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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와이파이보다 100배 빠르게, 라이파이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합작벤처인 '초병렬 가시광통신 프로젝트팀'은 2013년 10월 말, 새로운 무선통신기술 '라이파이(Li-Fi)'의 놀라운 속도를 선보였다. LED에서 나오는 가시광선을 이용해 무려 1초에 10기가바이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재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무선랜인 와이파이(초속 100Mb)의 100배, 무선통신 중 가장 빠르다는 LTE-A(초속 150Mb)보다 66배나 빠른 속도다.

'라이파이'라는 이름은 2011년 영국 에든버러대 해럴드 하스 교수가 와이파이(Wi-Fi)를 꺾을 새로운 근거리 통신기술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라이파이에서 라이(Li)는 빛(Light)에서 따왔다. (참고로 파이(Fi)는 충실도를 의미하는 'fidelity'의 약자다.)

그런데 가시광선으로 어떻게 통신을 한다는 걸까? 얼핏 상상이 되지 않지만, 가시광선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밤중에 적이 쳐들어오면 횃불로 봉화를 올렸다. 인디언들은 햇빛을 거울에 반사시켜 원거리 통신을 했다. 바다에서는 등대가 불을 깜빡거리며 위치를 알렸고, 해군함정들은 전략신호를 빛으로 주고받았다. 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로는 신호등이 있다. 녹색 불이 깜빡거리면 다음에 건너라는 신호다.

LED도 빛을 깜빡거려서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신호등과 같다. 다만 신호등보다 훨씬 빨리 깜빡거릴 수 있어 정보를 대량으로 전달할 수 있다. LED는 초당 200번 이상 깜빡거린다. 사람의 눈은 1초에 100번 이상 깜빡거리면 인식할 수 없지만 컴퓨터는 인식할 수 있다. 불이 들어오면 1, 들어오지 않으면 0으로 해석한다. 반대로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신호를 LED의 깜빡거림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LED를 이용한 가시광 통신을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차피 조명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에너지의 대부분을 열로 낭비하는 백열등과 형광등이 점점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로 교체되고 있다. 비싼 돈 들여서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데, 통신기술까지 더하면 1석 2조라는 게 연구자들의 생각이다.

라이파이가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보낼 수 있는 비결은 LTE-A에도 사용된 직교주파수 분할다중 발신기법(OFDM) 덕분이다. 하나의 주파수를 여러 개 대역으로 나눠 각각 정보를 쪼개 보낸 다음, 수신지에서 다시 하나로 합치는 방법이다. 차가 마구 뒤섞여 달리던 넓은 도로에 차선을 그어 줄을 맞춰 달리게 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같은 기술을 사용했는데 왜 LTE-A보다 66배나 빠른 걸까. 주파수 대역, 즉 정보가 다니는 도로의 넓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과 무선 랜은 대략 300MHz~30GHz 사이 영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이 안에서도 국가별, 용도별로 잘게 쪼개진다. LTE-A를 개통하기 위해 한 통신사가 20MHz 대역의 주파수 이용권을 사는 데 낸 비용은 무려 1조 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파수는 좁고 너무 많은 사용자가 몰리면서 서로 간섭이 일어나 통신품질이 떨어진다. 2.4GHz 주파수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와이파이는 사용자가 조금만 몰려도 통신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라이파이는 정보고속도로를 거의 무한대로 넓힐 수 있다. 가시광선의 주파수 영역은 380THz~750THz(테라헤르츠, 1THz=1,000GHz)로 무선통신 전체 주파수보다도 무려 1만 배 이상 넓다. LED 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가 조금씩 다르지만, 이 광활한 대역에서 자유롭게 통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가시광통신에도 단점은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빛이 닿는 곳에서만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시광선은 벽을 통과할 수도 없고, 심지어 손바닥으로 수신기만 가려도 통신이 되지 않는다. 원거리 통신용으로는 당연히 탈락이다.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이 간섭을 일으켜 낮에는 야외에서 사용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늘 조명이 켜져 있는 곳에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조건에 최적인 장소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코엑스몰, 혹은 복잡한 지하상가나 대형백화점을 생각해 보자. 초행길이라면 길을 잃기 쉬운데 실내에는 GPS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이럴 때 곳곳에 켜져 있는 조명으로부터 디지털 정보를 내려받아 위치를 찾거나 필요한 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다.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LED통신연구실은 자동차나 항공기의 안전운행을 돕는 기술, 시각장애인을 돕는 기술 등 가시광통신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빛만 가리면 통신이 두절되는 라이파이의 단점은 곧 장점이기도 하다. 쓰고 싶은 범위에서만 통신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을 막고 싶다면 LED만 끄면 된다. 병원이나 비행기, 원자력발전소처럼 전자기파 사용이 예민한 장소에서도 라이파이는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빛이 전자기기 근처로 새들어가지 않게 문만 잘 닫아놓으면 된다. 보안에도 강하다. 와이파이는 마음만 먹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도·감청을 할 수 있지만, 라이파이는 눈에 보이는 곳까지만 통신이 가능하다.

물론 라이파이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건물 등 장애물로 인해 빛이 차단되면 신호가 끊길 수 있고, 빛을 직접 받아야 하는 특성 상 장비를 작게 만들기 어려운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추가적인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조명과 통신이 융합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글 변지민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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