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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차는 안전할까?" 현대차 '와이파이 사태'의 잔상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역시 '뽑기'가 사실이었나 봐."

현대자동차의 '와이파이 사태'를 본 지인이 한 말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구매할 때 '뽑기'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곤 한다. 똑같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품질은 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러한 우려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온 사건이 있다. 최근 현대차에서 발생한 '와이파이 사태'다. 현대차가 와이파이 사용을 제한하자 노조가 특근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은 일이다.

앞서 현대차는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울산공장의 와이파이를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 등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직원이 근무 시간 중 와이파이에 접속해 영상을 본다는 지적 등이 나오자 기존에 24시간 사용할 수 있던 와이파이를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와이파이 접속 제한은 단체협약, 노사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사측의 일방적인 조치라며 즉각 반박했다. 노조 측은 "와이파이 설치는 단체협약과 노사 협의회를 통해 노사 합의해 시행 중에 있다"며 "그러나 사측은 노조에 와이파이 일방변경 공문과 안전교육 일방시행 공문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현대차는 이틀 만에 와이파이 사용 제한 조치를 풀었다. 노조가 '특근 거부'에 나서겠다며 사실상 '파업'을 예고한 만큼 사측 입장에서는 강행할 수 없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사는 와이파이 사용 제한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 DB]
최근 현대자동차 노사는 와이파이 사용 제한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 DB]

'노사 갈등'은 어느 업권에서나 흔하게 접하는 이슈다. 더구나 '와이파이'를 두고 벌인 갈등은 단순히 '해프닝' 정도로 그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노조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근무 중 영상 시청·스마트폰 게임 금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당연한 일'을 두고 '불합리'를 외치니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

'품질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근무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조립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 "자동차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품질이 걱정된다" 등의 우려가 쏟아졌다.

임금 협상을 두고 노사 간 줄다리기가 펼쳐질 때만 해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업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 동결'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필자 역시 임단협을 둘러싼 논란을 다룰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충분히 공감하기 힘들었다.

또한 명분 없는 '기싸움'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내년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바뀌는데, 사측은 집행부 교체 시기에 맞춰 합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고, 노조는 한 개를 양보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양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측의 요구 자체를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권리'와 '의무'는 함께 따라다닌다. 권리를 얻기 위해 이에 맞는 의무를 다했는지 한 번쯤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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