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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남 집값 잡으려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초강력 정책이라고 평가받는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졌다. 정부가 그 동안 잡고 싶어했던 고가 단지들이 즐비한 강남권 단지의 매매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어느 정도 정책의 영향이 통한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상승했다. 오름세는 유지했지만 12·16대책 발표 이후 7주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재건축과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호가가 하락한 강남4구는 전주 대비 0.04% 내리며 낙폭을 키웠다. 서초구도 0.04% 하락했고,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0.05% 떨어져 하락폭이 확대됐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중순 대비 6천만원 이상 떨어져 19억2천만∼19억3천만원짜리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는 시세가 18억5천만∼18억7천만원으로 전월보다 1억원 가까이 더 내렸다.

여기까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약발이 먹혔다. 약발도 잠시 의외의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기 수원 팔달·권선, 용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다. 서울을 중심으로 지리적으로 안양이나 광명보다 먼 곳에서 풍선효과가 생긴 것이다.

상승폭도 예사롭지 않다. 규제를 피해 수도권 비규제 지역으로 자금력을 갖춘 수요가 몰리고, 저금리 기조로 유동자금까지 유입되면서 단기간에 비이상적 폭등 현상이 생겼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이달 첫째주 기준 경기도의 아파트값은 0.22% 올라 4주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성균관대학교 수원 캠퍼스 인근의 한 단지는 분양가 대비 약 6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로, 전용 112㎡매물이 12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KB부동산 시세를 봐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달 수원 영통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2.95% 뛰었다. 안양 만안구는 한 달 동안 2.65%, 안산 단원구는 1.95%, 용인 수지구는 1.01% 올랐다.

애초에 서민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강남권 수십억대 단지들의 최고점 대비 가격은 낮아졌다. 고가·초고가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이 비교적 서울 접근성이 높고, 저렴한 가격대의 경기도 외곽으로 빠져나왔지만, 이제는 이 지역마저 풍선효과로 '10억원클럽'에 속속 기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남4구와 서울 고가·초고가 주택을 겨냥한 정책에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 밀집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중심이다. 노원구는 지난달 마지막주 0.05%에서 이달 첫째주 0.07%로 오름폭이 확대됐고, 도봉구는(0.03%→0.06%) 상승폭이 2배가 됐다. 강북구도 같은 기간(0.06%→0.07%) 오름폭이 커졌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이러니 하게도 서민들의 설자리는 줄어들게 만든 셈이다.

막혀버린 대출길에,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특별공급 마저 먼 나라 얘기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신혼부부 전세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전세자금대출 등 주거 지원책이 있다하더라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언제까지 평생을 임대주택을 전전할 수는 노릇.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대책과 대출지원 등 중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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