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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안전교육, 주방에도 필요하다!


"엄마 아빠, 나 완전 사랑스러운 새댁 같죠? 이런 현모양처 스타일을 어떤 남자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홍홍홍."

"태연아, 주방은 위험한 곳이야. 장난치지 말고 숙제나 해."

"어머, 왜 이러실까. 저 오늘 학교 실과 시간에 달걀말이도 한 아이라고요! 이제 장금이도 울고 갈 요리 퍼레이드를 보여드릴 테니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그래, 대체 무슨 요리를 할 건지 들어나 보자."

"음…, 일단 오징어 튀김을 하고, 압력솥에 갈비찜을 하겠어요. 인터넷으로 레시피도 다 뽑아놨으니 지도 편달은 정중히 거절할게욧!"

"태연아, 요리에 대한 열정은 좋은데 말이다. 요리는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야. 튀김은 특히나 더 그렇지. 튀김 기름은 물보다 온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같은 화상이라도 정도가 매우 심하고, 산발적으로 여러 군데 화상을 입는 경우도 많아요. 만약 화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약을 바르기 전에, 무조건 흐르는 찬물에 15분 이상 대고 화기를 빼줘야 해.안 그러면 화기가 계속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더 깊은 상처가 되거든."

"에이, 그건 뭘 모르시는 말씀인데요.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데인 상처에는 된장이 최고래요. 또 벌 쏘인 데도 된장, 긁힌 데도 된장. 암튼 된장만 한 게 없다고요. 그러고 보면 할머니는 역시 원조 된장녀였던 거예요. 그쵸?"

"안 돼!! 그것만은 할머니 말씀을 따르면 절대 안 돼요. 된장, 소주, 감자 같은 걸 화상 부위에 바르면 오히려 세균 감염이 될 수 있단 말이야. 화상을 입었을 때는 일단 화기를 뺀 다음, 젖은 수건으로 환부를 감싼 뒤 병원에 가야 한단다. 만약 옷을 입은 채 화상을 당했다면 절대 옷은 벗으면 안 돼. 피부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거든. 또 화기를 빨리 빼겠다고 얼음을 대는 것도 절대 안 돼요."

"아, 뭐가 그렇게 절대 다 안 돼요! 알겠어요. 그럼 오징어 튀김은 포기. 압력솥에 갈비찜을 하는 건 괜찮죠? 압력솥에 해야 고기가 폭 익어서 보들보들 맛나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거든요."

"그것도 안 돼."

"또 왜요!!"

"압력솥이 왜 위험한지, 우선 압력솥의 원리부터 알아보자. 압력솥의 원조인 '압력찜통'은 프랑스의 발명가 드니 파팽(1647~1712)이 발명했단다. 파팽은 물보다 부피가 1천300배 이상 팽창하면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수증기에 주목했고, 금속 용기를 밀폐한 압력 찜통을 만들었지. '스팀 다이제스터'라고 불린 이 찜통은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익혀주는 것으로 명성이 높았어. 증기기관도 이 찜통을 응용해 시작된 거란다."

"증기 기관이 압력 찜통에서 출발한 거라고요? 와, 대단! 압력솥이 새롭게 보여요. 근데 압력솥을 이용하면 왜 요리가 잘 돼요?"

"평상시 대기압(1기압)에서 음식은 섭씨 100도에 익기 시작하지만, 압력을 두 배로 높여주면 섭씨 120도에 익기 때문에 훨씬 빨리 요리가 된단다. 실제로 압력솥을 이용하면 조리시간이 1/3로 줄어들지. 고기도 속까지 푹 익어 부드러워지고. 반대로 산에 가면 기압이 낮아지니까 섭씨 100도 이하에서 물이 끓고 음식도 잘 익지 않아요."

"그렇게 좋은 압력솥으로 보들보들 갈비찜을 한다는데, 왜 말리시는 거예요?"

"어린이가 다루기에는 압력솥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야. 압력솥 위를 보면 딸랑딸랑 추가 달려있는 게 보이지? 아까 얘기한대로 수증기는 물보다 1천300배나 팽창하는 무시무시한 힘을 갖고 있어. 그래서 압력이 지나치다 싶으면 요 추가 살짝살짝 수증기를 빼서 압력을 조절해준단다. 그런데 찹쌀처럼 점성이 강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조리할 때는 이 추가 막혀 압력조절이 잘 안 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럼 솥이 뻥 터져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 실제로 2013년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압력솥 안전사고 137건 중 20건이 폭발사고이고, 점성이 강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조리할 때 폭발할 위험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단다. 심지어 압력솥은 폭탄으로도 쓰여요. 아프카니스탄이나 파키스탄 같은 분쟁 지역은 물론이고, 2013년 미국 보스톤 마라톤 테러 사건에서도 압력솥이 무기로 쓰였단다. 그 만큼 위험하다는 거야."

"어머, 저 떨고 있어요? 그럼 압력솥을 세상에서 없애야 하는 걸까요?"

"아니 그 좋은 걸 왜 안 써? 압력솥으로 한 밥이 얼마나 맛있는데. 다만 압력솥 추는 항상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 하고, 밥 이외의 음식을 할 때는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단다. 그런데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기에는 네가 너무 어려서 안 된다는 거야. 이제 알겠니?" "흠…, 알겠어요. 그럼 전자레인지를 이용할게요."

"그것도 정~말 조심해야 해.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웨이브(극초단파) 즉 아주 짧은 분자들을 일 초에 수백만 번 부딪히게 해서 그 마찰열로 조리를 하는 건데, 이 극초단파는 금속을 통과할 수 없어. 그래서 자칫 금속 용기에 음식을 담아 조리하게 되면 전자기파 간섭이 일어나서 스파크가 일거나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단다."

"음…, 아빠가 저의 안전을 그토록 염려하신다니, 어쩔 수 없군요. 그렇다면 다른 요리! 우유와 시리얼 대령이오!"

"음…, 이게 요리인가…."

"정말 이러실 거예요? 흥!!! 어린이 대장금의 꿈은 접겠어요. 대신, 철저한 안전 의식을 가진 아빠가 싹 다 만들어주세요! 그게 영 어려우시다면 배달의 민족답게, 통 크게! 배달 음식 무한 주문권을 주세요. 그 정도 조건이라면 뭐 위험한 요리에 도전하지 않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드립죠. 헤헤."

글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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