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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11> 치매어르신, 누가 돌볼 것인가?
2018년 07월 07일 오전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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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요양서비스 현장에서 보고 들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장면1. “아이 무시라요, 이 할바이가 어젯밤에 하도 소리를 질러나서, 나도 밤을 새웠구망요.”

요양병원에 가면 들려오는 조선족 간병인의 사투리와 쪽진 머리가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심지어는 말도 안 통하는 베트남 간병인이 기저귀를 갈고 어르신의 시중을 들고 있다.

“우리 병원은 한국 사람 안 쓰기로 했습니다.” 요양병원 원장은 딱 잘라서 얘기한다.

“한국 사람 가운데 이런 일을 하겠다는 사람 없어요. 요양병원은 기본적으로 24시간 근무해야죠. 월급 240~280만 원 선인데 이 돈 받으면서 병실에서 쪽잠 자면서 많게는 6명의 어르신을 돌보겠다는 한국 사람이 있겠어요?

그럼 돈 많이 주면 안 되냐고요? 우리 같은 대형 요양병원도 내년이면 문을 닫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됩니다. 시급은 올라가고, 저가로 후려치는 요양병원들 때문에 환자는 뻇기고. 간병인 월급을 올리면 그 비용은 환자와 가족이 부담해야지요. 자식들이야 다 마음으로는 내 부모님을 비싸도 좋은 병원에 맡기고 싶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못하니까, 타협점이 필요한 거지요.”

이 병원은 지방 대도시에서 첫째, 둘째로 시설 좋고, 평판 좋은 요양병원이다.

“돈 문제 만은 아닙니다. 한국 사람은 기본적으로 신고정신이 투철해요. 간호사나 의사가 업무지시를 세게 하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바로 그 다음날로 관청에 신고하러 갑니다. 석션을 간호사가 아니라 간병인이 했다든가 하는 식으로 신고합니다. 건보에서는 ‘신고해서 포상받으라’고 한다면서요.

우리라고 조선족 간병인이 좋은 거 아네요. 춘절이 되면 한 달씩 중국의 고향을 가는 바람에 공백기를 메울 간병인을 구하느라 보통 힘든 것이 아닙니다. 또 다른 문제는 한 병원에 들어오는 간병인들이 보통 20~30명인데 이들이 대게 이모, 조카, 사촌 등 한 동네 식구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병원이 누구를 위한 병원인지 헷갈릴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이렇게 집단화된 중국인 간병인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다 병원을 그만두는 한국인 간병인도 있다.

장면2돈은 많은데 시간이 없는 내 지인 한 사람은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출퇴근하는 한국인 간병인을 구했다. 그런데 이 간병인은 주말에는 근무를 못 하겠다고 해서 주말에만 봐 줄 사람을 따로 구했다. 그 과정에서 약간 언잖았다고 한다. 간병인이 최저시급과 휴일근무에 따른 수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간병인들은 가사노동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가사만 도와줄 사람을 따로 구해야 했다. 한 달에 400~500만원을 지출하지만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결국 조선족 간병인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장면3며칠 전 부산에서 한 요양보호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저, 센터장님, 제가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일해서 받는 거 국민들이 세금내서 주는 거 맞지요? 요양보호사라는 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혼자 사는 게 힘드신 분들을 도와주라고 있는 거 맞지예? 우리가 식모가 아니지예? 근데, 이게 왠 말입니꺼? 몸도 멀쩡하신 어르신 어떻게 등급 환자로 둔갑해서 요양보호사를 불러서, 집안 일 시킵니다. 빨래를 빨아라, 청소를 해라, 요리를 왜 이리 못하냐?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우리가 무슨 파출부입니까?

파출부는 하루 반 나절만 일해도 5만원을 받는데 우리가 받는 돈은 이거 반도 안 됩니다. 게다가 정부에서 돈을 내 주니 가족 입장에서는 몇 천 원 내고 파출부 부르는 거 아입니꺼? 우리더러 나이롱 어르신 돌봐주라는 겁니꺼? 돈이 막 헛나가는 거 아닙니꺼? 내가 몇 푼 벌어와도 이게 다 내 아들, 내 며느리가 세금 낸 돈 아닙니까? 세금을 이렇게 쓰도 되는 것입니까?

장기요양보험제도라는 게, 불쌍하신 어르신 도와 줄라고 만든 제도 아닙니꺼? 그런데 이게 무슨 미칭갱이 깽깽이 노릇입니까? 내가 센터에 뭐라고 얘기하면, 오히려 센터장이 소리칩니다. 어르신 비위를 잘 맞추라고. 가끔 과일도 사다 드리고 하라고... 센터장한테야 어르신이 고객이니까, 우리 말 보다, 고객 말을 듣는 거 아입니꺼?

도대체 정부의 높은 사람들은 이런 거 압니꺼? 그 사람들, 책상위에서 서류만 보지 말고,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와서 보라고 하이소.“

늦은 저녁에 전화를 걸어오신 그 분은 30분 간 열변을 토하는데, 다행히(?)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이 돼서 나도 그냥 잠들어 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 이분이 보낸 문자는 이랬다.

“외롭고 고독한 어르신, 1960년대 1970년대 우리나라가 못 살고 어려울 때 열심히 일하신 분들, 이런 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요만큼 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서 요양보호사가 있다. 자녀들이 있어도 도와주지 못하는 그런 분들을 위해서. 그런 분들께 우리들이 소신과 봉사와 애민한 마음을 담고 노력하고 싶어요. 그런데 돈 한 달에 13만 원 정도 내고 입만 열면 ‘자식 잘 번다, 손자 메이커있는 옷만 입는다’. 요양보호사를 아래 위로 훑어보고, 그런 노인은 안 돼요. 내가 그런 수모를 받고 받는 돈은 결국 내 아들 며느리 사위딸이 내는 세금이거든요. 어제 제가 감정이 좀 격해 있었어요. 저도 이제 일할 마음 접었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일이다. 앞으로 요양서비스는 국민의 필수서비스가 되어갈 것인데, 이를 둘러싸고 이렇게 들 갈등이 많으니.

일본의 사상가이자, 고베여자대학 명예교수인 우치다 다치루는 “AI시대 사람들의 일자리는 대략 사회의 시스템을 만드는 극소수 고퀄러티 엘리트와 저가에 힘든 일을 도맡아하는 요양서비스인력군으로 정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고령화와 AI로 대변되는 미래사회에서 요양서비스직은 대부분의 직업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수발은 고용의 문제이며, 일하는 사람의 권리의 문제이며, 돌봄을 받는 사람의 인권의 문제이며, 제도의 문제이며, 복지의 문제이며, 국가의 미래에 관한 문제이다. 내가 이용자이며 세금을 내는 사람이며, 근로자이다. 하나의 입장을 첨예하게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입장도 헤아리는 좋은 수발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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