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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업계, 코로나19 악용보단 노사와 머리 맞대길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이런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 초대받을지 꿈에도 상상 못했다. 적진에 홀로 뛰어든 느낌이다."

지난 25일 열린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영향과 대응'을 주제로 한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태정 금속노동조합 정책국장이 한 말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다른 토론자들과 발제자들은 연구원, 교수, 협회 등 대개 산업계의 사용자 측을 대변하는 이들이었다. 포럼 주최도 자동차, 석유, 철강, 기계 등 각 업종별단체와 경제단체 등 26개 기관이 공동으로 했다.

다소 자리가 어색한 듯 보였지만 김 정책국장은 포럼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 듯 보였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가득담은 자료가 포럼 자료집에 실리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내 김 정책국장은 당당하게 다른 이들과 다른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이날 포럼에서 대부분 참가자들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가 수요부진에 처해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V자형 회복이 올 것이라고 한 주장과 상반된 의견이었다.

김 정책국장은 L자형 곡선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수요가 폭증하지 않고 상당기간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 V자형 회복을 보인다면 좋은 일이고 이러한 기대감을 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사용자 측이 V자형 회복이 올 것을 기대하면서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있다. 노동 규제 완화다.

이날도 수요 폭증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 생산활동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주 52시간 노동 규제 면제, 파견과 대체 노동 허용, 부당노동행위 적용 제외, 특별연장노동 대폭 허용, 유연근로시간제 확대 등이다.

그런데 되새겨보면 이러한 요구는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자 측이 주장해온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산업계 노사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인간답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또한 중요해서다.

이날 김 정책국장은 "주 52시간 규제 완화에 당연히 반대하지만 이것에 대해 논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되고 있지 않고, 사용자단체 측에 교섭을 요청해도 무시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것이 김 정책국장에게는 '꿈에도 상상 못했고 적진에 홀로 뛰어든 느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산업계가 현 코로나19 사태를 넘어 사태가 끝난 이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색해보는 시간을 마련한 것은 뜻깊은 일이다.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가 보여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그동안의 숙원을 이루려고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처음으로 노동자 측을 대변하는 이를 사용자 측이 주도하는 포럼에 초대한 만큼, 코로나19 종식 이후 V자형 회복을 기대하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 서로에게 좋은 대응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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