응은 이들을 좌절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러한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간의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Experts by Experience의 주 목적이며 인간중심케어(PCC)의 이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중심케어는, 이제까지 시설 중심, 케어하는 사람 중심에서 돌봄을 받는 사람 중심으로 관심의 초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치매환자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물이고 짐덩어리가 아니라, 여전히 느끼고 즐기며 남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인간이라는 인식을 하는 것이다.

밥 시간이 됐지만 아직 배가 고프지 않다면? 선택의 자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대나 감옥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언제 먹을까?'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노인들을 수용하는 시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치매환자의 식사보조자가 바쁘다고, 아직 음식물을 삼키지 않은 노인의 입에 음식물을 꾸역꾸역 집어넣거나, 빨리 먹지 않는다며 식판을 뺏어가는 일, 환자가 스스로 화장실에 갈 수 있는데도, 도움을 줄 사람이 바쁘다는 이유로 기저귀를 채워두는 일, 환자가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침대에 묶어두는 일, 영국에서도 과거에는 이런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인권의식이 높아진 현재 한국에서도 약물로 진정시킬 수 없는 환자들의 경우, 정신병원으로 보내진다.

이러한 태도의 근거에는 치매에 대해 3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희망이 없고, 어떤 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이상 감정이 흐르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 하고 환자를 무능력자 취급하거나, 환자와 거리를 두고,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일하고 행동하는 일이 횡행한다.

상대를 인간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개방하는 일이 필요하며, 형식적 관계가 아닌,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 상대방의 달라진 모습에 진심을 담아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 맺기를 하다 보면 실망, 분노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국면까지 극복한 뒤에는 관계에서의 충족감,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는 치매환자 뿐 아니라 누구와도 이런 인간적 관계맺기를 기피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면 불꽃튀기는 화학작용 대신, 듣기 거북한 프레임씌우기, 혐오와 증오가 난무한다. 노인과 청년세대, 고용주와 일하는 사람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자원이 축소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소극적이고 폐쇄적이 되어가며 그 결과 관계단절이 일어난다.

그런데, 심각한 상태의 치매환자와 관계맺기가 어떻게 가능한가? 스킨십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뜻하게 껴안아주기, 손등을 어루만져주기, 등이나 발을 마사지 해주기 등이 치매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탁틱케어'는 환자와의 긍정적 스킨십을 통해, 체내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되며, 환자의 흥분이나 불안이 감소하는 것을 보고하였다.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IEGF(International Engineering and Gerontechnology Forum)행사가 있었다. 영국 PCC를 대표해서 게일 마운틴 교수가 한국을 방문해 PCC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도 가졌다.

함께 한국의 요양원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요양원의 직원들이 다들 웃으며 환자들을 대하고 손님을 맞는 것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녀는 미소는 'PCC의 중요한 지표'라고 말한다.

서양사람들은 미소와 악수를 '나는 당신을 적대시 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사용했었다. 미소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상대방이 거울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개인적으로, 덧붙인다면, '친절'을 권하고 싶다. 친절은 돈도 들지 않는 보시이다. 길을 가다가 혼자 비틀거리는 노인을 잠깐 부축해주는 일, 터미널에서 맨발로 헤매는 치매노인을 보았을 때, 이 분을 관찰해서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주는 일, 비록 치매환자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실수를 참아주는 일. 즉 음식물을 흘리거나, 헛소리를 하거나, 며느리에게 '도둑년'이라고 욕을 할 때(좀 참기 힘들겠지만) 상대방을 너그럽게 대하는 일. 이것이 평화를 가져온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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