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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택배기사 살리는 법' 국회 문턱서 멈춘 속사정
2019년 11월 22일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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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지난 10월 로젠 택배기사들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앞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택배기사들은 하차 작업을 하는데 자동 레일이 없어 수동으로 어깨가 빠져라 짐을 들어 나르고 상·하차 비용 전가, 수수료 강요 등의 노동착취마저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가 오면 한강이 되는 작업장에서 일을 하는데, 이로 인해 고객 물품이 손상될 경우 책임은 택배기사들 몫이었다.

해당 기사를 접한 지인들은 하나같이 택배 하차 작업에 자동 레일이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게다가 로젠택배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이어 우체국택배와 순위를 다투고 있는 국내 4위 택배회사로 이름이 익히 알려진 곳이다.

원인은 불법 다단계 고용구조에 있었다. '본사→지점→영업소→취급소' 등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고용구조에서 다단계 착취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해 택배기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서다. 자영업자로 취급돼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다. 이는 다른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지난 8월 발의된 법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서비스법)'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택배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사업자(본사)와 영업점은 종사자(택배기사)들을 위해 휴식을 보장하고 안전시설과 안전대책 등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국토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사업자에게 개선명령을 내리거나 권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에, 정쟁으로까지 번지면서 해당 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이 모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은 적극 환영하고 나선 반면 CJ대한통운 등 택배회사들이 속한 한국통합물류협회(협회)는 택배기사들에 대한 지도·감독·보호 등의 의무를 과도하게 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택배노조 입장을, 자유한국당은 협회 입장을 적극 대변하면서 여당과 제1 야당이 맞서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택배노조의 주장처럼 한국당이 CJ대한통운 등 사업자들을 재벌이라서 단순히 대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업자가 직접 관리감독하게 되면 불법 파견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개별법으로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면 다른 산업분야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똑같은 개별법을 들고 나올 수 있어서다. 그래서 한국당은 근본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지위 문제를 먼저 풀고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이따금씩 택배기사들의 사망사고를 접하며 문제를 하나도 풀지 못하고 있다. 개별법으로 택배기사들을 보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한 노동 관련 전문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호법이나 근로기준법, 노동법 등의 보편적 법을 손대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적용 포괄성이 더 높아서다. 특수고용노동자들만 221만 명이다.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이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 수는 더 많다. 또 비슷한 사례로 '간호사 인력법'을 들었다. 개별법을 통해 간호사 1명이 보는 환자 수를 정해 간호사들을 높은 노동 강도로부터 보호한 것이다.

게다가 영업점에 대한 사업자의 관리감독은 공청회에서 이해당사자들과 법안 내용을 두고 논의하면서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였다고 전해진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며 착취를 당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다. 그 외 택배기사 산업재해에 따른 사업자 제재 조치, 영업점이나 택배기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업자의 관리감독 의무 등은 사업자 측의 입장을 반영해 양보하기로 했다.

문제가 복잡한 만큼 법안을 둘러싼 논의와 결론을 내는 일도 복잡하고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대립과 갈등 없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한국당을 포함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은 택배기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다는 사실이었다.

앞선 노동 관련 전문가는 불법파견이 되지 않으려면 직접고용을 하면 되는데 이는 사업자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니, 수렴을 한다면 업무 영역의 일정 정도만 관리감독 하는 식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배송시장 규모는 2008년 2조4천 억 원에서 2017년 5조2천 억 원으로 연평균 9.1%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법적 안정성과 질서, 예측 가능성 등도 중요하지만 법은 사회 변화와 현실도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택배기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법이 누굴 위해 존재하고 누구에게 어떤 삶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서 정부와 정치권, 이해당사자들이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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