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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뇌를 다운받아 영생을 꿈꾸는 현대판 진시황


 

사람이 영생할 수 있을까? 불로초를 찾아내려던 진시황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숨겨진 욕망이기도 한 영생에 대한 염원은 가능할까?

얼마 전 일본 문화 개방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시 개봉한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도 전에 벌써 보았을 것이다. 2029년을 배경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뇌를 다운로드 가능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가지게 되는 형이상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영화처럼 미래에는 인간의 뇌를 다운로드 할 수 있을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뇌의 신경회로를 읽고 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생명체들은 ATGC란 4개의 염기가 나열되어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로 되어 있고, 인간은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이러한 나열 순서도 밝혀내지 않았는가. 좀 더 과학기술이 발전해 두뇌조직을 읽어낼 뿐만 아니라, 정보를 쓸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의식을 다운받아 저장하는 것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볼 때, 인간의 뇌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는 신비한 존재일 뿐이고 '인간의식'을 다운로드 한다는 것은 상상에 불과하다. 뇌는 무게로만 따진다면 인간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심장에서 나가는 피의 15%를 소비할 정도로 인체 중에서 가장 활발한 부위이다. 또한 두개골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관찰할 수 있는 것은 1.4kg 정도의 살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이 덩어리 속에 부모님, 집, 애인 등 인간의 모든 시각 이미지를 저장하고, 생각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담겨져 있다. 이 작은 살덩어리 뇌 덕분에 인간은 문명을 이루게 됐고, 달 표면을 산책하고, 절묘한 음악과 미술을 창조하게 됐다.

뿐만 아니다. 이제는 뇌를 이용해서 자신의 뇌의 비밀까지 밝히고, 의식을 복사하려는 상상까지 하게 됐다. 그러나 뇌는 컴퓨터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정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에서 볼 때 뉴런과 시냅스는 하드웨어이면서 동시에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뇌가 컴퓨터보다 더 많은 기억용량을 갖고 있는 강점이기도 하고, 인간이 뇌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뇌의 구조, 뇌의 발달, 뇌의 뉴런, 즉 신경세포에서부터 화학적 전기적 현상, 여러 뉴런간의 상호작용, 뇌의 독특한 소산인 행동과 경험 등을 알아내고 싶어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까지 뇌가 어떻게 사물을 보고 기억하는지, 어떻게 얼굴을 인식하는지에 대한 의문 조차도 명확하게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과학자들은 이미 인간 게놈 지도처럼 수천억 개의 뇌세포들이 기능적으로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밝히는 '뇌지도' 작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1993년부터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 9개국이 중심이 되어 행해지고 있는 이러한 뇌지도 작성 작업이 완성되면 뇌 의학 뿐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 지능적 로봇산업 등 유관 분야 전반에 혁신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컴퓨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해 가고 인간 뇌의 비밀도 조금씩 풀리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실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하게 진화할 수 있다. 반면, 사람의 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채 조상들이 물려준 알고리즘을 영원히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50년쯤 인간수준의 지능을 가진 슈퍼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라는 게 일부 미래학자들의 진단이다.

어쩌면 앞으로 100~200년 후에는 지능·창의력·복잡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를 능가할 지도 모른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인간의식을 이전할 수 있다는 상상 역시 이러한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설사 기술적으로 인간의식을 다운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풀어야 할 큰 숙제가 남아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의식까지 내려 받는다면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인간'이란 무엇인지가 불명확해지는 것이다. 또 의식을 내려받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버그'라도 일어난다면? 결국,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철학과 윤리에 대한 이해와 논의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글: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 플라이바이(Flyby) 관련 과학의 향기 원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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