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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4월11일-정강이 보호대


 

야구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은 포수로 꼽힌다. 투수의 강속구를 받아내야 하고, 때로는 파울팁 타구에 맞아 온몸에 멍이 들기 일쑤다.

또한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까닭에 무릎 관절이 상하기 쉽다. 이 때문에 포수는 항상 육중한 장비를 몸에 두르고 있다.

포수의 장비는 야구의 규칙 변화에 따라 하나씩 추가됐다. 1876년 하버드 대학의 야구선수 프레드 테이어가 마스크를 개발한 뒤 1886년 디트로이트이의 포수 찰스 베넷이 가슴 보호대를 착용하며 큰 부상으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다리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초창기만 해도 '남자다움'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던 야구 선수들은 더이상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홈플레이트로 돌진하는 주자의 스파이크에 다리가 성할 날이 없었다.

브레스나한은 1년전 필라델피아의 레드 두인이 스타킹 안에 다리 보호대를 착용한 것을 목격하고 한동안 실험을 거쳐 자기 다리에 딱 드러맞는 장비를 개발해 착용했다.

더이상 스파이크를 앞세워 돌진하는 주자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지만 주위의 반응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프레드 클락 당시 피츠버그 감독이 '주자를 다치게 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은 약과였다.

"얼마나 충돌이 무서우면 그런 우스꽝스러운 걸 다 차고 다니느냐"는 비웃음과 놀림이 끊임 없이 이어졌다. 마치 치마 입고 다니는 남자를 본 것처럼 조소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년여 뒤 보다 작고 가벼운 장비가 출시되면서 포수들은 앞다퉈 보호대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고통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지션의 특성상 포수는 부상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그럼에도 빛이 나지 않는 직업이 포수다. 홈런을 때린 타자 또는 경기를 승리한 투수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것과 달리 특별한 찬사를 받지 못한다. 육중한 장비 속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많은 공을 받지만 웬만해선 주목을 끌기 어렵다.

그러나 포수 없는 야구팀은 상상할 수도 없다. 투수의 호투도 포수의 도움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안방마님'이란 별명은 그래서 붙여진 듯 싶다.

김형태 기자 hors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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