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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은퇴' 이병규를 향한 오해와 진실


고참으로 팀 분위기 해친다는 소문 사실과 달라

[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적토마' 이병규(42)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20년 프로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한 이병규다.

이병규는 올 시즌 내내 LG의 뜨거운 감자였다. 2군 스프링캠프로 시작해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며 은퇴와 현역 연장의 갈림길에 서 있었기 때문.

정규시즌 최종전이던 10월8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처음 1군 무대에 올라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두산 에이스 니퍼트. 그러나 이병규는 1군 공백이 무색하게 니퍼트의 공을 받아쳐 깨끗한 안타를 터뜨렸다.

이병규가 잠실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LG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당시 잠실구장의 환호성이 2㎞ 거리의 삼성동 코엑스몰에서도 들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시즌 후에도 쉽사리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던 이병규는 결국 지난 24일 오후 구단에 은퇴 의사를 통보했고, LG 구단은 25일 이병규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렇게 이병규의 프로 생활 20년은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 이병규가 2군에만 머무르면서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도 난무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병규는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선수'라는 소문.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측면이 크다.

물론 올 시즌 주장 류제국이 LG의 팀 분위기를 크게 바꿔놓은 것은 사실이다. 류제국은 선후배 간 나이에 따른 제한을 대폭 철폐하며 젊은 선수들도 편안한 분위기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병규가 후배들을 크게 불편하게 했던 것은 없다. KBO리그 최고령 야수에 그동안 쌓은 어마어마한 커리어가 있는 만큼 젊은 선수들이 대하기 어려운 존재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문처럼 이병규가 제왕적 태도를 취한 것은 아니었다.

이병규가 강하게 후배들의 군기를 잡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 일본 무대에서 복귀한 초반에는 사실 이병규가 무서운 선배였다. 그러나 차츰 이병규는 선배가 아닌 '형'으로서 후배들을 '동생'처럼 편하게 대하려 했다.

LG가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3년, 이병규는 일명 '으쌰으쌰' 세리머니로 팀 분위기를 뜨겁게 했다. 이병규 스스로도 최고령 타격왕에 오르며 건재하던 시절. 당시 이병규는 덕아웃 리더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지난해부터 2군 생활이 길어졌지만, 이병규는 음지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을 다독이며 스스로도 1군 무대에 설 날을 기다렸다. 이병규가 종종 개최한 '치킨 파티'는 2군 어린 선수들에게 소소한 활력소가 됐다.

올 시즌 1군과 2군을 오갔던 A 선수는 "2군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먼저 이병규 선배님한테 장난을 친다. 그 정도로 선배님이 어렵지 않게 후배들을 대해주신다"며 "예전에는 무서우셨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의견이 100% 일치할 수는 없지만, 올 시즌 1군에 있는 주전급 선수들 역시 이병규의 1군 콜업을 기다렸다. 이병규가 팀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B 선수는 "이병규 선배님이 올라오시면 좋겠다"며 "상대팀 입장에서도 이병규 선배님이 계신 것과 안 계신 것에 압박감이 다를 것"이라고 이병규가 전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는 얘기를 했다.

결국 올 시즌 이병규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던 것은 기회의 문제였다. 이병규에게 돌아갈 기회를 젊은 선수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팀 리빌딩을 꾀한 것. "아직 후배들과 경쟁에 자신 있다"는 이병규는 아쉬운 은퇴를 선택했지만, 떠나는 그에 대한 오해는 풀어낼 필요가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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