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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극장·가다] 조선 최고 냉혈 호색한의 눈부신 수작극
 
2003년 10월 08일 오후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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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명동의 한 극장 앞에서 한 무리 여고생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이들은 교복을 입고도 '조선남녀상열지사-스캔들'을 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들의 발칙한 대화를 들으며 문득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통속 에로물들을 떠올린다.

토요일 이른 하교길에 학교 앞 담장을 메우던 야릇한 자태의 포스터가 가장 현대적인 외양을 갖춘 '스캔들'과 오버랩되는 것은 무슨 심사인가.

해학과 은밀한 에로티시즘

개봉 일주일만에 100만 관객이 보고 갔다는 '스캔들'의 메인 포스터에는 도도하면서도 뇌쇄적인 표정의 이미숙과 싸늘한 냉소를 머금은 배용준, 그리고 어깨를 드러낸 전도연이 그들이 만들어내는 내밀한 이야기를 들으러 오라고 말한다. 교복을 입고는 볼 수 없었던 '뽕' '산딸기'의 포스터 속 그녀들의 유혹이 다시 한번 재연되는 순간이다.

한국적인 해학과 은밀한 에로티시즘이 살아있던 문예 에로물을 연상시키는 '스캔들'은 대사에서도 관습화된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그 때 그 물레방앗간에서…" "나 소리를 지를테요" 등 많이 들었음직한 대사들을 끌어와 다분히 해학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초반부 유쾌한 대사의 향연을 즐기노라면 영화는 팽팽한 삼각 구도 속의 중반부로 내달리며 은근한 성적 긴장감을 뿜어낸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가 서로 통했더이다

규방 가사의 조신함과 고려 속요의 음탕함을 섞어 놓은 듯한 '스캔들'은 퓨전 멜로 형식을 표방한다. 이병우 음악 감독이 선보이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고색창연한 의상과 소품은 조선 상류층의 생활미학을 보여준다.

여기에 '조선상열지사'라는 전통적인 용어와 '스캔들'이라는 외래어를 대치시키시고 엄격한 조선시대에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전작 '정사'와 '순애보'에서 모던하고 세련된 영상을 선보인 이재용 감독은 고전적인 분위기에 현대적인 가십을 넣음으로써 아이러니하고 대조적인 상황을 연출해 내고 있다. 대사보다는 상징적인 이미지와 색채로 주제를 표현하던 감독의 성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잘 꾸며진 미쟝센이 영화를 얼마나 돋보이게 만드는가가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고품격 멜로 사극의 느낌을 주는데 정성어린 소품은 큰 역할을 담당한다.

화려하고 강렬한 소도구를 이용해 조씨 부인의 카리스마를 표현하고, 정갈한 숙부인의 방안을 통해 정절을 지키는 숙부인의 단아한 성품을 드러낸다. 조씨부인의 황폐한 마음을 대사로 드러내기보다 정표처럼 지니던 말린 꽃가루를 통해 연약했던 첫사랑의 상처를 말해주기도 한다.

윌메이드 퓨전 사극으로 탄생

여러 차례 프랑스와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됐듯이 검증받은 원작에 깔끔한 볼거리와 조연배우들의 희화화없이도 해학적인 웃음을 갖춘 '스캔들'은 그동안 볼거리 없던 중장년층 관객에게 작은 유흥이 될 것이다.

농익은 배우들의 연기와 밉지 않은 바람둥이의 수작에 2시간 20분이 아깝지 않으며, 여기에 오래된 춘화를 보는 듯 은근하면서도 자극적인 노출이 지루해질 수도 있는 영화를 감칠나게 만든다.

영화의 기자시사회 날, 엔딩 크레딧이 오르자 자리를 떠나던 기자들을 향해 "아직 안 끝났다"고 소리 친 이재용 감독은 영화의 엔딩 뒤에 주제에 대한 상징을 숨겨 놓았다.

음향 효과에 대한 자막까지 모두 오르고 난 후 아직 끝나지 않은 조선시대 스캔들에 대한 야릇한 암시가 있으니, 성급히 자리에서 일어서지 말아야 한다.

/정명화 기자 dv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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