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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추운 겨울에도 식중독? 노로바이러스 조심하세요


주부인 최 모(39)씨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외식을 즐겼다. 그런데 맛있게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후 최 씨와 아이들은 갑자기 심한 설사 증상이 나타나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려야 했다.

궁금해 하는 최 씨를 보며 의사는 "겨울철에는 주로 노로바이러스(noroviruses)에 의한 식중독이 자주 발생한다"라며 "노로바이러스는 한 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 음식은 식별 불가능

노로바이러스는 지난 1968년 미국 오하이오주 노웍크(Norwalk)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환자들의 변에서 처음 발견됐다. 발견 초기에는 '노웍크바이러스(norwalk virus)' 등으로 불렸지만 이후 2002년에 노로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최종 명명됐다.

노로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급성위장염을 일으키는 전염성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의 입자는 27~40나노미터(nm)로서 매우 작은 크기고, 공 모양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냉동·냉장 상태에서는 수년 동안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 식중독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 식중독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통계적으로도 잘 드러나 있다. 식품의약안전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의 연간 전체 발생 건수 중 42.4%가 겨울철인 12~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 때문에 노로바이러스는 종종 선진국형 설사병이라고도 불린다.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 식중독은 대장균이나 살모넬라 같은 병원성 세균들이 원인인 반면에 선진국의 식중독 발생은 노로바이러스가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대체로 위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식중독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는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은 열심히 살펴보거나 맛을 본다고 해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식중독균에 오염된 음식은 부패한 상태이므로 맛을 보거나 육안에 의해서 식별이 가능하다.

게다가 노로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이나 음식은 물론, 분변이나 침과 같은 분비물을 통해서도 옮길 수 있다. 환자가 식중독 증상을 나타내는 시기의 전염성은 말할 것도 없이 강한 편이고, 회복 후에도 2주 정도는 전염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의료 전문가들은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정상을 되찾은 사람일지라도, 회복된 후 2주간은 바이러스가 생존해 있을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노로 바이러스의 증상은 보통 12~24시간의 잠복기를 거치면서 구토·메스꺼움·오한·복통·설사 등을 동반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증상이 1~2일내로 호전되기 때문에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 하지만 어린이나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대부분 탈수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의학적 주의를 요한다.

◆치료제 없어 예방이 최선인 노로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이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소홀해지고, 실내 활동이 많아지면서 사람들 간의 전염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대형음식점 등에서 여러 사람이 쓰는 숟가락·포크·식기 등의 불결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실제로 노로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식중독이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곳은 주로 학교와 대형음식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집단 식중독이 지난 2012년에는 69건, 그리고 2013년은 57건으로서 조금 감소했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한 번 발생하면 빠르고 꾸준하게 전파되는 노로바이러스지만 약점도 있다. 바로 뜨거운 온도다. 냉장 상태에서 수년간 생존할 수 있는 생명력을 지녔지만 100℃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끓일 경우 살아남지 못한다. 일반 식중독균에 오염된 음식의 경우 세균이 쏟아낸 배설물 때문에 음식을 끓여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인스턴트 음식이나 냉장실에 있던 음식의 경우라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보다는 뜨겁게 끓여서 먹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전염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일 뿐 근본적인 치료법은 되지 못한다.

노로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항생제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항바이러스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외출 후 식사 전, 화장실 출입 후 손 씻기를 기본적으로 철저히 해야 한다.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손 씻기와 양치질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가정이나 어린이집에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감염성 질환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기 보다는 바이러스가 묻은 손을 눈이나 코 또는 입에다 갖다 대면서 감염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세균의 숫자를 줄여 주기만 하더라도 감염성 질환의 70%는 예방할 수 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권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 예방 수칙이다.

1. 손을 자주 씻는다. 특히 화장실을 사용한 후나 기저귀를 교체한 후,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2. 과일과 채소 등 날로 먹는 식품은 철저히 씻어야 하고, 노로바이러스 유행 시기에는 어패류도 가급적 익혀 먹도록 한다.

3. 감염된 환자가 만진 곳의 표면은 소독제로 철저히 세척하고 살균해야 한다.

4.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환자의 옷과 이불 등은 즉시 비누를 사용하여 뜨거운 물로 세탁한다.

5. 환자의 구토물은 적절히 폐기하고 주변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한다.

6. 노로바이러스에서 감염됐었던 환자는 회복 후라도 3일 동안은 음식을 준비하지 않으며 환자가 만진 식품은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 처리한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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