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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에볼라 바이러스, 합리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한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영화가 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에볼라 바이러스를 소재로 지난 1995년에 제작됐던 영화 '아웃브레이크(Outbreak)'다.

이 영화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가 된 원숭이가 미국으로 수입되면서, 미국 전역이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해 일대 혼란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봉 당시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극적인 재미를 위해 설정된 부분이었을 뿐, 사실은 그렇게 까지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모두 죽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사례들만 보더라도 에볼라의 치사율은 지역에 따라 90%인 곳도 있지만, 30% 조금 못 미치는 곳도 있다. 또한 에볼라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례들도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 에볼라에 감염됐던 미국인 환자 2명, 완치 후 퇴원

에볼라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미국인 2명이 지난 8월 21일(현지시간)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의료 지원 활동을 하다 본국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온 의사와 간호사로서, 3주간의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이 결정됐다.

이 날 퇴원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에볼라에 감염됐던 의사인 켄트 브랜틀리(Kent Brantly) 박사는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황홀하다"고 감격해 하면서, 자신을 치료해 준 에모리대 병원 의료진과 일일이 포옹하고 악수를 나눴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외신들은 일제히 "의료진이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환자였던 브랜틀리 박사와 직접 접촉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고 전하며 "접촉만 해도 감염이 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이 보여준 포옹 장면이야 말로 '더 이상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의 우려는 없다'라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증거"라고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관계자도 이 날 성명을 통해 "혈액검사 결과 두 사람 모두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며 "이들의 퇴원이 대중에게 어떠한 위험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었을까?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증상 및 발병 원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 에볼라 바이러스의 초기 감염증상은 구토와 고열이 지속되는 말라리아와 대단히 흡사하다. 그렇게 고열과 두통으로 일정 시간을 겪게 되는 환자들은 이내 커피처럼 검은 위액을 쏟아내고 심한 설사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그들 중 일부는 마치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온 몸을 찌르는 듯,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고통스런 증상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입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 중에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숙주세포의 핵 안으로 바이러스의 핵이 들어가는 순간, 숙주세포가 갖고 있던 기존 면역 시스템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면역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환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코와 입에서 생피를 쏟으며 숨을 거두게 된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증상들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이르 지역의 환자들이 보여준 공통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에볼라의 자연 숙주로 추정되고 있는 과일 박쥐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정체만큼이나 미스터리 한 것이 바로 에볼라의 발병 원인이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자연적 숙주를 찾는 일에 매진해 왔다. 자연적으로 전파되는 숙주를 찾아야 바이러스의 발병 원인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형광항체법을 포함한 다양한 시도 끝에 일단 원숭이와 침팬지를 유력한 에볼라의 자연적 숙주로 생각했다. 형광항체법이란 숙주로 의심되는 동물의 장기가 형광색을 띄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지난 2002년에는 미 퍼듀대의 과학자들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조류 바이러스와 더 가까운 관계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과일 박쥐가 가장 유력한 자연 숙주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볼라 환자가 많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요리 중에 과일박쥐를 재료로 하는 음식이 많은데, 이들 음식을 먹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바이러스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치료제 개발도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최근의 치료제는 작용 원리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지맵(Zmapp)으로 대표되는 항체 치료제다.

항체 치료제의 기전을 살펴보면 갑작스런 바이러스 침입에 무장 해제된 환자의 면역계를 항체가 대신하는 방법이다. 이 항체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인식하여 달라붙는데, 이로써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무력화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RNA의 간섭 현상을 이용한 치료제다. 캐나다의 제약회사가 개발한 ‘TMK-에볼라’라는 약품이 그 선두주자인데, 이 치료제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령 RNA에 달라붙어 바이러스가 더 이상 증식시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치료제인 저분자의약품(small molecule drug)은 일본의 '파비피라비르(favipiravir)'가 가장 유명하다. 이 약품은 당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타겟으로 개발됐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쥐에 투여할 경우 100% 생존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유망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 가졌던 의문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렇다면 브랜틀리 박사와 간호원은 어떻게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아직 모른다'이다. 이들을 치료한 에모리대 의료진조차 완치 이유에 대해 "치료제인 지맵 덕분인지, 아니면 이들이 본국으로 이송되기 직전 과거 에볼라에 걸렸다가 살아난 소년의 혈장을 주입한 것 때문인지를 지금 단계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그 정체를 밝히는 것이 어려운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에 입국하는 아프리카인들을 대상으로 무조건 경계하거나 피하는 등의 몰지각한 해프닝은 우리 스스로가 그만 두어야 한다. 아무리 무서운 질병이라 하더라도 차분하게, 합리적으로 접근해야만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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