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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미스터리 불빛과 지진 예지


이러한 지진광의 발생은 지각에 작용하는 응력(應力, 외력이 재료에 작용할 때 그 내부에 생기는 저항력)에 대한 매질 구성 광물의 반응 결과로 설명되고 있다. 지진 발생 직전에 지각판 경계부로부터 전달된 응력이 단층면 중심으로 축적되고, 이 축적된 응력은 단층면 내에 존재하는 화성암과 변성암의 음이온 운동을 유발한다. 단층이 움직이면서 광물로부터 분리된 전자가 지상으로 전달되어, 대기권 내의 전하에 영향을 미쳐 지진광 현상을 유도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지진광 현상은 판내 환경 열곡구조나 규모 5.0 이상의 지진 발생에서 특히 잘 관측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8만 8천여 명의 인명피해를 야기한 2008년 5월 12일 규모 8.0 중국 쓰촨성 지진, 23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09년 4월 9일 규모 6.3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 발생 전에 목격된 바 있다. 이러한 지진광 목격으로 지진 발생 전에 대피해, 인명 피해를 줄인 사례들도 여럿 있다.

한 번의 지진으로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성공적인 지진 예지는 인류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진광의 관측과 이론에도 불구하고 지진광 현상을 활용한 지진 예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이는 지진광 현상이 몇 가지 점에서 지진 유발 단층운동의 물리적 특성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지진광 형성 이론에 따르면, 지진광은 단층 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가장 강력하고, 짧은 시간동안 관측이 될 것으로 예측이 되나, 실제 관측에서는 지진발생 수일 혹은 수주일전부터 관측이 된다. 또한, 단층대와 수 백 km 떨어진 먼 거리에서도 지진광 현상이 관측되기도 한다. 전자 이탈 유발을 위해 필요한 특정 지역 응력 집중 현상도 실제 단층대에서 관측되는 물리적 특성과 차이가 있다. 응력은 특정 매질 내에 갇혀 있지 않고, 인접지역으로 지속적으로 전달되면서 매질 전체적으로 응력양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또한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규모 9.0이 넘어서는 강력한 대지진에서 지진광이 관측되지 않고, 지진을 동반하지 않은 지진광이 목격되는 등, 지진예지 현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

이렇듯 지진 전조 현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현상의 일관성 있는 반복성과 재현성은 필수적이다. 지진광 외에도 라돈가스(radon gas) 농도 증가, 지하수 수질 변화와 동물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같은 각종 2차 매체를 통한 지진 예지 노력이 있었다. 라돈가스는 암석 내에 포함된 방사성 동위원소 붕괴에 의해 생성되는 가스다. 단층대 암석이 파쇄 되면서 암석 내에 존재하던 라돈가스가 지하수에 용해돼 매질 내에 그 농도가 증가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라돈가스 역시 지진광과 마찬가지로 농도 증가를 반드시 지진 발생과 연관 지어서 설명할 수 없다. 또한, 동물의 비정상 행동의 원인을 지진과 관련되지 않은 다른 원인과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지진 예지와 관련하여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는 것은 지진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려움을 반증한다. 최근 들어 지진 발생과 관련한 물리적 현상에 부합하는 보다 현실적인 관측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진발생 전에 단층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매질의 변형을 GPS, 응력계, 변형률계, 경사계를 활용하여 측정하거나, 단층대 파쇄 진행에 따라 전기비저항(전류의 흐름에 저항하는 물질의 특성)이 감소하는 현상을 응용한 전기전도도 측정 방법이 있다.

하지만 단층대를 직접 모니터링하는 방법은 관측 시스템이 설치된 단층대만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접근이 불가능한 해상지역에서는 한계가 있다. 또한 매질의 변형과 응력 누적이 오랜 기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 짧은 기간의 모니터링으로 그 변화추이를 쉽게 판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진 발생에 동반되는 다양한 특징으로 인해, 한 가지의 특정한 방법으로 효율적인 지진을 예측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효율적인 지진 예지를 위해 지진의 다양한 특징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진 특성은 주기성이다. 지진 발생의 주 원동력이 되는 응력은 지구표면을 구성하는 판들의 상대적 움직임에서 기인한다. 지각판의 운동은 수만 년에 걸쳐 서서히 변화하므로, 지각판의 운동에 의해 발생되는 응력양은 매년 거의 일정하다. 이 때, 땅이 견디는 응력 한계치가 일정하다면, 지진은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가지고 발생함을 예상 할 수 있다. 이러한 주기적인 지진 발생 현상은 지진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22만여 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2010년 규모 7.0의 아이티 지진, 2만여 명의 인명피해를 야기한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등 많은 대형 지진들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재현 주기를 가진 지진들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일본 동경 연안 난카이 해구에서 규모 8 내외의 큰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데, 이곳에 150-200년 주기의 지진 발생이 임박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진의 발생 주기는 매질 특성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샌안드레아스 단층이 지나는 파크필드(Parkfield) 지역에서는 규모 5.5~5.6 지진이 1857년부터 1966년까지 약 22년 주기로 6차례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지진이 1988~1993년 사이에 발생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다리던 지진은 예측한 시기보다 무려 10여년이나 늦은 2004년에 발생하였다. 주기를 벗어난 지진 발생에 대해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으며, 지진 주기성을 지진 예지에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기를 벗어나는 지진 발발에도 불구하고, 과거 지진의 발생 기록은 지진 예지에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과거에 발생한 지진의 규모는 미래에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 규모를 가늠케 하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까닭으로 수백년 전 과거 지진 기록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가 수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기록물에 많은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 자료들은 우리나라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의 규모를 산정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지진의 주기성과 더불어, 대형 지진 발생 전에 단층대에 보이는 지진 발생 빈도 변화 역시 중요한 전조 현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응력이 누적됨에 따라 매질 변형이 이루어지게 되고, 매질이 가지는 탄성 임계치에 다다르게 되면, 더 이상 변형이 이루어지지 않고 매질 내에 응력누적이 가속화된다. 이때 탄성 임계치에 다다른 매질에는 지진 발생 빈도가 급감하는 현상이 관측된다. 이런 현상은 대형 지진 발생 수년 혹은 수십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관측되며, 유사한 관측이 동일본 대지진 지역에서 관측된 바 있다. 또 대형 지진 발생 직전 수일에서 수개월 전부터는 지진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된다. 이러한 지진을 전진(foreshock)이라 일컫는다. 탄성 임계치에 다다른 매질이 더 이상 응력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쪼개지게 되면서, 작은 지진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에서도 본진 발생 수개월 전부터 작은 지진들이 급격히 증가한 기록이 있으며, 1975년 중국 하이청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 발생 전에도 규모 4.8의 지진을 포함하여 크고 작은 지진들이 수개월 동안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급격히 증가한 지진 현상을 지진 전조 현상으로 파악하고, 인구 100만의 하이청 주민을 도시에서 소개(疏開, 공습이나 화재 따위에 대비하여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주민이나 시설물을 분산함)시켜, 도시가 크게 파괴되는 큰 재해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를 2천여 명으로 크게 줄였다. 이 하이청 지진 예보 사례는 지금껏 인류가 지진 예보를 성공한 최초의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듬해 중국 탕산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 예보에는 실패함으로써 지진 예지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공식 기록에 의하면 탕산지진에 의해 25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인명피해는 계기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로 인류가 겪은 가장 큰 지진 재해로 남아있다.

지진 예측과 예지 분야는 아직까지 인류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많은 지진학자들은 이 거대 자연재해로부터 인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의 신비가 조금씩 풀리고 있으며, 지진예보에 성공할 날이 머지않았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글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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