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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가는 길 11]상장가격결정
 
2000년 07월 24일 오후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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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년 11월 16일 오후 2시, 두루넷의 로드쇼팀 3명과 나스닥 상장 주관
사 였던 리먼브라더스의 관계자들이 샌프란시스코 리먼브라더스 사무실 회
의실에 모였다.

장장 3주일 간에 걸친 투자설명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다음날 예정된
상장 D데이에 과연 얼마로 상장가를 정할 것인가를 협의하기 위해 양사가
모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 마지막 회의는 상장사와 주관사 사이의 가장 중요한 회의로
써 상당한 토의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루넷은 이 상장가격
결정 회의를 10분 만에 마쳤다.

이렇게 짧은 상장가격 결정회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두루넷이
나스닥 상장을 위해 SEC에 처음 신고할 때는 12~14달러 였고, 이렇게 신고
한 이유는 대략 예상 상장가를 13달러로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로드쇼 중에 투자자 들에게 이야기 한 가격도 13달러였다.그러나 두루
넷의 주식을 사겠다고 의사를 표명한 투자자가 예상보다 많았고,이렇게 반
응이 좋다면 상장가격을 조금 올려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러한 전략의 수정에는 위험부담도 따를 수가 있다. 즉, 기존에 13달러
인 것으로 생각하고 주문을 냈던 투자가들이 높아진 가격에 불만을 가지게
될 경우,주문이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장가의 상행 조정은 상장에 엄청난 파장으로 몰고 올 수도 있
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면에 가격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들이
주문을 최소하지 않거나 추가 주문을 더 낸다면 거래 가격은 더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시장의 반응을 토대로 해서 마지막 순간, 투자자들의 내심은 어떤 것인
가를 파악해 보는 매우 조심스러운 시도가 바로 상장가의 변경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파악한 뒤 우리는 가격 결정회의에 임했다. 이미 한국에
연락을 해서 본사와 협의를 마친 상태였다. 회의에서 상장가격을 지금까지
논의해온 17달러에서 18달러로 1달러를 더 올려 보자는 조심스런 의견이 나
왔다.

처음에 비싸게 팔았다가 나스닥에서 두루넷의 주식이 지속적으로 오르지 않
는다면 정말 큰 낭패를 볼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는, 생명력이 강한 주식을 투자가 들은 선호하기 때
문에 처음의 반응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가격을 올려 파는 것은 현명한 처
사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있었다. 1999년 11월 16일에 이르기 까지 지나간 3
주 동안 우리가 보고 느꼈던 투자자들의 반응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우리
가 회사를 경영하는 자신감을 생각한다면 두루넷 주식은 18달러로 상장을
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

그러한 판단을 근거로 우리는 10분만에 가격결정회의를 마칠 수 있었다. 실
로 숨가쁜 한 달여 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격 결정 후에 주관사
가 하는 일 가운데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청약자 들에게 주식을 배분하는 일이었다. 물론 이 일은 전적으로 주관사
의 책임과 권한 하에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회사
의 가치를 상승시키려면 이 또한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리먼 브라더스가 주식을 배분하는 데는 2 가지 원칙을 정용하고 있다.첫째
는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투자자 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른 바 단타 매매를 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자들 보다는 주식 가격이 오르
더라도 장기적 투자차원에서 두루넷 주식을 보관하려고 하는 투자자들에게
배정 비율을 높게 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주식투자의 중요성은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이야기
이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에 열을 올리고 있
다.

나스닥을 통해서 우리나라 경제가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기본적인 사항
이 아닌가 싶다. 장기적인 투자, 즉 안정적인 투자가 기업을 튼튼하게 성장
시키기 때문이다.

둘째는, 주식값이 올라도 계속해서 주식을 살 투자자인가 아닌가를 따져 보
는 것이다. 주가가 오를 때, 풍부한 자금력을 가지고 추가 매수를 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투자자에게 많이 배정을 해야 주가가 점진적인 상승
무드를 타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먼 브라더스는 이러한 원칙을 철저히 지켜가면서 22대 1의 청약율을 기록
한 두루넷 주식을 150여개에 달하는 투자사들에게 배분한 것이다.

많은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나스닥을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시
장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성과 철저한 시장경제의
원리가 적용되는 곳이 바로 나스닥이다.

즉, 나스닥은 기회의 땅이라는 측면 보다는 터전을 일구어 갈 수 있는 텃밭
의 기능을 잘 이해해야 성공할 수 있는 생존 경쟁의 현장이다.

투자자들이 보여준 관심과 초기 투자를 십분 활용, 안정된 성장세를 보여
줄 수 있는 회사 경영진들의 능력과 성실성만이 성공의 열쇠인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포장을 요란하게 해서 투자자들에게 좋은 면만을 부각시켜
공모를 추진한다면 금새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게 나스닥
의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나스닥의 의미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신기술,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보급하기 위해, 납입된 자본금 외에 추가
의 자금이 필요할 때, 우리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을 검토한다.

그러나 최근 코스닥 시장의 거품론을 들여다 보면 이러한 비즈니스의 원칙
론 보다는 주식가치 상승을 통한 투자 이익의 실현에 너무도 많은 비중을
두는 게 아닌 가하는 우려를 갖게하는 게 현실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투자자와 기업 경영진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경
제발전의 원동력임을 빨리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12. 나스닥 상장 이후 회사가 해야 할 일)

/두루넷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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