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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7> 효도에는 '기준'이 없다
2018년 05월 10일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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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치매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라고 걱정이 돼 바로 부모님 옆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아내에게 매일 들여다 보고 불편하신 게 없는지 보살펴드리라고 얘기했고요. 그리고 저도 주말마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근데 점점 지칩니다. 어머니의 이상한 행동, 집착, 반복적 말을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이게 언제 끝나려나 생각했다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화를 냈다가… 참 어렵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밤만 되면 헛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온 가족이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괴력이 생겨 가족들을 때리고 물고 꼬집는 바람에 가까이 갈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요양원에서도 쫓겨나고 방문 요양보호사도 하루를 못 버티고 그만둡니다. 아버지와 저는 완전 초죽음이 돼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인케어를 운영하다 보면, 가족들의 하소연을 들을 기회가 많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을 자주 뵐 수가 없어 걱정이다, 요양병원에 모시고 싶은데 형제들 마다 의견이 달라서 결정을 못 내리겠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듣다 보면, 나는 17년 전 일본으로 떠난 시간여행이 생각난다.

2001년 우리나라가 고령화율 7%를 겨우 넘겼을 당시 일본에서 1년간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때 일본은 고령화율 18%의 노인대국이었다.

'일본의 노인복지제도'에 대해 연구를 하는 동안 수도 없이 들었던 단어가 '원거리개호'(간병), '개호이직'(부모님 수발을 위해 이직을 하는 경우), '개호살인'(간병부담에 지쳐 존속살인을 하거나 동반자살을 하는 경우)이었다.

다행히 공적개호보험이 생겼다. 그래서 가족들의 간병 어려움은 사라진 줄 알았다.

최근 일본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부모님을 둔 자녀의 4명 가운데 한 명이 간병을 하고 있으며 일 년에 부모님 수발 때문에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10만 명에 이른다(일본 생명보험문화센터 조사, 2017년). 2주일에 한 번씩 간병살인이 일어나며 수발자의 20%가 자살이나 살인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뉴스위크 재팬. 2017,12,18일자).

아무리 사회적 요양시스템이 갖춰진다고 해도 가족의 부담이 사라질 수는 없는 모양이다.

요새 효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부모 간병을 둘러싸고 가족 간의 불화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자식이 찾아가지 않는 독거노인이 고독사를 하는 사례마저 보도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이 되니 효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자녀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인은 "부모님이 '이걸 사 달라, 저걸 사 달라'고 하시는 데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우려되는 것들이어서 '안 된다'고 했더니, '너 같은 불효자는 없다. 내 경로당 친구 누구누구는 자식이 안마의자를 사줬다, 효도관광을 시켜줬다더라'고 역정을 내신다"고 한다. 선물의 크기가 마음의 크기가 되고 효도가 비교대상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젊어서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 가정폭력을 휘둘렸던 아버지에 대해서 효도를 강요할 수 있느냐며 불효 정당화론마저 나온다.

한 쪽에서는 '효도'가 힘들다고 하지만 또 한쪽에서는 '효도실종'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효'를 가르치는 대학이 만들어지고 효행상 수상자를 뽑자고 한다. 땅에 떨어진 경로사상을 되살리기 위해 '효도'라는 사상교육 마저 필요한 모양이다.

그런데 잘 들여다 보면 효도가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린 감도 없지 않다, 은퇴후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층은 수 백 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효대학원을 다니고 그 대가로 각 학교에 의무적으로 배정된 효교육 강사 자격증을 받는다. 사실 '효도'는 실버산업이 가장 잘 활용하는 마케팅방법이기도 하다. 노인에게 건강식품, 요양상품을 팔기위해서는 자식의 호주머니를 겨냥해야 하고, 이들의 효심을 건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효도'가 이리 저리 오염되고 있지만 그래도 현재 부모와 자녀를 이어주는 다리라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다.

요양보호사가 살갑게 보살펴주고, 좋은 요양병원, 요양원이 많지만, 그래도 부모에게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자식이다. 오래전 한 요양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침대 위에 누워있던 할아버지가 방문객인 내 손에 종이 한 장을 쥐어준다.

"우리 아들 전화번호요. 여기 직원들이 전화를 안 해줘. 가서 아들한테 전화 좀 해줘요. 아버지가 기다린다고…" 직원 말에 따르면 아들은 '바쁘다'며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왜 노인이 되면 자식에게 매달리는 것일까? 자식은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공유하며, 가장 많은 것을 보아준 '타인'이다. 나의 생활습관, 기호, 결점 등 민낯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기에 자식만을 찾고 의지하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부모는 늘 좋은 모습으로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자식이란 어떤 존재인 줄 안다면 '효도'까지는 아니라도 애잔한 인간애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아프다 하고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식으로서 마음이 짠해진다. 부모님이 치매라도 걸렸다고 하면 마음이 더 무너질 것이다.

효도로 가장한 상혼을 걷어내고 경로사상을 내세운 일부 기득노인들의 집착도 벗겨내면, 몸이 아픈 부모에 대한 애잔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고 부모와 자식 간의 역사도 다르고 사람마다 표현방법도 다르다. '효도'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

무엇보다 앞으로 가야 할 시간이 너무 길다. 특히 치매의 경우는 장거리 투혼이 필요하다. 요란한 효도보다, 끈기있는 효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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