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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신만 못 즐기는 커튼콜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추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게 일상이 됐다. 촬영 자체가 쉬워지다 보니 소장하고 과시하고 싶은 욕심은 솟구치고, 초상권·저작권 침해에 대한 피해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며칠 전 한 창작 초연 뮤지컬을 관람하다가 눈을 의심하는 일이 있었다. 많은 관객들이 기립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커튼콜에서 앞좌석 곳곳 3명의 관객이 휴대전화의 조명을 완전히 낮춘 상태에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아 하우스어셔의 저지도 없었다. 의도성이 다분해 보여 눈살이 찌푸려졌다.

커튼콜을 촬영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관객이 대놓고 사진을 찍다가, 달려온 하우스어셔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리에서 삭제하는 보통의 광경과 너무도 달랐다. 불법촬영을 한 관객들은 일행도 아니었고 내 시야에 보인 사람만 3명이었으니 그보다 많은 사람이 그런 방식으로 그곳에서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뮤지컬이나 연극의 경우 커튼콜 촬영이 허용되는 작품도 있지만 저작권의 문제로 커튼콜조차 엄격하게 촬영을 금지하는 공연이 많다. 대부분 ‘커튼콜을 포함한 모든 장면의 사진·동영상 촬영을 금지한다’고 현장에서 공지를 한다. 일부 작품은 ‘커튼콜데이’나 ‘커튼콜위크’라는 기간을 정해 한시적으로 커튼콜 촬영을 허용하기도 한다.

‘커튼콜’의 사전적 의미는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린 뒤, 관객이 찬사의 표현으로 환성과 박수를 계속 보내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 앞으로 다시 나오게 불러내는 일’이다. 공연을 잘 본 만큼 배우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고 환호를 해주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공연 중에는 극에 몰입해 알 수 없었던 관객의 반응을 배우들은 커튼콜로 가늠하곤 한다.

무대예술의 묘미는 현장감이다. 멋진 공연을 만든 제작진·스태프·배우들에게 내 찬사의 표현이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무대와 객석으로 마주한 공간에서 그 현장감을 만끽하지 못하고 불법행위를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휴대전화의 조명을 낮추고 마음 졸이며 촬영하느라 흥겨운 커튼콜을 놓치지 말길, 권유 아닌 경고한다. 높은 티켓 가격에 대한 본전이 부끄러움을 넘어 범죄의 대가로 돌아올 수 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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